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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극에 달해도 "환자 살린다"…추석 응급실 지키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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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6회 작성일 24-09-10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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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6개월, 여전히 응급실 지키는 의사들

9일 정성필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의식 저하로 인공호흡이 필요한 환자에게 응급 처치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9일 정성필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의식 저하로 인공호흡이 필요한 환자에게 응급 처치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명절에 응급실이 더 바쁜 건 당연한 거죠. 이런 상황이 힘들었다면 응급의학과를 선택하지도 않았을 겁니다.”정성필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올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는 “아프면 안 된다”는 말이 자주 오간다.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공의 집단사직 여파로 전국 응급실 의료진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버티다 못한 의사들이 하나둘 사직하면서 24시간 열려있어야 할 응급실이 주 1회 진료를 제한하는 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태 이전 평상시 대비 73%지난 2일 기준의 응급실 의사들은 현장을 지키고 있다. 대부분 가장 위급한 순간에 환자를 살린다는 보람으로 응급의학과를 택했고, 응급실 셧다운은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급증하는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9일, “연휴에 환자를 지키는 건 당연하다”고 말하는 응급실 의사들이 어떤 심정으로 응급의료 현장을 지탱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전날 야간 근무를 선 뒤 인터뷰에 응한 정성필 교수는 ‘추석 연휴가 응급의료의 고비’라는 우려에 대해 “정말 생명이 위험한 초응급 환자는 최선을 다해 우선 치료하기 때문에 진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경우 등의 중증환자까지 진료가 어려운 수준은 아닐 거라는 의미다. 다만 그는 “경증인 분들은 우선순위가 밀려 대기가 길어질 수 있지만, 더 급한 분들을 위해 양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성필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정성필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정 교수를 비롯한 응급실 의사들에게 남들 쉬는 연휴에 더 일한다는 건 너무도 자연스럽게 몸에 밴 일이다. 전공의 공백으로 과거 4~5명이 하던 일을 1~2명이 하는 요즘 같은 때에도 마찬가지다. 정 교수는 “혼자 근무할 때 찢어진 곳을 꿰매야 하는 환자가 1명이라도 들어오면 20~30분은 다른 환자를 못 보는 등 전보다 정말 힘들다”면서도 “몸이 불편해 오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순간 하나하나가 여전히 보람차다”고 말했다.

한양대구리병원의 김창선 응급의학과 교수도 “전공의 이탈 후 원래 한 번에 전문의 1명씩만 근무하는 상황이지만, 추석에는 2명씩 근무할 예정”이라며 “힘들지만 근무를 더 늘려야 버틸 수 있으니 그러기로 한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추석 연휴는 간신히 넘기더라도, 응급실 의사들의 신체적·심리적 피로도는 갈수록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번 의·정 갈등으로 떠난 전공의들 대다수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전망은 이들을 심적으로 더 지치게 한다. 윤재철 전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이 유지되려면 전공의가 계속 배출돼야 하는데, 지방일수록 당분간 더 배출 체계가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최소 몇 년은 함께 일할 전공의가 없을 거라는 게 우울감을 더한다”고 말했다.

김창선 한양대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왼쪽, 윤재철 전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사진 각 병원


응급실 전공의 부족뿐 아니라, 최종 치료를 담당할 배후 진료과나 협진해야 하는 과에 인력이 부족한 문제도 심각하다. 정 교수는 “어젯밤에도 경련하는 환자 수용 문의가 왔는데, 병원에 한명 뿐인 신경과 교수님이 안 계셔 받을 수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도 “환자를 최대 20명까지 혼자 보고 있어 내가 실수하면 ‘끝이다’라는 부담감이 크다”며 “이제는 영상의학과 당직 의사도 부족해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어도 오롯이 나 혼자 보고 판독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전체 409개 응급실 중 24시간 운영이 불가한 병원은 4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력 부족 상태가 더 오래 지속되면 언젠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응급실 의사들의 공통된 우려다. 10명 안팎의 전문의들이 돌아가며 근무를 서는 응급의학과 특성상, 1명이라도 결원이 생기면 나머지 인력의 업무 강도가 급격히 올라가 연쇄 사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점점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며 “여기서 몇 명 더 줄어들게 되면 나머지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갑자기 인력이 뚝 떨어지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 3월까지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버터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 진료해도 법적 리스크에 처하는 문제 등을 해소해 젊은 의사들이 응급실에서 일할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도 “대학병원 응급실은 치료가 까다로운 환자들이 오지만, 보상은 적고 의료 소송으로 한순간에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곳으로 인식되는 게 요즘 현실”이라며 “응급실·중환자실처럼 중증 환자를 보는 의사들이 거기서 일하고 싶게끔 환경을 조성하는 대책을 어떻게든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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