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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1명이 12시간 책임지라니"…응급실은 밤이 더 두렵다 [폭풍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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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2회 작성일 24-09-0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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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12시10분쯤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응급실 앞에서 환자와 의료진 등이 오가는 가운데 응급 이송대원이 환자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산=김민주 기자

3일 오후 12시10분쯤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응급실 앞에서 환자와 의료진 등이 오가는 가운데 응급 이송대원이 환자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산=김민주 기자

3일 오후 1시 강원도 춘천시 강원대병원 응급실. 현황판이 환자 9명의 진료 상황을 알리고 있다. 낮 시간대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이 성인 환자의 진료를 도맡고 있다. 지난달까지 5명의 전문의가 2교대 근무를 했다. 하지만 최근 2명이 휴직했다. 이날 만난 의료진은 “5명이 돌아가며 24시간 근무하는 것도 어려운데 3명이 야간 당직까지 하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전공의 4명이 빠져나간 후 상황이 악화했다. 결국 병원 측은 지난 2일부터 응급실의 성인 야간 진료오후 6시~이튿날 오전 9시를 무기한 중단했다. 개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병원 관계자는 “원래도 응급실 전문의가 부족해서 2년간 16번 채용 공고를 냈지만, 안 온다”라고 말했다. 전공의가 빠져나간 지 6개월, 응급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강원대병원은 지난 2일부터 응급실의 성인 야간 진료오후 6시~이튿날 오전 9시를 무기한 중단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강원대병원은 지난 2일부터 응급실의 성인 야간 진료오후 6시~이튿날 오전 9시를 무기한 중단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같은 날 오후 경기 수원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아주대병원 응급실. 입구에는 ‘한시적 축소 운영안내’가 붙어있다. 지난달 전문의 3명이 사직하면서 5일 축소 진료에 들어간다.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16세 이상 환자를 받지 않는다.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한 최중증 환자만 받는다. 이미 소아응급실은 지난 6월부터 수ㆍ토요일 최중증 환자만 진료한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지 않는 선에서 의료진의 업무 강도를 줄이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14명의 응급 전문의가 근무하다 3명이 그만뒀다. 최근 4명이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병원이 설득해 당분간 사직을 보류시켰다. 한 환자 보호자는 “남편이 암 환자라 간혹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면 응급실을 찾는다”라며 “하루만 환자 안 받는다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말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3일 충북 충주에 있는 건국대 충주병원. 이 병원 응급실은 지난 1일부터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간에만 운영한다. 야간오후 9시~이튿날 오전 9시과 주말에는 응급실 문을 닫는다. 충주=최종권 기자

3일 충북 충주에 있는 건국대 충주병원. 이 병원 응급실은 지난 1일부터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간에만 운영한다. 야간오후 9시~이튿날 오전 9시과 주말에는 응급실 문을 닫는다. 충주=최종권 기자


충북 충주의 건국대 충주병원은 지난 1일부터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한다. 응급실 전문의 7명이 전원 사직서를 냈는데 그나마 2명이 마음을 돌린 덕분에 완전 휴진은 면했다. 응급실 환자도 대폭 줄었다. 정상 진료하던 지난달 26일 기준 이 병원 응급실을 들른 환자119 이송 환자 포함는 80여 명이었는데 3일 오후 5시까지 24명에 불과했다. 응급실에서 만난 김모45씨는 “큰 사고는 밤에 많이 일어나는데 야간 진료를 중단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응급실 붕괴 위기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현장은 태풍 전야 같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권역ㆍ지역 응급의료센터 180곳의 의사는 지난해 12월 대비 73.4% 수준으로 줄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지난해 12월 1504명에서 올해 초 전문의가 새로 배출되면서 지난 7월 1598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전공의 500여명이 뺘져나갔고 남은 의사들이 당직 횟수를 늘려가며 버텼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한계상황에 봉착했고 지난달 사직ㆍ휴직 등의 이탈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26일 기준 1587명으로 줄었다. 아직 둑이 무너지지 않았지만 구멍이 조금씩 커지는 양상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서울의 한 권역응급의료센터 A교수는 “의료공백 이후 사명감으로 6개월 ‘뼈를 갈아서’ 버텨왔지만, 도저히 안 되니 하나둘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 환자가 119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도 늘어나는 추세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2023~2024 병원 거부로 인한 환자 재이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응급실 재이송 사례는 4227건, 이 중 ‘전문의 부재’를 이유로 다른 응급실을 찾아야 했던 사례는 1771건이었다. 올해 1월~지난달 20일 응급실 재이송이 3597건, 전문의가 없어서 재이송된 경우는 1433건에 달한다. 김 의원은 “지금 사태로 봐서는 응급실 뺑뺑이가 예년보다 20~3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B 교수는 “병원 내부 상황이 비정상적이다 보니 평소라면 수용할 만한 환자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난다”라고 하소연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2020~2024 응급의료기관 중증도ㆍ종별 진료결과’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권역 응급의료센터에서 치료받은 최중증 환자KTAS 레벨1의 사망률은 26.1%로 지난해27.6%와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금까지는 남은 의료진의 헌신으로 사망자 증가 등의 사태 없이 버텨왔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실의 C 교수는 “예년에도 명절이면 환자가 몰려서 기진맥진하는데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의사들의 번아웃이 더 심해질까 봐 걱정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ㆍ김민주ㆍ김정석ㆍ황희규ㆍ박진호ㆍ최종권 기자 rhee.es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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