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으로 신점보고 부적팔찌 찬다…MZ 사로잡은 샤머니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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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부터 직장을 못 구했다고 하는데 보니까 인생에 좀 굴곡이 심한 편이에요. 앞으로 잘 되게 해달라고 직접 신에게 빌어야 할 거 같아요. "
한 무속인이 신당神堂을 배경으로 앉아 카메라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은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통해 시청자 약 10여 명에게 전달됐다. 채팅방에는 “애인이 진짜 말을 안 듣는데 어떡하죠?”,“일을 그만두려는데 말씀해주신 내용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같은 반응이 올라왔다. 구독자 9000여명을 보유한 무속인이 매일 유튜브에서 진행하는 실시간 신점神占 방송이다.
최근 MZ세대와 같은 젊은 층 사이에서 신점이나 사주 풀이, 점괘 등을 보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8일 유튜브·틱톡에서 ‘라이브 신점’ 등 키워드를 검색하니 수십명의 무속인이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었다. 인스타그램 등에 신점, 무당 등의 단어를 검색해 보면 계정 수백 개가 나온다. 과거에도 카드를 뽑아 미래를 점치는 타로 카페나 별자리 운세 등이 유행한 적이 있지만,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샤머니즘초자연적인 존재를 불러들인다는 무속인을 중심으로 하는 신앙이 젊은 층에서 새로운 형태의 문화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흥행의 일등공신은 SNS를 활용하는 젊은 무속인 인플루언서들이다. 중앙일보가 MZ세대 무속인 7명을 인터뷰해보니, 이들은 카카오톡으로 보는 신점, 틱톡 라이브방송 신점, 인스타그램 활동 등을 통해 젊은 고객과 거리를 가깝게 하고 있었다. 전화 신점은 보통 40분에 5만~10만원의 비용으로 볼 수 있었다. SNS 팔로워 2만5000명을 둔 이예림33·천별사씨는 모델로 활동하다가 지난 2020년 5월 신내림을 받았다. 이씨는 약 150여명이 모인 오픈대화방을 운영하면서 고객과 해몽이나 운세 등을 공유하며 수시로 소통한다. 그는 “SNS에서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고 신당에 찾아오는 젊은 손님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팔로워 3만 8000명을 둔 무속연구가이자 무당인 노주은27·노슬비씨는 2019년부터 SNS에서 신점을 봤다. 노씨는 “SNS 활동이 무속인과 점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면서도 “직업이 아닌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패션 무당’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분들도 무당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연예인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30일 기준 유튜브 채널에서 조회수 23만회 돌파한 SBS예능
온라인 스토어나 블로그 등에선 ‘부적 팔찌’나 ‘소원 팔찌’ 같은 물건을 판매하기도 한다. 가위눌림이나 액운을 막아주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설명이 함께 올라온다. 한 역술인은 “연애하고 싶은 솔로들에게 강추. 헤어진 남자친구도 돌아온다는 도화 팔찌”라고 홍보하며 “다양한 원석으로 직접 만들기 때문에 하루에 지정된 수량만 예약받는다”고 했다.
이처럼 젊은 층이 SNS 샤머니즘 서비스에 호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비대면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전화 신점을 자주 본다는 대학원생 정모27씨는 “연애운과 진로 등이 궁금해 신점을 보곤 하는데, 점집을 직접 찾아가면 굿을 강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직장인 박모29씨도 “괜히 무서운 마음이 들어 직접 찾기는 찝찝해 전화나 SNS를 이용한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되더라도 마음이 편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볼 수 있단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전남에 사는 정모29씨는 “마치 그날 날씨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것처럼 일상의 한 부분 같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에
미래가 불안한 젊은 층에게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이 인기를 끄는 요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학업·취업·결혼 등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이들에게 원하는 것을 바로 알려준다는 점에서 종교보다 더 찾는 것”이라며 “특히 전통문화인 무속 신앙이 MZ세대 무속인 등을 통해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젊은 층이 지나치게 무속에 의존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과학적인 주술을 심심풀이로 예능 등에서 다루다 보니 그럴듯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라며 “무속신앙을 흥미 위주로 무차별적으로 다루는 건 경계해야한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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