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응원 손편지에 버텼죠"…전국 첫 24시간 무인서점 연 MZ 사장
페이지 정보
본문
부산시 수영구에 있는 24시간 무인서점 밤산책방을 운영하는 김소라 대표. 사진 밤산책방
━
“7살에 얻은 백반증, 모르는 곳 떠나고팠다”
지난 23일 오후 2시30분쯤 밤산책방을 찾았다. 입구에는 ‘서툴지만, 열심히 사는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어서, 위로가 되길 바라는 책을 팝니다’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책방93㎡에는『아무것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 등 위로와 자기성찰을 주제로 한 책 50여종이 진열돼 있었다. 김소라35 대표가 직접 쓴 책 소개ㆍ추천 글도 함께 놓였다.
김 대표는 “본래 이곳은 공황장애를 앓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만든 아지트였다. 아픔이 있는 이들과 이 공간을 공유하고 싶어 책방으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책방을 소개하며 밝게 웃는 김 대표의 눈가가 희게 빛났다. 어릴 적부터 앓았던 백반증 흔적이다. 백반증은 색소세포 파괴로 여러 크기와 모양의 흰색 반점이 피부에 나타나는 후천적 질환이다.
지난 23일 오후 방문한 부산시 수영구 밤산책방 입구에 책방을 알리는 안내문구 등이 놓여 있다. 김민주 기자
━
서울살이 10년, 못 이룬 정규직 꿈
김 대표는 “늘 나를 모르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고교 과정을 마친 20살 때 무작정 서울로 향했다. 시청 앞 전자기기 가게 경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의류매장·콜센터·카드사 등을 떠돌았다. 그는 “1, 2년 계약이 끝날 때마다 직장을 옮겨야 했다. 더 나이 들면 써주는 데도 없어질까 봐 불안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정규직을 꿈꿨다. 마지막으로 일한 카드사에서는 ‘실적만 내면 무기계약직이 될 수 있겠다’는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회사 방침이 바뀌면서 꿈은 무산됐다.
지난 23일 부산시 수영구에 있는 밤산책방 내부에 위생밴드가 놓여 있다. 오래 걸어 발이 까진 방문객이 붙일 수 있도록 김소라 대표가 놓아둔 물건이다. 김민주 기자
━
“나만 힘들 리 없다” 생각에 아지트를 책방으로
카드사 퇴직 후 부산에 돌아왔지만 ‘실패했다’는 자책감이 깊었다. 이유 모를 성화나 불안감이 커 새 직장 동료, 가족과도 자주 부딪혔다. 이때 공황장애가 생겼다. ‘나쁜 생각’마저 들었을 때, 그는 출퇴근길에 지나치던 지하실지금의 책방을 월세 30만원에 계약했다. 카페 바리스타를 하며 월급으로 110만원을 받던 때다.
부산시 수영구에 있는 밤산책방에서 방문객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밤산책방
━
“내 가게지만, 내 맘대로 닫을 수 없어요”
밤산책방은 2022년 6월 문을 열었다. 길을 지나던 이들이 하나둘 책방에 찾아왔다. 이들 중 일부가 ‘감성 책방’ 등 태그를 달아 SNS에 올리면서 유명해졌다. 지금 책방 수익은 처음 지하실을 얻던 때 직장에서 받던 월급110만원보다는 많아졌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일상의 상처를 견디면서 어디선가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책방을 운영하는 동안 공황장애도 크게 호전됐다.
부산시 수영구에 있는 밤산책방 내부 모습. 사진 밤산책방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이 시각 많이 본 뉴스
▶ 구강암 30세 그녀의 폰…짜장면 먹방 의문 풀렸다
▶ 김수미 "제 유골을…" 사망 두 달 전 뜻밖의 유언
▶ "아~파트 아파트" 나도 술게임 노래로 만들어볼까?
▶ 소녀상 입 맞춘 유튜버에 퍽…행인이 주먹 날렸다
▶ "김 여사가 만찬메뉴 추천"…尹·韓의 고기 인연
▶ 혼수상태로 실려온다…당뇨의사 겁내는 과일 1위
▶ "이거 곰팡이 아냐?"…김치 겉면 하얀 물질 정체
▶ "北 파병은 악의 거래"…독재국가만 도운 군사 외교
▶ "얼굴 부은 故김수미, 김치도 못 찢었다" 한달전 뭔일
▶ 5000원 저렴이 화장품 통했다…K뷰티 전쟁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민주 kim.minju6@joongang.co.kr
관련링크
- 이전글교제살인 김레아, 전 연인도 같은 방식으로 폭행 24.10.27
- 다음글고등래퍼2 윤병호 재판받던 중 구치소서 마약 투약 24.10.2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