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만 원 이하 도시락 가게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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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 한 통에 만 원 이상... 가성비 높이려면 발품을 팔 수밖에
[임경화 기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전 6시 10분 전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오늘은 특수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도시락 단체 주문이 있어 마음이 급하다. 강서농수산물센터의 새벽 경매시장은 부지런한 상인들로 활기차다. 나보다 반 바퀴는 먼저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나를 포개 넣으며 그 기운을 받아본다. 재료는 농수산물 시장에서 먼저 축산시장에 들러 돼지고기를 제육볶음용으로 주문해 놓고 공산품 도매마트로 올라간다.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햄 종류와 마카로니 샐러드 재료를 사야 한다. 파스타 소스로 마카로니를 샐러드로 만들 생각이다. 달콤한 건포도와 소스 만들 마요네즈와 굴소스 그리고 몇 가지 양념을 구입했다. 1층으로 내려와 미리 주문한 고기를 찾아 야채시장으로 간다. 요즘 양배추가 한 통에 만 원이 넘기도 한다. 필수 재료인 당근과 대파, 싱싱한 꽃상추를 박스로 구입했다. 야채는 주요리에 쓰이는 부재료인데 요즘 가격이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다. 제육용 고기가 킬로그램당 7500원 하니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줄곧 새벽시장을 고집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당연히 재료비를 줄일 수 있어서다. 편하게 가게로 배달해서 물건을 받는 가게도 사실 많다. 그렇게 하면 시간도 절약하고 몸도 편할 수 있겠지만 원가가 높아지니 음식 가격을 저렴하게 매길 수가 없다. 요즘 뉴스에 매일 보도되는 것처럼 직장인들의 점심값이 만만치 않다. 냉면 가격이 만 오천 원까지 가고 김밥도 한 줄에 오천 원 하는 시대다. 점심값이 부담되는 직장인들이 집에서 도시락을 싸 오거나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다는 소식도 자주 듣는다. 다행히 아직까지 우리 가게는 만 원 이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가성비가 높아야 만족도도 높다는 원칙을 지키려면 조금 피곤해도 새벽시장에 가서 발품을 판다. 메모지에 가득 채운 장보기 리스트에 빠진 것은 없나 확인하고 가게로 돌아오면, 남편이 좋아하는 스팸을 굽고 계란 스크램블과 배추김치, 따뜻한 밥으로 아침을 먹는다. 전쟁 같은 도시락 싸기가 끝나면
그 다음 전쟁?이 시작된다. 우선 고기를 설탕, 후추, 마늘 넣어 재워두고 시원한 콩나물국을 끓인다. 잘 익은 배추김치는 가지런히 썰어놓고, 마카로니를 오일을 넣어 삶아낸다. 그래야 탱글탱글하고 붙지 않는다. 햄을 ?게 썰어 야채와 굴소스로 휘리릭 볶아내고, 채반에 건져둔 마카로니를와 파프리카는 잘게 조각내고 건포도를 넣어 마요네즈로 버무린다. 그리고 오늘은 미리 담가둔 깻잎 장아찌를 꺼낸다. 고기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잘 맞는다. 도시락에 삼추쌈을 어떻게 넣으려고 하냐며 남편이 말렸지만 꽃상추를 흐른 물에 한 장 한 장 씻어두고 쌈장도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참기름과 대파 총총 썰어넣고 나만의 시그니처 쌈장을 완성했다. 남편이 제육볶음 고기를 익힐 동안 나는 도시락에 그림 그릴 준비를 한다. 배추김치 옆에는 초록빛 장아찌 그리고 선홍색 햄 볶음과 알록달록한 마카로니 샐러드를 예쁘게 담고 꽃상추는 네다 섯장씩 가지런히 챙긴 다음 한 켠에 쌈장을 담는다. 그 사이 완성된 제육볶음과 노란 차조밥을 담고 콩나물국을 국컵에 담으면 오늘의 도시락 완성이다.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들과 선생님 도시락을 서둘러 싸서 보내고 한숨 돌리기가 무섭게 단골 고객들의 주문전화가 울리기 시작한다. 새벽부터 장 보고 와 부지런히 만든 도시락을 열어놓고 직장 동료와 상추쌈에 고기를 얹어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행복한 상상을 해 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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