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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걸 왜 부순대요?"…100억 들인 속초 랜드마크 비상 [혈세 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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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8회 작성일 24-12-1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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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관광객 유인하는 속초 관광 명소
영랑호수윗길·속초아이 대관람차 철거 위기
수십억 혈세 들였는데 모래성처럼 무너지나
"행정 참사 아닌가"…시민들 분통

사진=연합뉴스


푸르른 동해와 고즈넉한 호수가 아름다운 강원도 속초시에 가보셨나요? 볼거리, 먹거리가 가득한 속초에는 작년에만 무려 25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이곳에 토박이, 외지인 모두에게 달갑지 않은 이야기가 무성합니다. 랜드마크 격인 관광 명소 여러 곳이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입니다.

대관람차 속초아이. / 사진=홍민성 기자


민선 7기 시절인 2021년 11월 영랑호에 설치한 부교浮橋 영랑호수윗길, 2022년 3월 속초해수욕장에 솟은 대관람차 속초아이가 그 주인공입니다. 각각 생태계 파괴, 불법 건축 등의 이유로 철거 명령이 내려진 상태랍니다. 수십억원 규모의 혈세를 투입한 대형 사업이 3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는데, 졸속 추진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상을 들여다보고자 한경 혈세 누수 탐지기혈누탐 팀이 속초로 달려갔습니다.
"이 멀쩡한 걸 왜 부순대요?"…26억짜리 다리의 불편한 진실

영랑호수윗길을 거니는 시민들. / 사진=속초시청


속초시는 2021년 11월 시 북부권의 활성화를 위해 영랑호를 가로지르는 부교 영랑호수윗길을 사업비 26억원을 투입해 설치했습니다. 길이 400m, 폭 2.5m인 이 다리는 어느덧 연간 60만여명의 발걸음이 모이는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혈누탐팀이 속초 영랑호를 찾은 지난달 말,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늦가을 날씨가 압권이었는데요. 시민들은 뛰거나, 사진을 찍거나, 저마다 영랑호수윗길을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처럼 시민들이 잘 이용하고 있는 다리가 왜 갑자기 철거 위기에 놓인 걸까요. 부교 건설 추진 초기부터 환경단체가 생태계 파괴 가능성을 주장했는데도, 시가 설치를 강행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환경단체는 주민소송을 제기, 1년간 진행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7월 철거 결정이 법원에서 내려졌습니다. 3년에 걸친 소송을 통해 시가 사실상 묵살했던 환경단체의 주장이 옳았다는 불편한 진실이 밝혀진 겁니다.


환경단체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전前 시장의 잘못된 결정으로 자연 호수인 영랑호에 들어선 부교는 생태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가 있음이 확인됐다. 이제는 재판 결과에 따른 부교 철거의 신속한 이행만이 남아있다"며 "일반 시민이 위법을 찾아내기 쉽지 않고, 긴 시간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부교 철거라는 결실을 맺은 것은 시민의 승리"라고 말했습니다.

영랑호수윗길. / 사진=홍민성 기자


법원은 지난 7월 부교 철거를 명령했으나, 아직 철거는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철거 관련 예산 및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 등 시의회 동의가 필요한데, 시가 철거 결정 이전 시민 의견 수렴과 의회와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의회에서 멈춰 세운 겁니다. 방원욱 속초시의회 의장은 "시민들의 의견을 투명하고 폭넓게 수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시의회 의견을 시가 무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속초시청 관계자는 철거 시점에 대해 "법원의 결정문에 따라 지속적으로 철거를 추진하곤 있지만, 시 차원에서 강행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적법 절차에 맞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철거 시 막대한 혈세가 또 투입되지 않겠냐는 지적에는 "철거 시 비용은 시 예산으로 집행될 예정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영랑호수윗길. / 사진=홍민성 기자


부교 철거에 따른 지역 상권 침체 우려에 대해선 "아직 상인들과 소통하거나 기획하고 있는 내용이 따로 없다"면서도 "추후 철거가 되면 주변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선에서 기획할 수 있는 대체 관광 사업 등을 모색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당장 영랑호 인근 상인들이 모인 영리단길번영회가 "영랑호 주변 56개 업소의 영업과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어, 시의 진솔한 소통과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랑호수윗길에서 만난 관광객 장모30씨는 혈누탐팀에 "이 멀쩡한 걸 왜 부순다는 건가. 이 동네는 돈이 썩어 남아도나 보다"라고 황당해했습니다. 철거 결정 막전 막후를 알지 못하는 관광객이나 시민들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관광객 홍모33씨는 "이미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데, 재정비하는 방향도 고려해볼 법하지 않냐"며 "무작정 철거한다는 건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런던아이 못지않은 랜드마크 됐는데…철거 명령?

대관람차 속초아이와 테마파크. / 사진=홍민성 기자


속초해수욕장 입구에 세워진 대관람차 속초아이도 영랑호수윗길과 처지가 비슷합니다. 2022년 시는 행정봉사실을 철거하고 봉사실이 있던 부지에 대관람차 1대와 4층 규모의 테마파크 1개 동을 지었습니다. 투입된 사업비 규모는 92억원, 봉사실 철거 등 과정에도 시 예산이 활용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준공된 대관람차는 개장 후 약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속초의 대표 랜드마크가 됐습니다. 영국 런던의 대관람차 런던아이 못지않다는 호평도 잇따랐습니다.

혈누탐팀도 대관람차에 탑승해봤습니다. 푯값은 일반8세 이상 1만2000원, 소인4~7세 6000원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관람차를 타고 올라가다 보니 푸른 동해와 속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그야말로 절경이었습니다. 아파트 22층 높이라 그런지,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는 손바닥에 땀이 나기도 했습니다. 15분에 걸친 대관람차 탑승 후 만난 가족 단위 관광객 윤모29씨는 "처음엔 비싸다는 생각도 했는데, 막상 타보니 한 번쯤은 타볼 만한 것 같다"고 웃어 보였습니다.

이런 명소가 철거된다고 하니 아깝고, 안타까웠고,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시는 올해 6월 속초아이 대관람차 운영업체 측에 대관람차와 탑승동 건물 철거를 명령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 거대한 시설을 부수라고 한 걸까요. 바로 대관람차가 들어선 곳이 위락시설을 지을 수 없는 자연녹지인데다 대관람차를 타고 내리는 탑승장은 공유수면 위에 설치됐던 겁니다. 애초에 있으면 안 될 곳에 관람차가 들어섰던 것이죠.

대관람차 속초아이에서 내려다보는 동해, 속초 시내. / 사진=홍민성 기자


대관람차 운영사인 쥬간도 측은 시의 판단에 불복해 곧장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이 올해 7월 "시의 행정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다"며 업체 측 주장을 인용함에 따라 업체는 일단 한숨 돌리고 다시 손님을 태우고 있습니다. 적법성 논란 말고도 사업을 추진한 김철수 전 속초시장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시끌시끌합니다. 김 전 시장 등은 특정 업체가 선정되도록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올해 10월 재판에 넘겨져 있습니다.

대관람차 속초아이. / 사진=홍민성 기자


운영사 쥬간도 측은 속초시의 인허가에 따라 사업을 진행했을 뿐, 업체 귀책 사유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쥬간도 관계자는 "속초아이 건물 해체 명령은 속초시장의 위법한 행정행위로, 구체적인 법적 근거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설치 당시 정상적인 절차에 맞춰 인허가를 받았으며 행정안전부 감찰 결과와 징계요구서에도 쥬간도 측에 귀책 사유가 있다는 언급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속초시의 철거 처분은 기부채납으로 시민의 재산이 된 100억원 이상의 대관람차 시설을 직권 남용해 임의로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위법한 행정행위로 귀사에 대한 속초시의 손해배상책임까지 감안하면 속초시장이 시민에게 수백억원 이상의 불법 행위를 전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속초시청 관계자는 "시에서는 속초아이가 위법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법원에서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인용한 상황이기 때문에 바로 철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아직 소송 변론 기일도 잡히지 않는 등 재판 과정이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역시 철거에 혈세가 투입되지 않겠냐는 전망에는 "철거 예상 시점이나 비용에 대해 의논되고 있는 부분은 없다"면서 "재판부에서 철거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설치·운영사가 자진 철거해야 하기 때문에 시 차원에서 시 예산으로 철거될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행정 참사 아닌가"
영랑호수윗길과 속초아이 대관람차에서는 졸속 행정에 따른 혈세 낭비라는 공통점이 포착됩니다. 두 사업 모두 추진 전 타당성 조사에 조금만 더 공을 들였다면 이런 모래성은 생겨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속초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돌아가겠죠. 대관람차 인근의 한 노점상은 "당장은 안 없어진다고 하는데, 걱정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영랑호수윗길에서 만난 시민은 "이것이야말로 행정 참사가 아닌가"라고 혀를 찼습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부실한 행정으로 인한 세금 낭비로 보는 게 맞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시설에 기댄 관광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만하다. 이 경우 속초시는 애초에 접근을 잘못한 것이고, 더욱이 그에 따른 행정절차마저도 부실했던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속초=홍민성/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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