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와 같이 학교 다녔다"…딥페이크 피해 고3 부모의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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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저녁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열린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긴급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내 딸의 얼굴에 나체를 합성한 가해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친구였던 있던 옆 반 동급생이었어요. 학폭위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신고했지만, 피해를 증명하는 건 온전히 제 몫이었죠. "
최근 딸의 딥페이크허위합성물 피해 사실을 학교에 신고한 한 지역의 고3 학부모 A씨는 두 달 넘게 이어진 ‘힘든 싸움’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A씨는 딸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직후 가해 학생을 학폭위에 회부했지만, 학폭위는 두 달 만에 가해 학생에게 강제전학 처분을 내렸다.
김영희 디자이너
A씨의 딸 역시 딥페이크 피해를 당한 학생 중 한 명이다. A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경찰 수사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가해자 측은 사과 한 번 없었다”며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알게 되면 가해자 반성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인터뷰는 익명으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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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위 신고했지만…학교는 “처벌 약할 것” 미온적 태도
딥페이크 이미지. 중앙포토
Q : 어떻게 범죄 사실을 알게 됐나
A : 가해 학생이 모 연예인의 얼굴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든 혐의로 몇 달 전부터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경찰이 여죄를 밝히던 중 우리 딸의 얼굴을 확인하겠다며 전화가 왔다. 수사관이 딸의 얼굴에 다른 여자 나체가 합성된 사진을 한장 보여줬다.
Q : 가해 학생과 평소 친한 사이였나
A : 딸에게 가해 학생이 누군지 얘기해줬더니, SNS 상 친구라고 했다. 한 다리 건너 아는 사이인데, 작년 하반기쯤부터 친구 맺기를 계속 요구했다고 한다. 앞에선 친한 척하고 뒤에선 몇 달 동안 그런 못된 짓을 한 거다.
Q : 학폭위 신고는 바로 했나
A : 그렇다. 신고하러 가니 학교는 이미 가해 학생의 혐의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신고해도 높은 수위의 처벌이 나오기는 힘들고, 가해 학생의 반성을 바라기는 더더욱 힘들다’는 식의 미온적인 말만 들었다.
학폭 소송을 다수 경험한 전수민 변호사는 “딥페이크 범죄는 비대면 폭력이기 때문에 처벌이 약하게 나오는 실정”이라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 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학교, 학급이 다른 경우가 많아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등 높은 수준의 징계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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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위 결과 나올 때까지 분리, 회복 조치 전무”
A씨는 “피해 사실을 증명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경찰이나 학교의 도움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가해 학생이 학교에 다니는 걸 알면서도 딸을 등교시키는 것도 견디기 어려웠다고 했다.
Q : 학폭위 과정은 어땠나
A : 경찰은 내게 신원 확인 차 보여준 사진도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제공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수사 중임을 확인해주는 사건사실확인원, 피해로 인해 각종 기관에서 상담 받았던 내역 정도만 제출했다.
Q : 피해자에 대한 학교 측의 조치는
A : 반이 다르다는 이유로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도 해주지 않았다. 아이의 학폭위가 진행된 후 ‘힘들면 조퇴해도 된다’ 정도의 얘기는 들었다고 한다.
Q : 가해자로부터 사과는 받았나.
A : 없었다. 가해 학생이 특정돼 조사를 받기 시작한 때부터 내가 사실을 알게 된 6월까지 충분히 사과할 시간은 있었다고 본다. 그 와중에 가해 학생이 멀쩡히 대입 준비를 하고 있단 소리를 들으니 화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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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찰에 신속히 알려 가해자 찾는 게 중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양성평등 인식개선 및 갑질예방 캠페인에 참여하여 직원들과 포토존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교육부를 만들기 위한 다짐과
교육부는 학교책임·담임교사, 학교전담경찰관·117학교폭력신고센터·1366여성긴급전화·112경찰·1377-3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신고하거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지역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기관·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영상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허위영상물 삭제를 위해 사설업체를 찾았다가 온라인 재유포 등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지·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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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서지원 choi.minj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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