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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0대 감전사 CCTV 입수…뒤늦게 발견하고도 40분 더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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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5회 작성일 24-09-0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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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대표, 자식 잃은 부모에게
공사 재개 처벌불원서 서명 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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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20대 노동자가 고압 전류에 감전돼 숨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그런데 사고 당시 이 노동자는 쓰러진 상태로 1시간 넘게 혼자 방치됐고, 이 모습을 찍고 있던 CCTV는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건설사 관계자들을 조사 중입니다.

김지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강동구의 아파트 공사 현장입니다.

꼭대기 층인 34층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마친 인부들이 현장을 하나둘씩 떠납니다.

23살 건설 노동자 김기현 씨는 타설장비 전원을 직접 끄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리모컨이 고장 났기 때문입니다.

전원 장치 문을 열고 손을 갖다 댄 순간 고압 전류에 감전됩니다.

몸을 떨던 김씨는 20여 초 만에 힘없이 쓰러집니다.

쓰러진 김씨를 비추던 CCTV가 30분쯤 지나 갑자기 움직입니다.

쓰러진 김씨 쪽으로 확대를 해보더니 김씨가 아예 보이지 않는 쪽으로 CCTV 각도를 휙 돌려버립니다.

40분쯤 지나 다시 숨진 김씨 쪽으로 CCTV가 돌아옵니다.

김씨는 여전히 혼자 쓰러져있습니다.

소방에 신고가 접수된 건 이즈음인 5시 26분이었습니다.

30분 동안 아무도 CCTV를 보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발견하고도 40분을 더 방치한 거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김씨가 일한 하청업체의 대표는 "김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 원청에 CCTV를 살펴달라고 부탁했다"며 "CCTV를 통해 김씨를 발견한 뒤 신고가 된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CCTV를 관리하는 원청 건설사는 왜 확인이 늦었고, CCTV가 갑자기 돌아간 건지 등을 물었지만 경찰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답만 했습니다.

경찰은 현장 관리자 및 CCTV 관리자 등을 불러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20대 청년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는데도, 하청업체 대표는 유족에게 사과 대신 서류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아들을 잃은 부모에게 요구한 건, 건설사 최고경영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에 서명해 달라는 거였습니다.

계속해서 김지윤 기자입니다.

[기자]

사고 직후 하청업체는 원청 감싸기에만 급급했습니다.

[하청업체 대표-김씨 아버지 통화 : 제가 구속되든 어쨌든 저는 처벌을 받아요. 원청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왜 그걸 사장님이 책임을 다 지냐고요.}]

원청도 그때까지 사과조차 없었습니다.

[김씨 어머니 : 원청에서는 아무런 연락이나 이런 접근 사과 없었고요.]

그리고 2주 뒤 합의를 하자며 김씨 부모를 찾아와 미리 만든 서류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처벌 불원서입니다.

사망한 김씨의 부모입니다로 시작합니다.

하청과 원청 최고 경영자와 임직원 등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 빨리 공사를 다시 할 수 있게 부탁드린다고 적혀 있습니다.

원청의 책임도 묻는 중대재해법 처벌을 피하기 위한 겁니다.

[김씨 어머니 : 공사를 빨리 진행하게 조치해달라는 문구가 너무너무 화가 났어요. 보자마자 그 사람들하고 말 한마디 안 하고 그냥 저희는 합의 못 한다고 나왔거든요.]

유족은 원청과 하청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씨 아버지 : 전기적으로 문제가 있던 장비고, 안전 관리자도 없었어요. CCTV로 누구 모니터한 사람도 없고…]

숨진 김씨는 퇴근이 얼마 안남았다는 메신저를 엄마에게 보낸 뒤 변을 당했습니다.

[김씨 어머니 : 이제 아들이 집에 올 줄 알았을 거 아니에요. 아들이 너무 놀라고 무서웠을 것 같고. 제가 좀 집에 안전하게 데리고 오고 싶었어요.]

그래서 부모님은 김씨의 유골을 아직 방안에 두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김관후]

김지윤 기자 kim.jiyun1@jtbc.co.kr [영상취재: 김준택 / 영상편집: 유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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