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하루 2만마리 새가 죽는다…투명유리방지법 1년 > 사회기사 | society

지난달 19일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오른쪽 안구가 파열된 천연기념물 솔부엉이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들어왔다. 구조센터는 열흘간 솔부엉이 치료에 전념을 다 했지만, 한쪽 시력을 완전히 잃어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판단에 결국 안락사가 이뤄졌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야생조류 800만마리가 해마다 건물 유리창, 투명방음벽 등에 충돌해 사망한다. 매일 2만마리, 3.9초마다 1마리 꼴이다. 이를 막기 위해 2022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이 개정됐고, 지난해 6월부터 공공기관이 투명창·방음벽 등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무를 갖게 됐지만 단순 권고에 불과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새는 눈이 머리 양쪽에 있어 앞쪽의 유리창을 발견하기 어렵다. 구조물이 유리처럼 투명하거나 빛을 반사하는 자재로 만들어졌을 경우 더욱 인식하기 힘들다.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는 1일 한겨레에 “구조센터가 문을 연 2011년에는 1월부터 8월까지 투명창에 충돌한 63마리의 새를 구조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320마리가 구조됐다. 5배 정도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야생생물법 시행규칙에선 공공기관은 조류 충돌을 막기 위해 투명창·방음벽 등에 점 또는 선형 무늬의 패턴을 부착하도록 돼있다. 장애물을 피해가려는 조류의 특성을 이용해 투명창은 ‘지나갈 수 없는 곳’이라고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이에 환경부가 기술자문, 조류충돌 방지 테이프를 제공하는 ‘건축물 ·투명 방음벽 조류충돌 방지 테이프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참여율은 저조하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2024년 지원 사업의 경우 지자체 9곳이 신청했고 그중 4곳이 선정돼 개별 연락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미온적인 태도는 야생생물법 조항이 단순 권고 사항이기 때문이다. 김선아 녹색연합 활동가는 “인간이 아닌 자연·환경 문제는 제도가 만들어져도 뒤처지기 마련이다. 단순 권고가 아닌 처벌 조항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영 조류충돌방지협회 연구원은 “다른 나라의 경우 새들이 주택의 큰 창문에 부딪히는, 개인 차원에서 조처해야 할 충돌 문제가 대부분이지만 우리나라는 국가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방음벽 등에 부딪히는 문제가 크다. 국가 차원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취재 도움: 조영은 교육연수생

고나린 기자 me@hani.co.kr, 조영은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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