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람 잡은 땅꺼짐, 올 서울만 11건…4건 이유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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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시, 서대문구 등 관계기관 조사팀이 콘크리트를 들어내고 있다. 정은혜 기자
전날 이 도로에서는 면적 24m², 깊이 2.5m의 커다란 땅꺼짐이 발생해 이동 중이던 차량을 집어 삼켰다. 이 사고로 차량 운전자 80대 남성과 동승자 70대 여성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어 30일에도 사고 발생지 근처에서 땅꺼짐이 나타나자 서울시와 서대문구, 건설안전연구원 등 관련 기관이 총출동해 지반 상태 조사에 나선 것이다.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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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꺼짐 11건 중 4건은 원인 몰라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시내에서는 깊이 1m 또는 면적 1m² 이상 규모의 땅꺼짐이 11번 발생했다. 2014년 이후 올해까지 10년 8개월간 발생한 땅꺼짐 현상은 총 227건에 이른다. 전국적으로는 2015년 이후 매해 100건 이상 땅꺼짐이 발생하고 있고, 200건이 넘는 해도 여러 차례 나타났다.
김영희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도심 속 땅꺼짐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 일반적으로 도심 땅꺼짐은 풍화토단단한 암석이 풍화돼 만들어진 흙가 지하수에 의해 이동하면서 그 자리가 공동화텅 비게 됨할 경우 발생한다. 강한 폭우와 폭염으로 인한 가뭄 같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이런 공동화를 가속해 땅꺼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기후변화는 즉각적으로 땅꺼짐에 영향을 준다”며 “강우량이 많아도 땅속 흙이 쓸려갈 여지가 많아서 문제, 강우량이 적어도 땅속 공동화 현상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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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비폭염공사는 땅의 안정성 저해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인근 한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승용차가 구멍에 빠져 차에 타고 있던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현장에서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발생한 싱크홀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사진 장진영 기자.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강하고 많은 비는 땅꺼짐에 직간접적인 원인이 된다”며 “땅 밑 상황에 따라 흙층이 순식간에 쓸려갈 수도 있고, 오랜 세월을 두고 천천히 쓸려가면서 채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가 그친 뒤 장기간 이어진 폭염으로 인해 지하수가 마르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원철 교수는 “강우량이 적어도 지하수가 줄어들어 땅속에 공동이 나타나는데 지금 그런 상황일 수 있다”고 했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서대문구 불광천 산책로가 많은 비로 인한 수위 상승 탓에 통제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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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화토층 깊은 지역 대비 필요”
전문가들은 정밀한 ‘땅속 지도’를 활용해 도심 속 땅꺼짐을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교적 안정적인 지반 구조를 가진 서울도 극한 기상이 잦아질수록 ‘땅속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은 단단한 화강암이 기반암퇴적암층 가장 아래쪽에 놓인 단단한 암석층으로 돼 있어 상대적으로 지각이 안정된 것으로 여겨졌다.
김영희 디자이너
하지만 서울시내에서도 땅꺼짐이 비교적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따로 있다. 지난 5년간2019년 9월~2024년 8월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땅꺼짐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강남구와 송파구로, 각각 12회의 깊이 1m, 넓이 1㎡ 보다 큰 규모의 땅꺼짐이 나타났다.
박의섭 센터장은 “서울 시내에서도 풍화토층이 깊은 곳이 있고, 이는 이미 다 조사된 내용”이라며 “풍화토층이 깊은 곳은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취약할 수 있어 지반 상태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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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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