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훈련병, 신장투석기 찾아 속초서 강릉까지…골든타임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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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있어 군의관 지시로 수액 맞아
가혹한 훈련·열악한 지방 의료 겹쳐 중대장, 과실치사·가혹행위 조사 군기훈련 도중 사망한 육군 12사단 훈련병이 사고 당일 긴급 이송됐던 강원도 속초의료원에 신장투석기가 없었던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40도 넘은 고온에 이상 호흡 증세까지 앓던 훈련병은 속초의료원에서 신부전이 발생했다. 그러나 신장투석을 받지 못한 채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이틀 만에 사망했다. 규정을 어긴 가혹한 군기훈련에 지방 병원의 열악한 의료 상황까지 겹치면서 안타까운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훈련병 A씨는 지난 23일 오후 5시쯤 다른 훈련병 5명과 함께 소란스럽다는 이유로 완전군장을 한 채 선착순 달리기와 팔굽혀펴기를 했다. 이는 육군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이었다. 또 군장에 완전군장 무게를 맞추기 위해 책 등을 집어넣어 수십㎏의 짐을 짊어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육군에 따르면, A씨는 훈련 도중 쓰러진 후 오후 5시20분쯤 신병교육대대 의무실로 이송돼 군의관의 지시로 수액을 맞았다. 다른 군의관은 근무취침 중이었다고 한다. 당시 A씨는 의식이 있던 상태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오후 6시50분쯤 속초의료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체온은 40.5도로, 긴급한 상황이었다. A씨는 해당 의료원 치료 도중 신부전이 나타나 투석기가 있는 강릉아산병원으로 재이송됐다. 의료 전문가들은 무리한 군기훈련 탓에 열사병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과 횡문근융해증 등의 증상이 A씨에게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횡문근융해증은 무리한 운동, 과도한 체온 상승 등으로 근육이 손상돼 신장에 부담을 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병이다. 익명을 요구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더운 날씨에 완전군장으로 무리한 군기 훈련을 받아 열사병과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하면 정상적인 사람도 사망할 수 있다”며 “훈련병이 쓰러졌을 때 탈의하고 물을 뿌리고 선풍기를 트는 등 체온을 낮추려는 긴급조치를 해야 했는데,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각에서 제기된 패혈성 쇼크사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다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패혈성 쇼크는 훈련 과정에서 자신이나 동료가 보기에도 알 수 있을 만큼 건강상의 이상징후가 사전에 있다. 9일차 훈련병인 A씨의 경우 이런 중증 상태가 사전에 인지되지 못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육군은 훈련병 사망 사건을 강원경찰청에 이첩했다. 경찰은 육군수사단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고 입건 전 내사 단계를 거쳐 규정 외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과 부중대장 2명의 업무상과실치사,직권남용 가혹행위죄 등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소견으로는 외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인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혈액검사와 장기조직검사 등 종합적으로 부검 결과가 나오면 명확한 사망의 인과관계를 따져 혐의를 특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유가족은 군이 아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요청했다. 부검 결과는 한 달 뒤쯤 나올 예정이다. 김용현 기자, 춘천=서승진 기자 [국민일보 관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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