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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자격증도 없이 2000만원 상담권 판매…엉터리 심리 상담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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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6회 작성일 24-09-0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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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쉽게 자격증 따고 상담센터 오픈 가능
상담사 취득 자격증 공시 의무도 없어 지적
"자격증·경력 따지고, 국가 차원 관리 필요"
전문 자격증도 없이 2000만원 상담권 판매…엉터리 심리 상담 주의보

"평생 케어해준다는 말에 2,000만 원을 주고 회원권을 구매했는데 전문 자격증도 없는 사람이더라고요."

2018년 결혼을 앞두고 있던 김모35씨는 남자친구와의 갈등, 스트레스 해결을 위해 한 상담사를 찾았다. 연인, 부부간 갈등을 해결해 주는 것으로 이름난 이였다. 방송 출연, 저서 출간 등 화려한 이력을 믿고 김씨는 거금 2,000만 원을 결제했다. 무제한 상담 가능한 평생 상품권이었다. 당초 계약과 달리 주 1회 이상 상담은 어려웠지만, 이런저런 조언을 받은 끝에 김씨는 결혼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결혼 4년 만인 지난달 끝내 이혼 절차를 밟았다.

이혼이 다 상담사 책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김씨는 상담사가 자신의 결혼을 실적으로만 여겼다고 토로했다. 돌아보면 "일단 참고 기다려라" "순응하며 살 줄 알아야 한다" 같은 허황된 조언뿐이었다. 알고 보니 해당 상담사는 전문 자격증도 없었다. 김씨는 "투자를 강요하고 심지어 다단계 제품까지 판매했다"며 "몇 년 동안 상담을 받았지만 오히려 상처만 커졌다"고 호소했다.

정신 건강 전문가 상주 약물 없이 조현병 치료 부부·고부 갈등 해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심리 상담을 검색하면 떠오르는 각종 홍보 문구다. 심리 전문가들이 문제를 단박에 해결해주는 콘텐츠 등이 유행하며 상담사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으나, 정작 공신력 있는 자격을 갖춘 상담사는 만나기 어려운 현실이다.

자격증 난립, 공시 의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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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상담사 자격을 딸 수 있는 환경이 문제다. 2일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상담이란 이름으로 등록된 민간 자격증은 3,500여 개나 된다. 보건복지부가 주무 부처로 지정됐지만 신뢰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자격증 발급 기관이 정부에 신고만 하면 될 뿐 교육 내용의 전문성 등 별도의 요건을 충족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상담센터도 사업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열 수 있다.

비슷한 이름의 자격증도 난립한다. 상담심리사는 임상심리전문가와 함께 민간 기관인 한국상담심리학회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인정할 정도로 공신력이 있다. 반면 단어 순서만 살짝 바꾼 심리상담사 자격증은 인터넷 강의를 듣고 시험에서 60점을 넘기면 취득할 수 있다. 까딱하면 헷갈리기 쉽다. 실제 한 심리상담사 발급 업체는 1급 자격증을 쉽게 딸 수 있고 이를 토대로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상담사로 취업할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상담사가 어떤 자격증을 취득했는지 공시하는 의무도 없어 내담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더 어렵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업무 스트레스가 심해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려 했는데 인터넷 검색은 광고성 글로 도배돼있고, 아예 경력을 기재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결국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공신력 있는 자격, 3년 이상 경력 따져야"

비전문가의 상담은 오히려 내담자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성은 세명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우울과 불안만 하더라도 요인, 증상이 다양하다"며 "잘못된 처방이 내려지면 오히려 우울감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울 증세가 심할 때 나를 위한 시간을 즐기라는 조언을 듣고 과소비하게 돼 더 좌절한 사례도 있었다"며 전문성 없는 상담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먼저 상담사를 택하기 전 공신력 있는 자격, 경력을 꼼꼼하게 살피는 게 우선이다. 백소영 한국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는 "국가 기관에서 발급하는 자격증과 상담심리사, 임상심리전문가 등 공신력 있는 민간 자격증을 동시에 확보했거나 전문 분야에서 3년 이상의 경력을 확보한 상담사는 신뢰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회당 10만 원 넘는 과다한 비용을 요구하는 곳 등은 주의해야 한다.

내담자에게만 잘 고르라고 떠넘길 게 아니라 무분별한 자격증 발급 제한, 자격 취득 후 의무 재교육 등 국가 차원의 대안 마련도 거론된다. 박혜연 한국심리학회 심리서비스위원은 "관련 법령을 제정해 국가가 공인한 심리 전문가에게 상담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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