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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라도 더 도울 걸"…후회, 상처, 기억 새겨진 이태원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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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4-10-2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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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골목에서 가게 운영하던 상인들
오후 10시 가게로 인파 몰려들어
골목 막히자 뒷길로 안내하기도
“더 빨리 적극적으로 나설걸” 후회

기억만큼 고통스러운 2차 가해
쏟아진 조롱… 생존자 결국 생 마감
경찰 대답은 “가해자 특정 어려워”
명예훼손 등 43건 중 17건만 檢 송치


이태원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북적였다. 바쁜 걸음을 재촉하던 시민들은 해밀톤호텔 옆 좁은 골목에 다다르자 묵념하거나 목소리를 낮췄다. 2년 전 참사가 발생한 이 골목 한쪽에는 국화 다발, 희생자의 사진, 보라색 리본, 봉지를 열어둔 과자와 소주 등이 놓여 있었다. 2년 전 참사는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의 기억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서울신문과 만난 남인석82씨, 오은희44씨는 그날을 어제 일처럼 떠올리면서 “한 명이라도 더 도와주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했다.


참사 당일 남씨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하고 가게 문을 연 건 오후 10시쯤이었다. 무릎이 까지고 신발이 벗겨진 이들이 가게로 들어와 “살려달라”고 외쳤고, 남씨는 밖으로 나섰다. 소방과 경찰이 인파에 막혀 골목으로 진입하지 못하자 남씨는 뒷길을 안내했다. 밤을 새워 참사 현장을 지켰지만 남씨는 “더 이른 시간부터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한 명이라도 더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계속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씨도 ‘후회’라는 단어부터 입 밖으로 꺼냈다. 오씨는 참사 당일 닫혔던 가게 문을 열어 생존자 40명을 돌봤고, 참사 이후 일주일간 현장을 수습하는 경찰관과 소방관에게 무료 음료를 제공했다. 오씨는 “도로가 사람들로 가득 차 밖으로 나가질 못했다”며 “카페로 들어오는 분들만 챙겼는데 지금도 직접 나가서 돕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지금도 참사 현장을 보면 눈시울이 붉어진다는 오씨는 “살아남은 이들이 기억하고 추모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참사 2년, 피해자들에게 여전히 생생한 기억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건 혐오와 조롱으로 이어지는 일부 시민들의 시선이다. 고 이재현당시 16세군은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159번째 사망자’다. 참사 당일 가까스로 살아남았던 이군은 같은 해 12월 12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24일 만난 이군의 어머니 송해진48씨는 “장례를 치르면서 아들이 유튜브에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을 향해 쏟아진 비난 댓글에 일일이 답을 달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까지 이태원 참사 관련 피해자 명예훼손·모욕 등 2차 가해로 접수된 사건 43건 중 검찰에 송치된 건 17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26건은 불송치 또는 경찰 입건 전 조사 종결됐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반의사불벌죄라 유가족이 2차 가해에 직접 대응해야 한다. 고 이상은당시 25세씨 아버지 성환58씨는 “외면하고 싶은 심정을 억누르고 일일이 악성 댓글을 캡처했는데 가해자 수사조차 진행되지 않아 자포자기한 유가족이 많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도 2차 가해는 여전하다. 지난 26일 서울신문이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제’에 하루 동안 동행했을 때도 “2년째 저러고 있냐”, “놀러 가서 죽은 거 뭐가 자랑이냐”는 등의 수위 높은 혐오 발언이 수시로 쏟아졌다. 추모제에서 만난 고 이주영당시 28세씨 오빠 진오34씨는 “‘죽은 사람으로 돈 벌려고 한다’는 말을 들으니 주변 사람들을 만나기가 두려웠다”고 전했다.

이병철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참사 피해자나 유가족은 외부에서 오는 공격을 일일이 방어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연정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트라우마 상태의 참사 피해자가 2차 가해에 노출되면 대중 전체가 나를 비난하는 것 같은 ‘인지 왜곡’까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슬·김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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