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화분서 자라는 마약…포털에 대마초 식물재배기 버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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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열린 다크웹 마약류 판매상 적발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마약류 압수품이 진열돼 있다. 2024.7.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1. 서울 관악구에 사는 20대 남성 A 씨는 최근 대마 종자 50개 이상을 인터넷에서 구했다. 이후 자택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 6월 경찰에 적발돼 이번 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A 씨는 대마초를 직접 흡연하거나 판매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2. B 씨는 2017년 7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화분 3개에 대마초 종자 6개를 나누어 심고 이를 수확했다. 이후 은박지로 만든 파이프에 대마를 넣고 흡연했다. 필로폰 투약까지 한 B 씨는 결국 경찰에 적발돼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자택에 식물재배기 등 장비를 갖춰 판매 목적이 아닌 기호 목적으로 대마를 소량 재배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최근 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대마나 양귀비를 몰래 재배하다가 적발된 밀경사범은 2902명이었다. 2022년보다 70% 이상 늘어난 수치다.
국가수사본부 마약조직범죄수사과 관계자는 "주거지 안에 재배 장비를 갖춰놓고 소량을 재배하는 경우는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며 "판매 목적이 아니라 개인이 흡연할 목적으로 재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재배기나 LED 등의 장비를 통해 키우기도 한다. 포털사이트에 대마초 식물재배기라고 검색해보니 9만여 개 제품이 나왔다. 대마초 LED 라이트라는 이름의 해외직구 제품은 2만 원대에 판매 중이었다. 한 일선 경찰은 "대마를 키울 수 있는 식물재배기는 보통 해외 제품"이라고 전했다.
자택 내 마약 재배 적발은 쉽지 않다. 야외 재배는 시민 눈에 띄기 쉽고 순찰을 통해 적발할 수 있지만, 실내 재배는 외부와 단절되어 있어 단속이 어렵다. 특히 판매 목적이 아닌 경우 매수자가 없어 첩보 입수도 쉽지 않다.
경찰은 지인 제보와 냄새 등에 의존해 첩보를 입수하고 있다. 마약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은 "본인이 지인이랑 흡연하려고 키우다가 지인의 제보로 적발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냄새를 통해 적발하기도 한다. 대마를 필 때 나는 냄새가 강해 이를 수상히 여긴 주변 시민의 제보가 큰 역할을 한다.
현행법상 개인이 허가받지 않고 대마를 단순히 재배하기만 해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마약류관리법 제4조에 따르면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가 대마를 재배, 소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해외에서 대마를 처음 접하고 한국에 와서 혼자 피우려고 몰래 소량만 재배하는 분들이 많다"며 "투약을 하지 않고 재배만 해도 처벌 대상이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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