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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아이폰 비밀번호 거부…수사 난항, 해외서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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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0회 작성일 24-05-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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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잠금 해제 의무 없어
범죄 수사와 기본권 사이 갈등
일부 국가는 법제화 나서기도

최근 음주 뺑소니 사고를 저지른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나 배우 유아인씨 도피를 도운 공범 박모씨 등 주요 사건 피의자들이 아이폰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법원에서 발부한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은 범죄사실 관련 정보만 추출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머릿속에 있는 비밀번호는 알려줄 의무가 없다. 일각에선 흉악범죄에 한해서라도 휴대전화 잠금 해제를 강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복되는 아이폰 비밀번호 거부…수사 난항, 해외서도 논란

서울 중구 애플스토어 명동점에서 아이폰 15 시리즈를 고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29일 경찰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아이폰 비밀번호를 아예 풀지 못한다고 할 수 없다. 기종·버전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며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기기가 변화됨에 따라 분석 틀도 업그레이드된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제조사가 암호화 수준을 높이면 수사기관은 새로운 방법을 연구·도입한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은 신속한 수사를 위해 피의자에게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요구한다. 디지털 포렌식 장치를 동원해 잠금장치 해제를 시도할 수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풀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 비밀번호는 숫자와 영어 대소문자를 섞어 쓰면 무려 560억개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 비밀번호를 5번 이상 틀리면 1분 동안 휴대전화가 잠기고, 그다음부터는 한 번 틀릴 때마다 5분, 15분, 1시간 순으로 잠김 시간이 늘어난다. 10번 이상 실패 시 휴대전화에 저장된 데이터가 아예 영구 삭제된다.


해외에서도 범죄자 검거와 헌법상 권리 침해를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4년 9월부터 수사당국과 애플 사이의 공방이 지속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테러, 총기 난사, 마약 등 사건에서 애플에 비밀번호 잠금 해제를 요구해왔다. 반면 애플은 모든 이용자의 보안을 약화할 수 있다며 거부하고 있다. 2016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은 “당국의 요청이 헌법 정신을 해칠 수 있고 의회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라며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해제해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현재 미국 수사기관은 민간업체와 계약을 맺고 아이폰의 비밀번호를 풀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술업체인 셀레브라이트의 장비를 이용하면 아이폰에 잘못된 비밀번호를 입력해도 작업 지체, 중단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한 대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기 위해서 2~3억원의 비용이 들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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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포렌식 기기. [사진=아시아경제DB]


일부 국가는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 의무를 법제화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아동 음란물과 테러 등에서 비밀번호를 말하지 않으면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네덜란드에서는 형사소송법에 비밀번호를 풀라고 피의자에게 명령할 권한을 명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을 추진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중단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는 “헌법상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사안을 보기에 따라 다르다”라면서도 “흉악범이나 국가 안보와 관련된 피의자 등 중대한 범죄자에 대해 제한적으로라도 업체가 기술적 협조를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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