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헤어지기 아쉬워"…설렘으로 가득찬 지자체 소개팅 주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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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관광지 홍보·저출산 대책으로 해운대 랑데부 개최
하루 종일 어울리며 데이트 즐긴 청춘남녀 40명…실제 커플 탄생도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오늘 호감 가는 이성이 몇 분 있는데, 헤어지기 전 마음을 표시해 다시 만나 보고 싶어요." 부산 해운대구에 살거나 해운대구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청춘남녀 40명이 25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APEC하우스에 모였다. 이날 소개팅 주선자로 나선 해운대구는 25∼34세 남녀를 모아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어울리며 친해질 수 있는 행사 해운대 랑데부를 열었다. 행사 초반에는 쑥스러운 분위기 속 소개팅에 나온 듯 깔끔하게 차려입은 남녀 4명씩 8명이 한 조를 구성해 테이블에 앉았다. 각자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목에 걸고 있었고, 테이블에는 이성에 대한 직업과 이름 등 간단한 프로필이 적힌 종이가 놓여 있었다. 국내 1호 커플 코치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회자가 커플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했는데, 옆자리의 이성과 인사를 하고 하이 파이브를 하는 등 가벼운 스킨십을 유도했다. 나중에는 손을 한동안 잡는 게임을 하더니, 상대의 손목에 스티커 타투까지 붙이도록 해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상대를 바라보며 칭찬해야 할 때 참가자들은 "인상이 좋으세요", "스타일이 귀여우시네요" 같은 평범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게임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배려심이 깊고 열정적인 분 같다"며 호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이른바 깻잎 논쟁처럼 연인의 행동에 대해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를 주제로 대화할 때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옥순가명 씨는 "다른 이성과 웃으면서 인사하거나 식당에서 식기류를 챙겨 줄 수는 있지만, 이성의 입가에 묻은 무언가를 손으로 떼어주는 건 절대 허용 못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함께 대화를 나누던 남성도 고개를 끄덕이며 "저도 마찬가지"라고 웃음을 지었다. 애초 구는 대화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참가자들로부터 MBTI를 미리 제출받아 외향적인 E 성향과 내향적인 I 성향을 골고루 배치했다, 덕분인지 어색할 것 같다는 우려와 달리 사소한 이야기에도 웃음이 터져 까르르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20대 공무원 상철가명 씨는 "남초 직장에 다니다 보니 여자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며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계속 이야기하다 보니 무척 즐겁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30대 순자가명 씨는 "다른 지역에 살다가 부산에 왔는데, 지인이 많이 없어 참가했다"며 "일반 사기업이나 공기업은 물론 공무원, 의사 등 참가자 직종이 다양해 놀랐다"고 말했다. 실내 행사가 끝난 이후 카페와 맛집이 밀집한 해리단길로 이동한 뒤 조끼리 자유롭게 식당을 선정해 점심을 먹었다. 이후에는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모래 축제를 관람하고, 바다 풍경을 펼쳐지는 해변열차와 일몰을 바라보며 즐기는 요트 탑승이 이어졌다. 행사는 해운대구에 있는 한 레스토랑으로 이동해 참가자 모두가 저녁을 함께 먹으며 마무리됐다. 구는 이날 마음에 드는 상대방에게 개인적으로 호감을 전하도록 했으나, 행사 마지막쯤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 여성 2명과 남성 1명이 자발적으로 고백해 현장에서 세 커플이 탄생했다. 이번 행사는 지역 내 명소를 홍보하고 저출생에 맞서 이성 간 만남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추진됐다. 해운대구는 참가자의 범죄경력회보서, 주민등록초본, 재직증명서, 미혼 여부 확인을 위한 혼인증명서 등을 깐깐하게 확인해 결혼정보회사 못지않은 신뢰감을 주고자 했다. 추첨을 통해 남녀 40명을 뽑는 행사에 남성 76명, 여성 61명 등 137명이 몰려 3.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 있는 공공기관에서 직원 복지 차원으로 행사에 참여할 수 없냐는 문의를 하기도 했고, 관내 식당이나 카페에서 장소를 대관해주고 싶다는 연락도 많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가 예상보다 많은 관심을 받은 만큼 내년에는 해운대로 전국 단위의 청년들을 불러 모으는 등 행사 규모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psj1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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