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위령곡 틀고 법정최고형 선고한 판사 "오송참사는 중대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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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4명이 숨진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미호천교 임시제방 공사 책임자들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이날 재판부는 현장소장에 대해 “제방 축조 기술을 무시한 채 급조한 임시제방이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라며 “오송 참사는 자연 재해로 인한 게 아니라 피고인의 고의에 가까운 중대한 과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시간과 기회가 충분했다는 점과 사고 이후 피고인이 법정 태도 등을 종합해 이같이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감리단장에 대해 재판부는 “대체로 혐의를 인정하고 있지만 부실하기 짝이 없는 임시제방을 축조했는데도 제대로 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들은 당시 미호천교 확장공사 편의를 위해 기존에 있던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한 뒤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조성하거나 공사 현장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인명 피해를 초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시제방을 축조했다는 책임을 숨기기 위해 사전에 없던 시공계획서와 도면 등을 위조하도록 교사한 혐의도 있다. 이날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이례적으로 장례곡으로 쓰이는 바흐의 피아노 연주 음악을 틀며 희생자를 추모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이번 판결이 모든 진실을 밝히지는 못하겠지만 진상규명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며 “유족의 슬픔과 안타까움을 함께하면서도 피고인에게 합당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현실 앞에 법관으로서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이 하천 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기존 제방을 훼손하고 장마에 이르러 법정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임시제방을 급조해 무고한 시민 14명이 사망한 사건”이라며 “장마 전 임시제방을 설치해야 한다는 민원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 채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해 발생을 이유로 제방 축조를 늦췄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현장소장의 경우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공사 발주청 등에 책임을 떠넘기고,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하거나 하위 직원들을 시켜 증거를 위조한 점도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 40분경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면서 14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다. 국무조정실은 감찰 조사 결과 “미호천교 아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한 뒤 부실한 임시제방을 쌓았고, 이를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이 사고의 선행 요인”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국무조정실로부터 충북도와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등 7개 기관 36명에 대해 수사 의뢰를 받고 관계자 200여 명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행복청·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 경찰·소방관 등 사고 책임자 28명을 재판에 넘겼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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