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밀통로 뚫고 바지만 9명…10년 새 성매매 업주에서 건물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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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찾은 경기 부천 중동신도시 10층 규모 한 상가건물. 지난 6월 말부터 8층과 9층에서 기존 시설물을 철거하는 상가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시끄러웠다. 소음 출처는 901호와 902호, 그리고 802호였다. 특이한 건 802호는 출입구가 없다는 점이었다. 801호와 803호 사이 가로 70㎝, 높이 2m의 얇은 불투명 플라스틱 벽이 있을 뿐이었다.
901호와 902호, 802호에서는 20년 동안 안마시술소 형태의 성매매업소가 운영됐다. 도심 중심지 300평 가까운 넓은 상가는 어떻게 20년 동안이나 성매매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었을까. 이를 통해 누가 얼마나 수익을 올렸을까. 현장 방문 취재와 관련자들 판결문을 통해 이를 추적해봤다.
2002년 이아무개55씨가 9층에 682㎡206평 넓이에 객실 16개를 갖춘 ‘로○안마’를 연다. 본인이 소유한 902호에 지인으로 추정되는 박아무개59씨가 소유한 901호를 더해 공간을 마련했다. 시각장애인만 일정 기간 수련을 거쳐 안마사자격증을 발급받아 안마사로 일할 수 있는데, 이씨 또한 시각장애인 안마사였다. 하지만 로 ○안마는 다른 종류의 영업에 나섰고, 얼마 안 돼 “부천권에서는 나름 크고 유명한 곳” “○○지역에선 1번 업소”성매매 사이트 후기 평을 듣는 업소로 자리잡았다.
2005년 12월 이씨는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그 뒤로도 로○안마 성매매 후기는 끊이지 않았다. 성매매 영업이 계속된 것이다. 지속의 비밀은 802호290㎡·88평에 있었다. 이씨는 그해 6월 802호 지분 42%를 사들였다. 이후 이씨와 함께 장애인 스포츠계에서 활동하는 정아무개53씨가 12%, 901호 소유자인 박씨가 46%를 사들였다. 이들은 802호 입구를 없애고 902호와 연결된 비밀통로를 만드는 공사를 진행했다. 902호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비밀공간 802호를 성매매 시설로 운영했는데, 바깥에선 그 존재를 알 수 없었다. 이즈음 성매매업소 업주로 다른 시각장애인을 내세웠다. 그가 이후 세운 바지사장은 9명에 이른다.
공교롭게도 802호 바로 옆 상가에는 성폭력·성매매 피해자의 상담이나 법률 지원 등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 산하 서비스 기관이 입점해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한쪽은 성매매 피해자를 도와주는 정부 기관이, 다른 한쪽엔 성매매 비밀공간이 콘크리트 벽 하나를 두고 공존했던 셈이다.
2014년 이씨는 충남 공주시로 영업 범위를 확장했다. 이곳에서도 시설 비용 등 자본만 투자하고 다른 시각장애인을 업주로 내세웠다. 실질적 업주이자 건물주인 이씨는 매달 수익금 수백만원씩을 챙겼다. 2016년 안마사 자격이 없는 타이 여성들을 고용해 성매매한 혐의로 업소가 단속됐다. 이씨는 2018년 건물주 자격으로, 즉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간을 임대한 혐의로 법정에 섰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원, 추징금 8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과 마지막으로 개전의 기회를 줄 여지가 있다고 보이는 점”판결문 등이 고려된 결과였다.
2022년 12월 이씨는 정씨와 함께 부천 로○안마 운영과 관련해 성매매 장소 제공 등 혐의로 또다시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법정에 섰다. 이씨와 정씨 등은 상가 소유주로서 임대료만 받았을 뿐 “성매매가 이뤄지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005년 802호 비밀공간을 만드는 인테리어를 진행했고, 802호를 제외하고 임대차계약을 맺었다는 정황 등을 고려해 성매매가 이뤄지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2021년 5월 성구매자로 위장한 경찰에 의해 로○안마가 단속됐을 때 경찰로부터 단속 사실을 통지받았지만, 이후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이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이씨를 법정구속했다. 정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씨 등은 2011년 7월~2022년 8월 사이 임대료로 12억6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법원은 이 가운데 6억원을 추징하라고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한겨레 탐사팀과 만난 정씨는 “그저 임대료를 받으려고 한 것뿐이었다”며 성매매는 몰랐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씨가 이사로 등재돼 활동하고 있는 한국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 쪽은 “이씨가 재판 중인 사실은 파악하고 있다”며 “최종 확정판결이 나온 뒤에 이사 결격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20년을 맞은 2024년에도 불법 성매매 산업은 여전히 번성 중이다. 30조~37조원 규모로 추산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2016년 기준됐던 성매매 산업을 지탱하는 주범은 성구매자와 성매매 알 선자이지만, 주변에 기생하며 이익을 얻는 공범들의 존재도 만만치 않다. 성매매 장소 제공자와 성매매 대리 예약자 등이 그 주인공이다. 한겨레 탐사팀이 5개월간 이들의 실태를 추적해온 결과를 소개한다.
곽진산 박준용 채윤태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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