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고 미치겠다"…비상 걸린 응급실 앞 구급대원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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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재·안효정 기자] “요새는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열 번 넘게 거는 일이 많아요. 20~30번 넘기는 경우도 있어요. 문제는 그렇게 돌리고도 환자를 수용하는 곳을 찾기가 정말 어려워요.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때보다 힘들어요. 다가오는 추석이 너무 두렵습니다.”
5일 사설 구급대원 A씨가 응급환자 이송을 끝낸 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에 ‘응급 상황’이 도래했다. ‘의료공백’ 장기화로 119구급대원들과 사설구급대원들에게 ‘응급실 뺑뺑이’는 일상이 됐다. 구급대원들은 “전화기에 불이나다보니 ‘전화포비아전화 받는 것이 공포스러운 현상’를 겪고 있다”라는 말을 공통적으로 털어놨다.
사설 구급대원 B씨는 “‘전화포비아’에 걸릴 정도로 환자를 위해 힘쓰고 있는데 너무 힘이 든다”라며 “말 그대로 전화에 불이 난다. 안받으면 끊고, 다른 병원에 전화하고 안받으면 또다른 병원에 전화하고요. 이걸 수십, 수백번씩 반복하는데 정말 미칠 지경이에요. 환자가 옆에서 힘들어하고 있는데, 정신없고 답답합니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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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해 2월부터 최근까지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병원을 찾고 있다’는 구급대의 요청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이송병원 선정 건수는 총 11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19건 대비 131% 증가했다.
기존에는 구급대에서 직접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구급대에서 직접 응급처치를 하며 병원을 찾기에는 업무 부담이 너무 커 소방청은 올해 2월부터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역할을 강화해왔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응급실 의료진이 부족해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이 늘어난 것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19 구급대원 C씨는 “응급실 도착해도 환자가 바로 들어가는 것도 아닌 것이 문제”라며 “기다리는 시간도 매번 다르다. 때로는 3~4시간씩 기다리기도 한다. 한참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돌려보내는 곳도 있다. 정말 한 마디로 ‘복불복’인데, 그날의 운에 맡기고 살고 있다”라며 희미하게 웃었다. 최근에는 응급실 11곳에서 이송 거부를 당한 28개월 여아가 한 달째 의식불명에 빠져 있다는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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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에서 받은 구급대 재이송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10일까지 구급대가 환자를 네 차례 재이송한 사례는 17건이다.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도 지난해16건와 2022년10건의 기록을 웃돈 셈이다.
국립의료원 종합의료센터 종합의료상황판에 ‘수용 불가’ 응급실이 공지되고 있지만, 더 빠른 정보를 위해 구급대원들 사이에서는 ‘현재 갈 수 있는 응급실 상황 오픈채팅방’이 만들어지고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설 구급대원 D씨는 “전화를 돌리기가 너무 힘이 들다 보니 구급대원들 사이에 ‘오픈채팅방’이 만들어져 있다”라며 “‘4일 밤 소아 응급환자가 있을 경우 특정 병원으로 가면 된다 등의 내용이 공유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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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노조 조정암 구급국장은 “이전보다 구급대원들이 현장에서 환자를 돌봐야 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나게 됐다”라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해서 현재의 시스템이 다시 정상화돼야 하고, 현장에서 뛰고 있는 구급대원들의 충원과 휴식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응급실 대란’을 막기 위해선 응급 처치와 최종 치료를 분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결국 응급처치와 최종치료가 분리되지 않으면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돌봐야 하는 사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brunch@heraldcorp.com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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