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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에 화장품 사러 갔다가 날벼락…"나라 망신"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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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3회 작성일 24-05-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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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과 함께 돌아온 명동 강매
강매 당해도 신고할 곳 없는 관광객들

명동에 화장품 사러 갔다가 날벼락…

지난달 20일 비유 씨가 받은 영수증 사진. 강매를 당한 비유 씨는 세금 환급 후 금액 기준 89만2000원짜리 영수증 두 개를 가게로부터 제공받았다. 비유 씨는 업체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업체는 환불을 거부했다. /사진=독자 제공


"명동에서 화장품 200만원어치를 강매당했습니다. 업체는 상품을 구매한 이상 환불은 절대로 안 된다고 하네요." 태국인 관광객 비유 씨36

비유 씨는 "문제를 혼자 해결하기 어려워 도움을 청할 곳을 찾아봤지만, 명동 내 위치한 관광경찰센터가 굳게 닫혀져 있어 환불을 포기하고 돌아서야 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코로나19로 불황을 겪었던 명동 상권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상인들의 꼼수 강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바가지·강매 등 문제를 해결해오던 서울 관광경찰대가 올 초 폐지되면서 경찰의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동 외국인 관광객 늘자 꼼수 강매도 기승



2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의 쇼핑 관련 신고 접수 건수는 총 192건으로 2022년 22건 대비 8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 관련 세부 신고 내용은 △환불 및 교환 △가격 시비 △부가세 환급 등 불편 사항 등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감소했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다시 찾으면서 쇼핑 관련 신고 건수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명동에선 최근 강매와 관련된 불편 접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관광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한 비유 씨는 화장품 등을 구매하려 명동 내 한 화장품 가게를 들렀다가 강매를 당했다. 해당 가게의 점원은 상품을 구경한 뒤 가게를 나서려는 비유 씨를 붙잡고 화장품 구매를 계속해서 강요했다.

비유 씨는 어쩔 수 없이 6만원으로 가격이 표기된 한 앰플을 골랐다. 해당 상품은 12개가 한 묶음으로 패키징된 상품이었다. 가게 점원은 "해당 상품을 하나 더 사면 일본 주소지까지 택배로 보내줄테니 총 두 묶음을 사라"는 식으로 비유 씨를 설득했다.

비유 씨가 B 화장품 가게에서 강매 당한 상품의 모습. 해당 상품은 12개 한 묶음으로 비닐 포장 돼 있었다. 비유 씨는 "상품을 묶어놓고 가격을 써놓으면 당연히 해당 세트의 가격인 줄 알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비유 씨는 상품 구매 당시 점원에게 가격을 재차 물었고, 점원은 영수증을 주면서 "해당 상품은 개당 6만원"이라고 고지했다고 주장했다./사진=안정훈 기자


하지만 패키징은 눈속임이었다. 실제론 앰플 개당 가격이 6만원이었고, 해당 패키징의 가격은 96만원이었다. 2세트를 구매한 비유씨는 192만원 가량을 결제해야만 했던 셈이다. 영수증을 받아본 비유 씨는 깜짝 놀라 점원에게 환불을 요청했지만, 점원은 "이미 택스리펀Tax Refund을 받았기 때문에 환불은 절대로 불가하다"는 식으로 환불 요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전날20일 본지가 방문한 명동의 P 화장품 가게에선 강매로 인한 환불 문제로 고객과의 실랑이가 이어지고 있었다. 일본인 에밀리 오카모토 씨27는 지난 18일 해당 화장품 가게에서 27만4000원어치 화장품을 강매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해당 가게의 점원은 “피부가 이렇게 나쁜데 안 살 거냐”는 식으로 오카모토 씨에게 상품을 살 것을 강요하며 가게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오카모토의 친구인 한국인 박모 씨27가 이날 대신 환불을 받으러 왔지만, 가게 점원은 “이미 결제한 것을 어떻게 환불을 해달란 거냐”며 “기분 나빠서 환불 못 해준다”는 식으로 환불을 거부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 외에도 명동 거리 곳곳에선 화장품 가게 점원들이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붙잡고 강제로 손에 크림을 바르거나 관광객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손을 붙들고 가게 안으로 안내하는 경우도 많았다.
올초 관광경찰 폐지…외국인들, "강매 당해도 사실상 환불 포기"
일각에선 외국인 관광객 관련 민원 사항들을 책임지던 서울 관광경찰대가 올 초 폐지되면서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경찰대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보호하고 민원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 출범했다. 경찰청 외사계 소속으로 길 안내 같은 단순 민원부터 쇼핑 강매, 바가지요금 등의 사건도 직접 처리해왔다. 관광 현장에선 외국인 관광객이 엮인 각종 ‘소비자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도 맡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흉기 난동 사건이 이어지면서 지구대 등 치안 현장의 인력을 보강하기 위한 조치로 관광경찰대는 지난 2월 폐지됐다.

지금은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순찰대가 관광경찰대의 역할을 일부 대신하고 있지만, 곳곳에선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동순찰대의 순찰 주기가 불규칙적일 뿐 아니라 별도의 센터를 갖춘 것도 아니어서 실제 도움이 필요할 때 관광객들이 도움을 청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어서다.

굳게 닫힌 관광경찰대 명동센터의 모습. 관광경찰대가 지난 2월 폐지되면서 해당 건물은 더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사진=안정훈 기자


경찰은 어쩔 도리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명동을 관할하는 경찰 관계자는 “강매와 같은 사건이 발생해도 대인간의 문제라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한 경찰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해당 업무는 경찰 고유의 업무가 아니라서 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소비자원 등 관할 기관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가파르게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관광 경찰의 공백을 메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관광협회 관계자는 “관광경찰 폐지 이전엔 관광객이 경찰과 같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거나 결제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며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면서도 “폐지 이후엔 일반 경찰들은 사실상 폭행이 일어나거나 불법 사항이 껴있지 않으면 출동 자체를 안 하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들은 사실상 강매를 당해도 환불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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