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현의 재난백서] 자동차 유리 깨고 탈출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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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자동차가 물에 빠지거나 화염에 휩싸인 순간에 문이 안 열리는 상상을 해봤을 겁니다. 실제로 침수나 화재로 차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매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건 ‘비상 탈출용 장비’입니다. 온라인에 검색해 보니 망치형, 송곳형, 카드형 다양한 탈출용 장비를 팔고 있습니다. 모두 쉽게 유리를 깰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었죠.
광고에 나온 대로 이 장비들이 유리를 쉽게 깰 수 있을까요? 꼭 장비를 사지 않아도 집에 있는 공구 망치를 쓰면 안 될까요?
시중에서 파는 장비를 사서 자동차 유리창을 깨봤습니다.
유리창 파괴 실험엔 SUV를 사용했습니다. 앞 유리는 접합유리로 옆 유리는 강화유리로 된 차량이었습니다.
먼저 송곳형 장비를 써봤습니다. 볼펜 형태로 크기도 작아서 사용하기 편리해 보였습니다. 뚜껑을 열고 유리창에 대고 힘을 줘서 누르면 안에 숨겨져 있던 송곳이 튀어나와 유리창을 깨는 장비였습니다. 실험하기 전에 최소 대여섯 번은 눌러야 유리창이 깨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송곳형 장비를 유리창 모서리에 대고 누르자마자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이후 가볍게 주먹으로 치니 유리창은 떨어져 나갔고 탈출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습니다.
기대한 것보다 좋은 결과에 망치형 탈출 장비와 일반 망치도 쉽게 유리창을 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망치형 탈출 장비 역시 한 번에 유리창을 부쉈습니다. 큰 힘을 쓰지 않고도 유리창을 쉽게 파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공구 망치는 어땠을까요? 실험하기 전에는 공구 망치가 가장 쉽게 유리창을 깨리라 예상했습니다. 탈출용 장비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우람한 자태만 봐도 성능은 확실히 보였습니다.
망치로 유리창을 ‘톡’ 때렸습니다. 유리창이 깨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멀쩡했습니다.
너무 살살 쳤나 생각해 힘을 줘 창문을 때렸습니다. 하지만 멀쩡했습니다. 그렇게 30번은 족히 망치를 휘둘렀지만 창문에 금조차 가지 않았습니다.
차이는 ‘텅스텐강’이 만든 것이었습니다. 강철에 텅스텐을 넣은 텅스텐강은 일반 철보다 훨씬 단단합니다. 탈출 전용 장비는 텅스텐강으로 만들어져 있어 쉽게 유리를 부술 수 있었던 겁니다. 반면 공구 망치는 대부분 철만 써서 만듭니다.
탈출 장비의 성능이 월등히 좋긴 하지만, 전문가는 시중에서 파는 모든 장비를 믿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탈출 장비 인증 제도가 없어 일부 장비는 텅스텐강을 쓰지 않아 일반 망치와 다를 바가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망치의 목 부분이 약해 여러 차례 내리치다 보면 망가지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전 다른 제조사에서 만든 장비를 2개 사서 차에 넣어두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깬 유리는 강화유리였습니다. 과거엔 앞 유리만 접합유리를 쓰고 좌석 옆에 있는 옆 유리는 강화유리를 썼습니다. 접합유리는 유리와 유리 사이에 필름을 넣은 유리로 충격에 강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좌석 옆에도 접합유리를 쓴 차가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과거엔 고급차량에만 적용된 사양이었지만, 요즘엔 국산 중형차도 운전석과 조수석 옆 유리는 접합유리로 만듭니다. 조용한 자동차를 원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겁니다.
탈출 장비만 있다면 접합유리도 쉽게 깰 수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송곳형 장비를 써봤습니다. ‘탁’ 소리와 함께 유리에 작은 금만 생겼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눌러 봤지만. 금만 생길 뿐 유리창을 완전히 깰 순 없었습니다.
망치형 장비는 송곳형 장비보다는 가능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금이 더 많이 생겼고 충격이 가해진 부분이 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몇 번 더 망치를 휘둘렀지만 강화유리가 깨졌을 때처럼 와장창 부서지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한 곳을 계속 때려도 손가락이 지나갈 만한 구멍만 생겼습니다.
접합유리를 깨는 게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유리를 수차례 때려서 약하게 만들고 창을 통째로 넘긴다는 생각으로 강하게 발로 차서 문짝에서 분리하면 됩니다.
하지만 강화유리보다 훨씬 어렵고 1분 안에 깨는 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저라면 위급 상황에선 뒷자리로 가서 1초라도 더 빨리 유리를 깨고 자동차에서 탈출할 겁니다.
내 차 유리에 어디가 접합유리인지 확인하는 건 간단합니다. 창문을 내려서 유리를 보면 되는데, 강화유리는 한 덩어리로 돼 있습니다. 반면 접합유리는 유리 사이에 필름이 들어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빨리 탈출하려면 미리 내 차에 어디가 접합유리인지 파악해 두고 이곳을 피해서 유리를 깨는 게 좋습니다.
12월부터는 5인승 자동차도 차량용 소화기를 꼭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기존엔 7인승 이상 차가 소화기 의무 비치 대상이었지만 차량 화재로 피해가 반복되자 기준을 강화한 겁니다. 그래서 최근에 출시된 신차의 트렁크를 열면 소화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반면 탈출용 망치는 아직 비치 의무화가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16인승 이상 버스만 비상 탈출 창문 옆에 탈출 장비를 설치하면 됩니다. 운전자들에게 물어보니 소화기를 가지고 있는 운전자는 꽤 있어도 탈출 장비가 있는 운전자는 드물었습니다. 한 분은 일할 때 쓰는 공구를 가지고 있다며 공구로 깨면 되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죠. 하지만 실험으로 확인한 것처럼 일반 텅스텐강이 없는 공구론 창문을 깨긴 어렵습니다.
차량용 소화기는 초기 진화에 중요한 장비입니다. 그런데 소화기를 쓰려면 일단 차 안에서 탈출해야겠죠. 위급 상황에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탈출 장비를 하나쯤 준비하면 어떨까요?
[ 강세현 기자 / accent@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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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건 ‘비상 탈출용 장비’입니다. 온라인에 검색해 보니 망치형, 송곳형, 카드형 다양한 탈출용 장비를 팔고 있습니다. 모두 쉽게 유리를 깰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었죠.
광고에 나온 대로 이 장비들이 유리를 쉽게 깰 수 있을까요? 꼭 장비를 사지 않아도 집에 있는 공구 망치를 쓰면 안 될까요?
시중에서 파는 장비를 사서 자동차 유리창을 깨봤습니다.
못 박는 망치, 유리도 잘 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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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파괴 실험에 사용된 장비 |
유리창 파괴 실험엔 SUV를 사용했습니다. 앞 유리는 접합유리로 옆 유리는 강화유리로 된 차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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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형 장비는 강화유리를 쉽게 깼다 |
먼저 송곳형 장비를 써봤습니다. 볼펜 형태로 크기도 작아서 사용하기 편리해 보였습니다. 뚜껑을 열고 유리창에 대고 힘을 줘서 누르면 안에 숨겨져 있던 송곳이 튀어나와 유리창을 깨는 장비였습니다. 실험하기 전에 최소 대여섯 번은 눌러야 유리창이 깨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송곳형 장비를 유리창 모서리에 대고 누르자마자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이후 가볍게 주먹으로 치니 유리창은 떨어져 나갔고 탈출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습니다.
기대한 것보다 좋은 결과에 망치형 탈출 장비와 일반 망치도 쉽게 유리창을 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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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형 장비도 강화유리를 한 번에 깼다 |
망치형 탈출 장비 역시 한 번에 유리창을 부쉈습니다. 큰 힘을 쓰지 않고도 유리창을 쉽게 파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공구 망치는 어땠을까요? 실험하기 전에는 공구 망치가 가장 쉽게 유리창을 깨리라 예상했습니다. 탈출용 장비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우람한 자태만 봐도 성능은 확실히 보였습니다.
망치로 유리창을 ‘톡’ 때렸습니다. 유리창이 깨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멀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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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 망치로는 유리창을 깨기 어려웠다 |
너무 살살 쳤나 생각해 힘을 줘 창문을 때렸습니다. 하지만 멀쩡했습니다. 그렇게 30번은 족히 망치를 휘둘렀지만 창문에 금조차 가지 않았습니다.
차이는 ‘텅스텐강’이 만든 것이었습니다. 강철에 텅스텐을 넣은 텅스텐강은 일반 철보다 훨씬 단단합니다. 탈출 전용 장비는 텅스텐강으로 만들어져 있어 쉽게 유리를 부술 수 있었던 겁니다. 반면 공구 망치는 대부분 철만 써서 만듭니다.
탈출 장비의 성능이 월등히 좋긴 하지만, 전문가는 시중에서 파는 모든 장비를 믿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탈출 장비 인증 제도가 없어 일부 장비는 텅스텐강을 쓰지 않아 일반 망치와 다를 바가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망치의 목 부분이 약해 여러 차례 내리치다 보면 망가지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전 다른 제조사에서 만든 장비를 2개 사서 차에 넣어두었습니다.
접합유리는 달랐다
지금까지 제가 깬 유리는 강화유리였습니다. 과거엔 앞 유리만 접합유리를 쓰고 좌석 옆에 있는 옆 유리는 강화유리를 썼습니다. 접합유리는 유리와 유리 사이에 필름을 넣은 유리로 충격에 강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좌석 옆에도 접합유리를 쓴 차가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과거엔 고급차량에만 적용된 사양이었지만, 요즘엔 국산 중형차도 운전석과 조수석 옆 유리는 접합유리로 만듭니다. 조용한 자동차를 원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겁니다.
탈출 장비만 있다면 접합유리도 쉽게 깰 수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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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전용 장비를 써도 접합유리를 완전히 깨기는 어려웠다 |
송곳형 장비를 써봤습니다. ‘탁’ 소리와 함께 유리에 작은 금만 생겼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눌러 봤지만. 금만 생길 뿐 유리창을 완전히 깰 순 없었습니다.
망치형 장비는 송곳형 장비보다는 가능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금이 더 많이 생겼고 충격이 가해진 부분이 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몇 번 더 망치를 휘둘렀지만 강화유리가 깨졌을 때처럼 와장창 부서지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한 곳을 계속 때려도 손가락이 지나갈 만한 구멍만 생겼습니다.
접합유리를 깨는 게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유리를 수차례 때려서 약하게 만들고 창을 통째로 넘긴다는 생각으로 강하게 발로 차서 문짝에서 분리하면 됩니다.
하지만 강화유리보다 훨씬 어렵고 1분 안에 깨는 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저라면 위급 상황에선 뒷자리로 가서 1초라도 더 빨리 유리를 깨고 자동차에서 탈출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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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합유리 사이에 있는 필름 |
내 차 유리에 어디가 접합유리인지 확인하는 건 간단합니다. 창문을 내려서 유리를 보면 되는데, 강화유리는 한 덩어리로 돼 있습니다. 반면 접합유리는 유리 사이에 필름이 들어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빨리 탈출하려면 미리 내 차에 어디가 접합유리인지 파악해 두고 이곳을 피해서 유리를 깨는 게 좋습니다.
차에 넣어두세요
12월부터는 5인승 자동차도 차량용 소화기를 꼭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기존엔 7인승 이상 차가 소화기 의무 비치 대상이었지만 차량 화재로 피해가 반복되자 기준을 강화한 겁니다. 그래서 최근에 출시된 신차의 트렁크를 열면 소화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반면 탈출용 망치는 아직 비치 의무화가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16인승 이상 버스만 비상 탈출 창문 옆에 탈출 장비를 설치하면 됩니다. 운전자들에게 물어보니 소화기를 가지고 있는 운전자는 꽤 있어도 탈출 장비가 있는 운전자는 드물었습니다. 한 분은 일할 때 쓰는 공구를 가지고 있다며 공구로 깨면 되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죠. 하지만 실험으로 확인한 것처럼 일반 텅스텐강이 없는 공구론 창문을 깨긴 어렵습니다.
차량용 소화기는 초기 진화에 중요한 장비입니다. 그런데 소화기를 쓰려면 일단 차 안에서 탈출해야겠죠. 위급 상황에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탈출 장비를 하나쯤 준비하면 어떨까요?
[ 강세현 기자 / accent@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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