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열대 코리아…서울이 방콕보다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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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 높아 ‘체감더위’ 더 심해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인 29일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일러스트=백형선 그래픽=백형선 뜨겁고 축축한 바람은 낮 동안 햇볕에 달궈진 지표의 열기를 가두는 효과가 있다. 바다가 뜨거워질수록, 고온 다습한 바람이 더 많이 불어들수록 우리나라 여름은 더 더워지는 셈이다. 태국은 계절이 3개로 나뉜다. 현지어로 ‘르두 런’3~5월은 온도·습도가 절정에 달하는 한여름, ‘르두 폰’6~10월은 스콜이 쏟아지는 우기, ‘르두 나우’11월~이듬해 2월는 우리나라 봄가을처럼 비교적 선선한 건기乾期이자 겨울이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이런 동남아의 일 년을 압축해 놓은 듯 변해가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초여름인 6월에 기온이 서서히 오르다가, 6월 말~7월 말 장마가 찾아오고, 8월엔 폭염에 시달리는 패턴을 보여왔다. 그런데 2020년대 이후로는 장마가 끝난 8월에도 장마에 버금가는 비가 내리고 있다. 2020년 8월 7~8일 이틀간 347.8㎜의 비가 내려 발생한 섬진강 유역 홍수, 재작년 8월 8일 서울 강남을 잠기게 한 시간당 141.5㎜의 집중호우 등 장마는 더 이상 ‘한 해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시기’가 아니게 됐다. 마치 동남아의 우기처럼 여름철 내내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의 ‘스콜’과 비슷한 현상도 자주 발생한다. ‘스콜’은 낮 동안 강한 일사로 지표의 수분이 증발해 오후쯤 일시에 퍼붓는 강수 현상이다.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하다가 대기 중 수분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순간 폭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스콜이 내리지 않지만, 스콜에 버금가는 위력을 가진 강한 소나기가 최근 쏟아지고 있다. 하루 30~60㎜의 소나기가 26~28일 내내 퍼부었다. 한 번 내릴 때 시간당 30~50㎜로 강하게 몰아쳤다. 장마가 끝물에 다가온 현재는 높은 온도, 높은 습도가 동남아식 극한 더위를 부추기고 있다. 30~31일 최고기온은 36도로 예보돼 평년최고 32.8도을 3도 이상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남풍이 계속 불어드는 상황에서 현재 한반도 대기 상·하층을 각각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장악하고 있어 마치 이불을 덮은 듯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고 있다. 일사가 강해지는 8월에 들어서면 전역에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닥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극한 폭염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온열 질환자가 총 925명 발생했고, 이 중 4명이 사망했다. 지난 23일 경북 상주에서 밭일을 하고 돌아온 60대 남성이 고열에 시달리다 다음 날 오전 8시쯤 숨졌고, 25일 전남 장흥에선 80대 여성이 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7일엔 가수 싸이의 광주광역시 콘서트 현장에서 온열 질환 등 의심 환자 82명이 발생해 이 중 4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폭염의 영향으로 닭, 오리 등 가축 폐사도 급증하고 있다. 올여름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10만8847마리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피해1만8893마리의 5.8배에 달한다. 닭·오리 등 가금류가 9만8271마리로 가장 많았고, 돼지도 1만576마리가 죽었다. 이런 변화는 결국 한반도가 온대기후에서 아열대기후로 바뀐다는 것을 뜻한다. 기상청은 최악의 경우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에 우리나라 전역이 아열대기후로 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열대기후가 되면 일년 중 9개월 넘게 기온이 영상 1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한 해 강수량이 2000㎜ 정도로 늘어난다. 현재 우리나라 평년1991~2020년·30년 연 강수량은 1306.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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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박상현 기자 blue@chosun.com 김영우 기자 zerocow@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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