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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6년 같은 자리 성매매 안마방…건물주는 전직 대기업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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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75회 작성일 24-08-2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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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운영 중인 ‘수○○힐링테라피’ 현재 모습. 상호를 바꿨지만, 같은 장소에서 ‘이쁜 한국관리사’ 등 성매매를 암시하는 단어를 여전히 간판에 내걸고 영업 중이다. 채윤태 기자


지난달 23일 성매매 예방·감시활동을 하는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 담당자와 함께 찾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주택가. 여느 주택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창문 하나 없는 5층짜리 푸른색 건물이 눈에 띄었다. 건물 주변에는 폐회로티브이CCTV 여러대가 접근하는 이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블○○안마’라는 상호의 이 건물 입구로 들어서자 불투명 유리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주변을 서성이자 얼마 안 돼 30대 남성이 달려 나오더니 물었다. “어떻게 오셨지요?”



블○○안마는 불법 성매매업소로 알려진 곳이다. 주변에는 300~500가구 규모 아파트단지가 8개 있고, 직선으로 120m 거리에 고등학교가 있는 교육환경보호구역이지만, 1998년 입주한 안마시술소는 간판을 바꿔 달며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다시함께상담센터가 2018년과 2023년 성매매 알선 혐의와 교육환경보호구역에 위치한 점 등을 지적하며 이 업소를 고발했지만, 아무런 일 없다는 듯 영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지난 14일 기자가 다시 업소를 찾아 ‘성매매’ 이야기를 꺼내자, 업소 관리인은 “생각하시는 그게 맞다”고 답했다.






블○○안마는 특수한 사례가 아니었다. 지난달 23일 다시함께상담센터 쪽과 성매매 혐의로 경찰에 신고·고발된 서울 강남구 업소 10곳을 찾았는데, 9곳이 정상 영업 중이었다. 한겨레 탐사팀은 오영환 전 국회의원실을 통해 센터가 고발해 2015~2023년 성매매처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업소 74곳의 이름과 주소를 확보했다. 이어 현장 방문과 포털 로드뷰, 성매매 후기 누리집 탐색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최소 18곳이 업주가 처벌받은 뒤에도 같은 장소에서 성매매 영업을 계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블○○안마’ 건물 전경. 안마업으로 등록돼 1998년부터 26년째 같은 자리에서 영업한다. 사실상 성매매 업소로 운영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김진수 선임기자




같은 자리에서 이름 바꿔 영업





단속과 무관하게 성매매 영업을 계속해나가기 위해 업주들은 이름을 자주 바꾼다. 포털 로드뷰 확인 결과, 블○○안마는 로드뷰 서비스가 시작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블○○’이란 상호를 쓰다 2014~18년 ‘B○○’온라인에는 ‘B○○편의점’으로도 표기, 2020년 이후 현재까지 블○○안마로 영업하고 있다. 같은 곳임을 암시하듯 비슷한 이름으로 상호를 바꿔온 셈이다. 성매매 후기 누리집을 보면, 블○○안마는 ‘더블○’ ‘에이○’ 등의 이름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수사를 받는 중에도 영업을 계속하는 업소도 있었다. 다시함께상담센터가 지난달 신고해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수○○힐링테라피’가 그런 사례다. 지난달 23일 오후 찾은 역삼동의 이 업소 입구 유리문에는 ‘저희 업소는 선예약 우선제입니다’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유리문을 두드렸더니 한 중년 여성이 문을 열어줬다. 하지만 ‘예약 손님’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안에 손님들이 있으니 나가라”며 기자를 밀쳐냈다. 여성 뒤편 안쪽 공간에는 “20대 이쁜 한국 관리사 대기 중”이라는 홍보 문구와, 23만원짜리 ‘릴레이 코스’두차례 성행위를 뜻하는 업계 은어 안내판 등이 눈에 띄었다.



수○○힐링테라피 또한 성매매 알선을 암시하는 광고를 할 때 ‘여○테라피’라는 다른 이름으로 전단을 돌리고 온라인에 올렸다. 대신 지도 앱에는 일반 마사지 업소로 등록돼 있었다. 원장의 홍보성 언론 인터뷰도 검색됐는데, ‘피부멘토’로 자임한 원장은 “업소에서 한국식과 타이식 마사지를 접목한 퓨전 마사지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운영 중인 ‘수○○힐링테라피’ 현재 모습. 상호를 바꿨지만, 같은 장소에서 ‘이쁜 한국관리사’ 등 성매매를 암시하는 단어를 여전히 간판에 내걸고 영업 중이다. 채윤태 기자


블○○안마, 수○○힐링테라피 두 사례는 시민들이 고발하고 수사기관에 입건돼도 웬만해서는 성매매업소 영업을 막을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일단 이름을 바꾸더라도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통해 상호 변경을 알릴 수 있고, 성매수자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업소 이름 교체는 일상적으로 공유돼 영업에는 별 지장이 없다.



하지만 단속하는 쪽에서 업소 이름 변경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상호가 바뀐 업소에서 성매매 알선 혐의를 다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단속하는 풍속계 한 경찰은 “업소명을 바꾼 경우에는 또다시 불법을 저지르는지 포착해 적발해야 한다. 의심만으로 단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지사장’ 통해 단속 피하기도





‘이름 바꾸기’ 말고 ‘사람 바꾸기’도 자주 동원된다.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처벌을 피하고 영업을 계속해나가는 것이다.



성매매알선죄 등으로 여섯번의 전과가 있는 성매매업자 ㄱ씨는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0년 자신의 업소가 단속당하자 직원에게 허위로 업주인 척해달라고 요구했다. 대신 월급을 올려주고 벌금도 대신 내주기로 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이런 합의 사실이 드러났고, ㄱ씨는 성매매알선죄 등에 범인도피교사죄까지 추가돼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바지사장의 존재가 드러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앞서 언급한 역삼동 블○○안마도 다른 형사사건과 연루된 관련 판결문 6건을 살펴보면, 업소 대표자나 담당자 이름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성매매업소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일할 때 바지사장만 3명이었다. 업소가 단속된 적이 있었는데, 바지사장 3명 가운데 1명이 처벌됐다”며 “직원들도 실소유주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바지사장이 처벌받아도 성매매 영업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권경란 다시함께상담센터 감시사업팀장은 “바지사장을 바꿔서 경찰에 단속되면 ‘그 전에 있던 업소 주인은 모르는 사람이다. 인수한 것뿐’이라고 잡아떼는 수법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6년간 최소 30억 수익 올렸을 건물주





업소 이름이 바뀌고 바지사장이 여러명 거쳐가는 과정에서 편하게 큰돈을 버는 건 건물주들이다.



역삼동 블○○안마 입주 건물 등기부등본을 떼어봤더니, 1998년 건물이 지어진 뒤 2007년까지 장애인 시설과 학교를 운영하는 지역 재단법인 이사장을 지낸 정아무개씨가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와 공동으로 건물을 소유했다. 정씨는 블○○안마 운영과 직접 관련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초반 정씨가 지역 재단법인에서 횡령과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지적하는 보도에서 정씨가 안마시술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대목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주소지도 한때 블○○안마 건물이었던 정씨는 2010년 숨졌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이 건물을 보유했던 백아무개77씨와 윤아무개75씨 역시 성매매업소의 존재를 모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블○○안마 건물과 250m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건물을 인수해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김아무개78씨도 마찬가지로 블○○안마의 존재를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은행과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김씨는 유명 대기업 2곳과 중견기업 1곳에서 임원을 지냈다. 대기업 1곳에서는 계열사 대표까지 지냈다. 그는 자녀로 추정되는 이에게 이 건물 지분 일부를 증여하며 6년째 보유 중이다. 다시함께센터가 2018년 이후 두차례 블○○안마를 신고·고발했기에 김씨는 최소 두번 이상 블○○안마가 성매매처벌법 위반으로 형사입건된 사실을 경찰로부터 통보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씨는 이후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6년 동안 김씨가 벌어들인 임대료는 3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통계 업체인 ‘부동산 플래닛’의 전용면적당 평균 임대료NOC·관리비 포함를 기반으로 계산해보니, 해당 건물 임대료는 월 4400만원으로 추산됐다. 이 경우 6년 임대료는 31억원이 넘는데, 불법으로 운영되는 성매매업소 특성상 실제 임대료는 그 이상일 가능성도 크다. 김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건물에서 벌어지는 성매매와 경찰의 형사입건 통지를 두고 “그런 건 전혀 모른다. 건물 관리인에게 일임한 상태이고 나는 임대료만 받는다”며 “안마시술소라고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20년을 맞은 2024년에도 불법 성매매 산업은 여전히 번성 중이다. 30조~37조원 규모로 추산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2016년 기준됐던 성매매 산업을 지탱하는 주범은 성구매자와 성매매 알 선자이지만, 주변에 기생하며 이익을 얻는 공범들의 존재도 만만치 않다. 성매매 장소 제공자와 성매매 대리 예약자 등이 그 주인공이다. 한겨레 탐사팀이 5개월간 이들의 실태를 추적해온 결과를 소개한다.





채윤태 곽진산 박준용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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