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감당 못 해"…안창호 인권위 못 견디고 사무총장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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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사무처를 이끌어온 박진 사무총장이 사임한다. 2022년 1월에 취임했으니 2년9개월 만이다.
박 총장은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부끄러움을 감당할 수 없는 나는 퇴장한다. 인권위에 사직 의사를 전했다. 굿바이 인권위”라며 사직서를 냈음을 알렸다. 안창호 위원장은 사직서를 수리해, 박 총장은 인권위 대상 운영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는 오는 31일까지 근무할 예정이다. 퇴임식은 이보다 앞선 28일 오후 인권위 14층 전원회의실에서 열린다.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출신의 인권 감수성으로 법률가 출신인 전임 송두환 위원장과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 총장은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과는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지난 9월9일 취임한 안창호 위원장 취임 이후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김용원·이충상 위원의 의견이 여과 없이 관철되고 무게가 실리면서, 더는 일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의 지휘를 받아 사무처를 관장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사무총장1급은 3년 임기인 위원장과 러닝메이트처럼 들고 나는 경우가 많지만, 꼭 사임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인권위 한 직원은 박 총장에 대해 “인권 최후 보루로서 인권위 업무를 수행하는데 좌고우면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또 다른 직원은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주며 격의 없이 소통해 왔다. 특히 젊은 여성 직원들이 크게 의지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송두환 위원장이 사무처를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판해온 김용원 위원은 평소 박 총장에 대해 “송 위원장의 호위무사”라며 깎아내렸다. 김 위원은 상임위에서 “사무총장 따위가…”라는 모욕적 언사와 함께 사무총장의 즉각 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 총장은 회의에서 이를 논박하며 날 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 총장은 27일 한겨레에 “그동안 인권위에서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제 마침표를 찍고 다시금 고유한 박진으로 돌아간다. 제가 떠나더라도 인권위에 대한 관심 변치 않으시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퇴임을 앞두고 그는 이태원 참사 유족2일, 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와 채 상병 사건의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15일,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단체 띵동 활동가들과 성소수자 부모 모임 어머니들22일을 만났고, 평택 한국옵티컬 노동자 농성장24일을 다녀왔다. 인권위 한 직원은 “떠나기 전 인권위가 왜 존재하는지, 누구의 손을 잡아야 하는지를 보여준 행보였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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