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더이상 못버텨" 젊은 의사들, 어디 갔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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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지역의 종합병원들을 직접 가보라고요? 윤석열 대통령님이야말로 지역 병원을 가보셨답니까.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치인들이 의료현장의 실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런 상황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
3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정기학술대회에 참석한 한 사직 전공의는 "현재로선 수련병원에 복귀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Challenege to the World란 주제로 마련된 오전 세션에 젊은 의사들의 관심이 쏟아진 건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한다. 해당 세션에는 한국 면허로 캐나다에서 의사하기, 미국 의사 되기, 호주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로 일하기 등의 제목을 단 강연 3개가 열렸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국내 대형병원에서 재직하다 캐나다, 미국, 호주 등 해외 병원으로 건너가 일하고 있는 현직 의사들이 온라인 강연의 연자로 나서 처우와 업무 강도 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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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현실에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를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젊은 의사들을 위해 강연을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수요가 많은데 한국 의사들의 처우가 너무 열악해 해외에서도 놀란다는 것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학술대회에는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와 전문의 등 400여명이 사전 등록을 마쳤다. 해외 진출 관련 세션에는 시작시간 기준으로 100여 명이 몰렸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박단 비대위원장은 이날 현장에서 공로패를 받기도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2년 차 레지던트로 근무하다 의대정원 증원 발표 직후인 2월 19일자로 사직서를 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어온 전국의 주요 병원 응급실은 파행 위기에 처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이탈한지 반년이 넘어가면서 남아있던 전문의들마저 격무에 시달리다 잇달아 사직하고 있는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날 학회에서는 해외 진출 세션 외에도 응급의학과 개원, 창업, 금융계 진출 등에 대한 세션이 열렸다. 수련병원을 떠난 1000여 명의 전공의들 사이에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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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다음 달 응급실 야간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당초 14명이었으나 의정 갈등 속에서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최근에는 남은 의사들 중 4명도 사직서를 냈다.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도 근무하는 의사 7명 전원이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목동병원은 주 1~2회 응급실 단축운영을 논의 중이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이날 의료정책 세션에서 "지금 의료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중 의협이 경고하지 않은 것들이 있나. 서울 대학병원 응급실마저 파행 위기에 처하니 이제서야 언론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응급실에 문제가 없다는 말을 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은 오랜 기간 누적된 인력 부족과 낮은 수가체계 등이 이러한 문제를 불러왔다며 붕괴 직전에 처한 응급의료체계를 구하기 위한 처우 개선과 제도 정비 등을 호소하고 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서울경제 관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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