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일미화 새 역사교과서, 옛 국정교과서 베끼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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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일 미화, 이승만 독재 옹호 등으로 논란이 된 한국학력평가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표절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1’ 교과서에는 2002년 초판이 나온 7차 교육과정의 국정 국사 교과서와 같거나 비슷한 문장이 여럿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일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1’ 교과서를 보면, ‘일본에 전파된 삼국의 문화’라는 제목 아래 고구려·백제·신라가 일본에 다양한 문화를 전한 내용을 담고 있다. 7차 국정 교과서에 ‘삼국 문화의 일본 전파’라는 제목을 썼다. 두 교과서는 백제의 아직기가 일본 태자에게 한자를 가르친 내용부터 고구려의 담징이 호류사의 금당 벽화를 그린 내용 등의 서술 순서가 같고 5개가량의 문장이 거의 일치한다. 예컨대 7차 국정 국사 교과서는 “아직기는 일본의 태자에게 한자를 가르쳤고, 뒤이어 일본에 건너간 왕인은 천자문과 논어를 전하고 가르쳤다”고 썼는데, 한국학력평가원은 “아직기는 일본 태자에게 한자를 가르쳤고 왕인은 논어·천자문을 전하였다”고 썼다.
조선의 군사 제도를 설명한 ‘지방 행정 제도와 군사 제도’ 부분은 한 문단의 절반가량을 7차 국정 국사 교과서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의 “조선은 건국 초부터 군역 제도를 정비하여 16세 이상 60세 이하의 모든 양인 남자는 군역을 지게 하였다. 이로써 모든 양인은 현역 군인인 정군과 정군의 비용을 부담하는 보인봉족으로 편성되었다”라는 문장은 몇 글자를 제외하고 국정 교과서와 흡사하다.
한겨레가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다른 교과서를 검토해보니, 다른 교과서들에서는 위 두 대목과 비슷한 서술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를 확인한 경기도 한 고등학교의 역사 교사 ㄱ씨는 “특히 조선의 군사 제도 부분은 표절 의혹도 문제지만, 현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내용”이라며 “현재 중학교에서는 조선 시대까지 자세히 배우고, 고등학교는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다루는 식으로 ‘계열화’가 돼 있는데, 이 교과서는 편제 자체가 예전 국정 교과서를 따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2’ 교과서에는 2013년 역사 왜곡 논란이 있었던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와 비슷한 서술 방식도 나타난다.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에는 윤동주와 서정주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인물 탐구’ 활동이 실려 있다. 해당 활동의 마지막에는 “서정주 시인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토론해보자”고 적혀 있다. 이는 과거 교학사 교과서가 신채호와 최남선을 나란히 놓고 “최남선은 공과 과가 모두 있는데 함께 논한다면 어느 쪽이 클까?”라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이에 대해 전직 역사 교사인 한 대학교수 ㄴ씨는 “과거 교과서 서술 방식을 사람만 바꿔 쓴 것도 문제지만 서술 방식 자체가 위험하다”며 “일제와 독재 정권에서 권력의 양지만 따라가면서 살았던 사람을 뚝 잘라서 작품성만 끌어와 마치 중립적인 것을 제안하는 듯한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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