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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친구 된 40년생·92년생…두 여성의 특별한 우정 [아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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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12회 작성일 24-08-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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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조씨 SNS에 올라온 40년생 할머니 손님과 92년생 카페 사장의 밥 친구 영상. 조씨는 영상 속 할머니와 1년째 같이 밥을 먹고 있다. 조씨 인스타그램 캡처.


“아무 말 없이 바다를 보며 함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52세의 나이 차를 뛰어넘고 특별한 우정을 쌓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31씨는 지난달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40년생 할머니 손님과 92년생 카페 사장의 밥 친구’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조씨와 할머니가 함께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한여름에 겨울 상의를 입고 힘없이 카페를 방문한 할머니의 모습에 조씨는 급히 비빔밥을 내와 할머니께 대접했다고 한다.

조씨는 “할머니께서 허겁지겁 드시더니 그제야 혈색이 조금 돌아왔다”며 한숨 놓았다고 밝혔다. 이어 “노인분들은 입맛이 없어지면 위험해지잖아”라며 “저녁에 수육을 삶아놓고 내일을 기다린다”고 글을 마쳤다.

이 영상에 한 누리꾼은 “7월 초 카페에 방문했다가 경량 패딩을 입고 앉아 계신 할머니를 봤다.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창가 자리로 모시더니 식사를 내오시더라”며 “손님도 많았는데 왔다 갔다 하시며 말동무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했다”고 댓글을 달았다. “할머님은 탄수화물 한 숟가락을 드신 게 아니라 당신의 마음을 소중하게 몸에 담아 가셨다”는 댓글도 있었다.

날씨가 더워 할머니를 모시러 갔다는 조씨. 조씨는 이 영상에


지난 2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로 조씨에게 할머니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씨는 할머니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평범한 할머니 같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분홍색 점퍼와 모자를 쓰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혼자 뚜벅뚜벅 들어오셨어요.” 할머니는 음료 한 잔을 시키고 바다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2시간 동안 바다를 보다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카페를 찾은 할머니께 조씨가 식사는 하셨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그를 올려다보며 “글쎄, 배가 고파. 무얼 먹으면 좋을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조씨는 ‘설마 몇 날 며칠 동안 제대로 식사도 못 하신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서둘러 밥을 준비했다.

그렇게 이들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됐다. 조씨는 할머니께 매번 비슷한 카페 음식을 내어줄 수 없다는 생각에 할머니를 위한 식사를 따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할머니가 손님 음식과는 다른 자신의 음식을 보고 부담스러워하자 조씨는 ‘같이 먹으면 할머니께서도 덜 미안해하시고 좀 더 편히 드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조씨는 할머니의 ‘밥 친구’가 됐다.

그에게 화제가 된 영상 속 상황에 대해 묻자 그는 “그날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다”고 말했다. “가는 날이 다 왔어. 나는 이제 마지막이야.” 무더운 날씨에 겨울옷을 입고 땀을 뚝뚝 흘리며 도착한 할머니가 꺼낸 말에 조씨는 급히 카메라를 찾았다. “마지막이란 말씀에 돌이켜 생각해 보니 우리의 추억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렇게 조씨는 할머니와의 시간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누느냐는 질문에 그는 “할머니께서 바다 이야기를 자주 하신다”고 답했다. “나는 바다가 좋아. 어떤 때는 저 바다를 걸어서 막 댕겨. 내 마음도 저~기까지 갔다 오고.” “오늘은 파도가 많이 치네. 이렇게 파도치는 거 보면 속이 시원해.”

이따금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할머니께 음식이 입맛에 맞느냐고 물어봤는데 ‘그럭저럭. 나 아니었으면 아가씨 굶을 뻔했네’라고 답하신 적도 있다.”

조씨는


조씨에게 세대를 넘나드는 우정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조씨는 평소 연배가 높은 지인들과 대화를 많이 한 덕분에 할머니와의 만남 역시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정말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친구는 서로에게 원하는 것 없이 순수하게 서로를 챙기고 위하잖아요. 할머니와 저는 그런 관계인 것 같아요”라며 “서로 별말 하지 않아도 나이를 떠나 심적으로 위로가 돼요. 함께 바다를 보며 앉아 있는 자체만으로 좋거든요”라고 덧붙였다.

“할머니 말씀을 가만히 듣다 보면 그 안에 담긴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는 “할머니를 통해 인생 공부를 하는 것 같다”며 “후회 없는 삶을 사시려는 할머니의 모습에 제 인생을 뒤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조씨가 올린 영상은 5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이렇게까지 큰 관심을 받을지 몰랐다”는 그는 “일상의 한 부분을 올렸을 뿐인데 많은 분이 영상을 좋아해 주시고 힘이 난다고 말씀하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손님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에 항상 그분들 입장에서 생각하려 한다”며 본인의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음은 조씨와의 인터뷰 전문

-할머니와의 인연은 얼마나 됐나.
“정확하지는 않지만 1년 정도 됐다.”

-요즘도 같이 식사를 하는지.
“그렇다. 예전에는 대답도, 말씀도 거의 없으셔서 편히 드시도록 식사를 따로 챙겨드렸는데, 지금은 다른 식당 가보자고 말씀드리면 못 이기시는 척 같이 가주시기도 한다.”

-따로 돈도 받나.
“할머니께서 너무 미안해하시길래 3000~5000원 정도로 몇 번 받았었다. 근래 들어서는 일절 받지 않고 그냥 챙겨드리고 있다.”

-요즘에는 직접 할머니를 모시러 가는 것 같던데.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방문하시기는 하지만 할머니 혼자 계시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집이라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 할머니를 뒤따라간 적 있다. 생각보다 더 먼 곳에서 오시더라. 대략 계산해 보니 할머니 집에서 카페까지 왕복 9km 정도 거리였다. 그때 이후로 모시러 가고 모셔다드리고 있다.”

-할머니의 사연이 궁금하다.
“자식분들은 안 계신 것 같고 이북에서 왔다고 하셨다. 요양보호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연세 때문에 조금 깜빡거리는 것 외에는 건강하시다고 했다. 드시는 약도 없으시고. 옆에서 지켜보니까 정말로 건강하신 분이다. ‘내 다리는 자동차 바퀴보다 더 튼튼해’라고 자주 말씀하시는데 우리나라에 안 가본 산이 없으시다더라. 옛날에 산악회 활동을 하셨었다고. 한번은 이 날씨에 겨울 점퍼가 덥지 않으시냐고 물었는데 ‘내 몸 온도는 내가 잘 알아. 더우면 내가 벗지’라고 시크하게 말씀하신 적도 있다.”

-유독 조씨 카페를 찾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할머니가 바다를 참 좋아하신다. 저희 카페가 약간 높은 곳에 있어서 바다가 한눈에 잘 들어온다. 아마 그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할머니와 대화하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할머니 말씀을 가만히 듣다 보면 인생 공부를 하는 기분이 든다. 한번은 왜 걸어오시느냐고 물은 적 있다. 그때 할머니가 ‘내가 얼마나 걸어야 힘이 드는지 알고 싶어. 나는 내 몸을 알고, 내 다리를 믿어. 나이가 들어도 나는 매일 이렇게 내 몸을 시험해’라고 하셨다. 본인의 상태를 매일같이 확인하시고 후회 없는 삶을 사시려는 모습에 저도 제가 가진 젊음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됐다.”

-세대를 넘나드는 우정이 보기 좋다.
“할머니께서 나이가 있으시다 보니 자주 깜빡거리신다. 제 이름도 종종 잊으시는데 저라는 사람은 꼭 기억해주신다. 할머니 마음은 제 이름보다 저라는 사람을 더 중요하게 느끼는 거다. 마음으로 기억하고 소중하다고 느끼는 것은 잊을 수 없다는 것을 할머니를 통해 느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카페를 운영한 지 어느덧 8년 차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실패도 했으며 다시 일어서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날 지켰던 것은 나를 향한 굳건한 믿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상과 기사를 통해 예전의 저처럼 지치고 힘든 분들께 사랑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드리고 싶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민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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