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과탐 점수 깔아줄게"…수능 응시해야 하는 학부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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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자녀 점수 깔아주려고 수능 신청"
입시 커뮤니티서 접수 내역서 등 인증 올라와
"자식 입장에선 기분 나빠" 부정적 의견 다수
입시 커뮤니티서 접수 내역서 등 인증 올라와
"자식 입장에선 기분 나빠" 부정적 의견 다수
25일 서울 한 학원가에 의대관련 안내문. / 사진=연합뉴스
수험생 자녀의 점수를 위해 2025학년도 수능에 응시하는 학부모들이 등장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한 입시 커뮤니티에 따르면 최근 누리꾼 A씨는 수능 원서 접수했어요. 4교시만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몇 년 전 타지역으로 이사 와서 다행히 졸업한 학교 안 가고 교육청 가서 접수했다. 예전에 9시 뉴스에 노익장 발휘하며 수능 시험 보는 어르신들이 떠올랐다"며 원서 접수내용도 인증했다.
A씨는 "신분증, 정부24에서 출력한 졸업 증명서, 주민등록 초본을 가지고 갔다"며 "어제22일 사진 속 얼굴 길이가 3.2cm가 안 된다는 이유로 반려당해 다시 찍어 갔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22일부터 2025학년도 수능 응시원서를 접수받고 있다.
그는 "같이 수능 보기로 한 엄마들이 당뇨가 있다고 배신해 혼자 씩씩하게 접수했다"며 "우리 아이들의 화학, 생명과학 과목 표준점수는 엄마가 지켜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험생인 자녀를 위해 수능을 접수했다는 학부모가 공개한 접수내역서 / 사진=네이버 카페 캡처
이를 본 다른 학부모가 "대단하다. 우리 고등학교 3학년 아이도 화학, 생명과학 선택했는데 아이를 위해 수능을 신청할지 갑자기 고민된다"는 반응을 보이자, A씨는 "같이 동참하셔라"라는 답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자신이 200점이 만점이던 시절 수능 세대라고 밝힌 뒤 "화학, 생명과학 과목을 보는 아이를 위해 수능 원서를 접수했다"며 카드 결제 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다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많은 누리꾼들은 "대치동에서 돈 쏟아부어도 자기 자식에 대해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저런 짓까지 하나", "자기 실력으로 열심히 노력한 자식 입장에선 기분 나쁠 듯" 등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는데 뭐 어떠냐"며 학부모의 불안한 심리를 이해한다는 의견도 일부 등장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부모 등 대학 입시와 무관한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수능을 0점으로 치러 수능 응시생 모집단을 늘리는 것을 소위 깔아주기라고 부른다.
이는 수능 성적이 상대평가로 매겨지는 현실 때문에 생겨난 이른바 꼼수다. 쉽게 말해 남보다 내가 더 잘했을 때 표준점수나 등급 등 평가를 좋게 받는 구조라 가능한 것이다.
수능 응시생은 최소 수십만명이라 소수의 깔아주기는 효과가 없는 데다 어차피 대학교에 지원하지 않을 응시생이라면 허수에 속해 크게 의미 없다는 분석이 중론이었으나, 최근 저출생으로 수능 응시자가 30만명대로 떨어지면서 학생과 학부모와 불안감이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탐구 과목이 원체 다양한 데다, 입시제도의 변화로 사회탐구 응시생도 의대 등 이공계 대학에 교차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수능 문제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백승우 모킹버드 대표는 한경닷컴에 "이과생 기준으로 2022학년도 수능부터 서울대가 과학탐구Ⅱ 과목 의무화 제도를 없애면서 이 과목 응시생이 크게 줄었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 물리Ⅱ 과목 응시생이 2600명, 2023학년도 수능에서 화학Ⅱ 과목 응시생이 3000명대일 정도"라며 "이렇게 응시생이 적은 상황에서는 깔아주기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선 사례처럼 응시생이 많은 Ⅰ과목에서는 사실상 효과가 미미할 것 같지만 Ⅱ과목은 100명만 모여도 표준점수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응시생 모집단에 포함되려면 원서 접수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시험장에 가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 국·영·수 등 앞선 시간대에 응시하지 않는 과목이 있다고 하더라도 응시장 내에서 대기해야 한다. 최민병 종로학원 대치캠퍼스 원장은 "소수의 학부모가 수능을 응시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학생의 점수가 달라지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당부했다.
성진우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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