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 한복판서 "살려달라" 뛰쳐나온 커플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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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덜어주는 동반 마약, 최근 증가세
지난 11일 오후 7시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도로. 주택과 사무실, 상가 등이 입주한 복합 건물에서 뛰쳐나온 여성이 수 차례 “살려달라”고 외쳤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 여성은 복합 건물 내 주택에 살고 있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여성은 환각 상태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경찰은 여성의 집 주변을 살피다 근처 노상에서 환각 상태인 남성 한 명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 남성은 여성을 따라 집에서 나온 뒤 얼마 걷지 못하고 빌라 인근에 주저앉아 횡설수설하다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곧바로 강남경찰서로 인계됐다. 경찰이 마약 간이 검사를 진행한 결과 둘 다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이들의 마약 입수 경로와 추가 공범의 존재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최근 마약사범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한 명이 아닌 다수가 함께 마약을 투약하는 ‘동반 마약’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함께 마약을 투약하면 혼자 할 때보다 죄책감을 덜 수 있는 심리적 요인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집단 마약’ 모임이 대표적이다. 사건 당시 모임에 참여했던 현직 경찰이 추락하기도 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최근 당시 모임 참석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모임을 주도했던 참석자 7명은 재판에 넘겨졌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 14일 울산 남구의 한 주택에서도 마약을 투약하던 20대 여성 3명 중 1명이 사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들은 현장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쌍둥이 자매 등 20대 여성 3명이 새벽 시간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거지에서 마약을 투약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체포 현장에서 케타민과 엑스터시 등 마약류 10여 점을 발견했다. 동반 마약 보편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1년부터 1년간 의료·재활기관에서 마약 관련 치료를 받은 19세 이상 마약류 사용자 540명을 대상으로 국립건강정신센터가 진행한 ‘2021 마약류 사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두 명 이상이 모여 마약을 투약한 사람은 195명36%에 달했다. 혼자 투약한 사람321명·59% 보다는 아직 적지만 꾸준한 증가 추세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 조사는 동반 마약 현황을 다룬 가장 최신 조사다. 전문가들은 동반 마약의 증가 이유로 마약의 대중화를 꼽았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마약을 구할 수 있는 통로가 대중화하면서 지인과 쉽게 마약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금지된 행위를 누군가와 함께하며 죄책감이 무뎌지는 측면도 있다. 오 교수는 “나쁜 행동을 혼자 하면 두렵지만, 둘 이상 혹은 집단과 같이하면 도덕적 죄책감을 덜 수 있기 때문에 동반 마약이 성행하는 것”이라며 “경찰의 수사력을 강화해 마약 전체를 근절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연 최원준 기자 contest@kmib.co.kr [국민일보 관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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