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혀를 깨문 소녀는 죄가 없다"…78세 할머니의 절규 [사건파일]
페이지 정보
본문
[서울신문]1964년, 경남 김해의 한 시골 마을에서 18세 소녀였던 최말자씨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1.5cm를 자르는 사건을 겪었다. 당시 법원은 최씨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중상해죄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가해자는 강간미수 혐의가 아닌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받아 더 가벼운 형벌을 받았다.
60년이 지난 2024년,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한 재심 가능성을 열면서 뒤틀린 정의를 바로잡을 기회가 찾아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8일 최말자78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부산고법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다. 대법원은 최씨가 주장한 불법 구금 및 자백 강요 등의 재심 청구 사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최씨가 1964년 7월부터 9월까지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불법 체포·감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사정을 법원이 충분히 조사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씨의 법률대리인 김수정 변호사는 “대법원이 최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한 만큼, 내년 재심에서는 반드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말자씨는 사건 이후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 속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왔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가해자로 몰려 수감 생활을 한 그는 당시 검사와 판사, 경찰이 자신에게 결혼을 강요하며 가해자를 보호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검찰은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지. 결혼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고, 변호인조차 사건을 ‘총각 혀 절단 사건’으로 명명하며 혼인 해결을 추진하려 했다.
최씨는 지난 60년 동안 억울함을 가슴에 묻고 침묵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미투Me Too 운동 등 사회적 변화 속에서 용기를 얻은 그는 2020년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며 오랜 침묵을 깼다.
최말자씨 사건은 수십 년간 법학 교과서와 형법학 연구에서 정당방위의 대표적 사례로 다뤄졌다. 1995년 발간된 ‘법원사’에서도 이 사건은 “뒤틀린 정의의 예”로 기록됐다. 하지만 최씨는 자신이 가해자로 낙인찍힌 채 살아오며 사회적 편견과 싸워야 했다.
“혀를 깨물던 그날의 공포, 정의로 바뀌길”
그는 2009년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 여성의 삶과 역사를 주제로 논문을 쓰며 스스로를 치유하려 노력했다. 최근 재심 가능성이 열리면서 최씨는 “내 사건이 세상에 묻힌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사건 이후 한국 사회는 성폭력 피해자의 방어권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바꾸어왔다. 2020년 부산에서 발생한 또 다른 혀 절단 사건에서는 성폭행 가해자를 방어하기 위해 혀를 깨문 피해 여성의 정당방위가 인정됐다. 검찰은 여성에게 중상해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가해자를 감금 강간치상죄로 처벌하며 3년형을 선고했다.
법조계는 최씨 사건이 당시 성범죄 대응의 부당함을 바로잡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씨는 기자회견에서 “정말 억울했고, 이 억울함을 밝히겠다는 다짐을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며 정의 실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60년 만에 열린 재심의 문이 최말자 씨의 한을 풀어줄지, 나아가 성범죄 피해자의 방어권에 대한 역사적 판례를 남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유민 기자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 남편 “여자와 모텔 가서 거의 다 벗었지만 성관계 NO”
☞ 이정재·이병헌 사이에 추억의 그녀가…‘책받침 여신’과 인증샷
☞ 엉덩이 확대 수술 3일 만에 사망…英 플레이보이 모델의 비극
☞ “내가 김건희 여사와 친하다고?” ‘가짜뉴스’ 소송 낸 이영애
☞ “군인 삼촌 부른다” ‘SNL’ 김민교, 고개 흔들며 하는 말이
☞ “포클레인 결박…너도 당해봐” 복수심으로 전남편 살해
☞ 박진영이 ♥9세 연하 아내와 눈밭에서 한 일…알고 보니
☞ 크리스마스트리 만지다 병 걸릴라…‘변기 시트’보다 끔찍
☞ 4년 전 생후 1개월 아들 살해·유기한 20대 부모는 결국
☞ ‘초등 여교사’ 초등 남학생 제자 성폭행…구속 후 결말은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60년이 지난 2024년,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한 재심 가능성을 열면서 뒤틀린 정의를 바로잡을 기회가 찾아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8일 최말자78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부산고법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다. 대법원은 최씨가 주장한 불법 구금 및 자백 강요 등의 재심 청구 사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최씨가 1964년 7월부터 9월까지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불법 체포·감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사정을 법원이 충분히 조사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씨의 법률대리인 김수정 변호사는 “대법원이 최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한 만큼, 내년 재심에서는 반드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말자씨는 사건 이후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 속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왔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가해자로 몰려 수감 생활을 한 그는 당시 검사와 판사, 경찰이 자신에게 결혼을 강요하며 가해자를 보호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검찰은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지. 결혼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고, 변호인조차 사건을 ‘총각 혀 절단 사건’으로 명명하며 혼인 해결을 추진하려 했다.
최씨는 지난 60년 동안 억울함을 가슴에 묻고 침묵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미투Me Too 운동 등 사회적 변화 속에서 용기를 얻은 그는 2020년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며 오랜 침묵을 깼다.
최말자씨 사건은 수십 년간 법학 교과서와 형법학 연구에서 정당방위의 대표적 사례로 다뤄졌다. 1995년 발간된 ‘법원사’에서도 이 사건은 “뒤틀린 정의의 예”로 기록됐다. 하지만 최씨는 자신이 가해자로 낙인찍힌 채 살아오며 사회적 편견과 싸워야 했다.
“혀를 깨물던 그날의 공포, 정의로 바뀌길”
그는 2009년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 여성의 삶과 역사를 주제로 논문을 쓰며 스스로를 치유하려 노력했다. 최근 재심 가능성이 열리면서 최씨는 “내 사건이 세상에 묻힌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사건 이후 한국 사회는 성폭력 피해자의 방어권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바꾸어왔다. 2020년 부산에서 발생한 또 다른 혀 절단 사건에서는 성폭행 가해자를 방어하기 위해 혀를 깨문 피해 여성의 정당방위가 인정됐다. 검찰은 여성에게 중상해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가해자를 감금 강간치상죄로 처벌하며 3년형을 선고했다.
법조계는 최씨 사건이 당시 성범죄 대응의 부당함을 바로잡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씨는 기자회견에서 “정말 억울했고, 이 억울함을 밝히겠다는 다짐을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며 정의 실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60년 만에 열린 재심의 문이 최말자 씨의 한을 풀어줄지, 나아가 성범죄 피해자의 방어권에 대한 역사적 판례를 남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자 주 매일 예기치 못한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납니다. [사건파일]은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잊지 못할 사건사고를 전합니다.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전말, 짧은 뉴스에서 미처 전하지 못했던 비하인드스토리를 알려드릴게요.
김유민 기자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 남편 “여자와 모텔 가서 거의 다 벗었지만 성관계 NO”
☞ 이정재·이병헌 사이에 추억의 그녀가…‘책받침 여신’과 인증샷
☞ 엉덩이 확대 수술 3일 만에 사망…英 플레이보이 모델의 비극
☞ “내가 김건희 여사와 친하다고?” ‘가짜뉴스’ 소송 낸 이영애
☞ “군인 삼촌 부른다” ‘SNL’ 김민교, 고개 흔들며 하는 말이
☞ “포클레인 결박…너도 당해봐” 복수심으로 전남편 살해
☞ 박진영이 ♥9세 연하 아내와 눈밭에서 한 일…알고 보니
☞ 크리스마스트리 만지다 병 걸릴라…‘변기 시트’보다 끔찍
☞ 4년 전 생후 1개월 아들 살해·유기한 20대 부모는 결국
☞ ‘초등 여교사’ 초등 남학생 제자 성폭행…구속 후 결말은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관련링크
- 이전글"폭설와도 촛불 민심 안꺾일 것"…광화문서 尹구속 대규모 집회 24.12.21
- 다음글"이 돈으로 어떻게 먹고 살라고?"…女공무원 폭행한 40대 24.12.2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