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람 없다며 두 명도 벅찬 일 맡겨…쓰러진 게 남편 탓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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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척한 쿠팡 프레시백을 접고 있는데, 누군가 ‘여기 사람이 쓰러졌다’고 소리를 질렀어요. 쿠팡 캠프에서 누가 쓰러졌다는 말을 자주 흔하게 들었던 데다 처리해야 할 프레시백이 밀려와 신경쓰지 못했어요. 그런데 또 소리 치길래 가봤더니 제 남편이더라고요.”
지난달 18일 새벽 2시10분께 경기 시흥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씨엘에스 시흥2캠프에서 프레시백다회용 보냉가방 세척작업을 하던 일용직 노동자 김명규48씨가 숨졌다. 김씨가 숨질 당시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던 김씨의 아내 우다경52씨는 지난 5일 경기 시흥 자택에서 한겨레와 만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우씨는 남편의 죽음이 쿠팡의 부실한 인력관리와 그에 따른 과중한 업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쿠팡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토목회사의 관리자로 일했던 김씨는 “아픈 아들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주말에 쿠팡씨엘에스에서 일하게 됐다. 지난달 12일에는 쿠팡씨엘에스의 다른 캠프에서 일했고, 17일과 18일에는 시흥2캠프에서 일했다. 근무시간은 자정부터 오전 9시까지로 김씨가 숨진 것은 시흥2캠프에서의 둘쨋날 근무를 시작하고 2시간 남짓 뒤였다. 우씨는 “남편이 쓰러지기 10분 전 내게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는데도 쉬지 못하고 일했다”며 “쓰러지고도 그냥 일어날 줄 알았다. 진짜 죽을 줄 몰랐다”고 울먹였다.
우씨는 쿠팡의 부실한 인력관리가 업무 과중으로 이어져 김씨가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우씨는 “프레시백 세척 작업은 한 라인당 4인1조로 진행되는데, 당시 옆 라인에서 한 명이 부족했다”며 “남편이 옆 라인 프레시백 적재 작업까지 떠맡았고 두 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 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레시백 세척 작업은 세척기에 프레시백을 한 장씩 투입해 닦고, 박스형태로 접은 뒤, 프레시백을 포장해 적재한 다음 옮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김씨는 노동 강도가 높은 프레시백 포장·적재 일을 맡았다고 한다. 한 팰릿에 적재하는 프레시백은 120개로, 우씨는 “프레시백이 아무리 가볍다고 해도 120개가 쌓인 팰릿 하나를 사람이 옮기는거라 힘들다”고 말했다.
쿠팡 쪽은 “고인은 설계감리기업 현장 관리자로 재직하면서 총 3회 휴일에 쿠팡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지병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숨진 당일 근무시간이 두 시간에 불과해 업무 과중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씨는 “남편은 관리자로 일해 체력적 부담은 없었다. 평소에도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지난 7월 김씨의 건강검진 결과에는 경증 고혈압과 만성 위염이 있었으나, 그밖에 특별한 지병은 없었다. 사망 직후 병원에선 김씨의 사인이 ‘심근경색’이라고 했다. 우씨는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부검을 요청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우씨는 남편의 죽음 이후 쿠팡씨엘에스의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쿠팡 사람들이 남편 장례 내내 장례식장 앞에 상주했고,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합의금을 제시했다”며 “남편이 시흥2캠프에서 이틀 밖에 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본인들쿠팡 잘못이 아니라며 유족들에게 책임을 미뤘다”고 했다. 이어 “인력 관리가 안돼 남편에게 일이 몰렸고 그러다 쓰러진 건데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냐”며 “쿠팡에게 바라는 것은 쿠팡이 자기 잘못을 인정해달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씨가 쓰러진 곳과 같은 작업장에서 한 노동자가 심정지로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은 김씨가 숨진지 8일 만인 지난달 26일 쿠팡씨엘에스 시흥2캠프에서 분류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작업 도중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해당 노동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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