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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해결책은 살인 뿐" 분당 흉기난동 최원종 극한 몰고간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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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64회 작성일 24-08-2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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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의 사상자를 낸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이 10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수정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3.8.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경기=뉴스1 김기현 기자 =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23은 유년 시절부터 친구가 거의 없었다.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 때문이었다. 그만큼 누구보다 말수가 적었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컸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가족·교우 관계는 비교적 무난했다.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중학교까지 졸업했을 정도다.

하지만 최원종은 점점 사회를 등지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6년 3월 부적응을 사유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게 시발점이었다. 사회적 단절은 곧 심리적 문제를 초래했다. 어느새 사회 공포증과 불안 장애가 그를 온통 지배하고 말았다. 약물복용을 중단한 탓일까. 자그마치 48차례에 걸친 정신과 치료도 소용 없었다.


최원종은 결국 2020년 2월 조현성 성격장애 판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조현성 성격장애는 대인관계와 사회활동에 흥미를 갖지 않고, 타인에게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 게 특징인 성격장애 일종이다. 그럼에도 그는 정신과 치료를 이어가지 않았다. 그 해 12월부터는 부모에게 독립을 선언하고, 출가하기까지 했다.

무척이나 잔혹하고, 참담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최원종은 스스로를 끊임 없이 고립으로 내몰면서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는 누구보다 활발히 활동했다. 그러면서 제한된 정보로 상황을 해석·판단하는 게 익숙해졌고, 이내 부정적이면서 편협한 사고 방식을 갖게 됐다.

심지어 어느 순간부터는 망상에 빠졌다. 스토킹 조직이 자신이 홀로 거주하고 있던 성남시 분당구 소재 부모 소유 아파트로 이사와 악의적으로 층간소음을 내며 괴롭히고, 아버지와 형 등 주변인을 포섭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게 주 내용이다.

최원종은 급기야 스토킹 조직이 독극물과 방사선을 이용해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의심까지 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조직 스토킹 피해자 모임 카페 등 자신과 유사한 피해를 주장하는 인터넷 활동에 급격히 빠져들었고, 망상을 확실시했다.

이어 디시인사이드에는 "경고 내 주거영역을 물리적으로 침범할 시 바로 살인가능"이라는 내용이 담긴 조직 스토킹 피해 망상 글을 올렸다. 또 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여기는 스토킹 조직원들을 자극하려는 생각으로 흉기를 든 사진을 게시하는 등 공격성을 표출했다.

이후에도 최원종은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지속적으로 혼자만의 싸움을 이어갔다. 스토킹 조직원에 대항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흉기와 호신용 가스총을 구입하고, 조직 스토킹 피해자 모임 카페에 최소 1044차례 접속하면서다.

지난해 8월 1일에는 부모 주거지로 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렸다. 이에 최원종 아버지는 조현병을 의심해 그를 병원에 데리고 가려 했다. 이에 최원종은 아버지 역시 스토킹 조직원으로 포섭돼 있다고 확신하고, 다수 스토킹 조직원들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2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김혜빈씨의 영정이 걸려 있다. 김씨는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이 몰던 차량에 치인 피해자로 뇌사상태에 빠져 연명치료를 받다 전날28일 숨졌다. 2023.8.2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그리고 이튿날인 8월 2일 오후 6시 45분쯤 대형마트를 찾아 전체 길이가 33㎝에 달하는 흉기 1개와 예비흉기 1개를 구입했다. 이들 흉기를 점퍼 안주머니와 바지주머니에 각각 숨긴 채 야탑역과 서현역, 미금역을 배회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지하철에 승차해 객차 이곳저곳을 누비기도 했다. 자신과 마주치는 스토킹 조직원을 흉기로 찔러 죽이기 위함이었다. 다만 최원종은 끝까지 스토킹 조직원을 발견하지 못 했고, 당일 오후 8시 40분쯤 부모 주거지로 돌아갔다.

그러나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하루가 지난 8월 3일 오후 5시 30분쯤 최원종은 전날 범행을 망설였던 자신 모습을 떠올리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먼저 승용차로 사람들을 충격하고, 그 다음 흉기로 사람들을 찔러야겠다."

그는 곧바로 어머니 소유 모닝을 끌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장소라고 판단한 AK플라자 분당점으로 향했다. 한동안 주변을 배회하며 범행대상을 물색했고, 머지않아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5명을 들이받았다.

그런데 차량이 도로경계석에 걸리면서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최원종은 미리 준비한 흉기를 손에 들고, 예비흉기를 바지주머니에 소지한 채 차량에서 내린 뒤 AK플라자 분당점 2층 3번 출입구로 들어가 시민 9명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김혜빈 씨당시 20세와 이희남 씨당시 65세, 2명은 끝내 숨을 거뒀다. 모두 최원종이 몬 차량에 치인 이들이었다. 특히 김 씨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외동딸인 점과 이 씨가 남편과 외식하기 위해 집을 나선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많은 안타까움을 샀다.

최원종은 1심에서 범행 당시 조현병 등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했다. 반면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부강현구 부장판사는 심신미약까지는 인정하면서도 이를 감형사유로 삼지는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최원종은 살인범행 이후 자신의 행동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거나 차후 자신의 신병처리에 대한 고려까지 하는 모습을 봤을 때 최원종은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것을 넘어 심산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1심 재판부는 최원종 아버지가 정신과 치료를 권유했지만, 최원종이 이를 거부해 스스로 범행을 초래했고 봤다. 이에 따라 1심 재판부는 최원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아울러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해자 유족들 고통을 고려하면 가장 무거운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검찰의 의견을 이해할 수 있지만, 사람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사형은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고 법원으로서는 형벌로서의 사형에 대한 특수성, 엄격성,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 News1 DB




이후 검찰과 최원종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쌍방 항소했다. 앞서 검찰은 최원종에게 사형을 구형했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인 수원고법 제2-1형사부김민기 김종우 박광서 고법판사도 최원종에게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동기인 조현병 증세와 망상 정도를 고려해 피고인에 대한 사형선고가 유일한 선택임을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정당화된 사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1심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1심 양형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며 "원심은 최원종을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하고 자유를 박탈한 수감생활을 통해 재범을 방지하고자 가장 무거운 무기징역형을 선고했고, 이 법원이 숙고를 거듭해 내린 결론도 원심과 같다"고 판시했다.

유족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 김혜빈 씨 어머니는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는데 피해 유족들로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며 "이게 과연 국민의 감정에 상응하는 결과인지 끝까지 대법원 판결을 받고 싶다"며 상고 계획을 밝혔다.

고 이희남 씨 남편도 "우리나라 사법부는 죄 없는 국민을 위한 사법부가 아니라 살인자를 위해주는 사법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사법의 정의가 뭔지 알 수 없다"고 원망 가득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에 검찰은 전날 법리 오해 및 채증법칙 위반을 사유로 또다시 상고했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고, 이를 법률상 감경 사유로 보기는 어렵지만 양형 사유의 하나로 고려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단과 같이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피고인의 지능과 범행의 계획성,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피해의 중대성,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피고인의 진정한 반성 태도를 발견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춰 사형이 선고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원종 역시 지난 21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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