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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안마·스파 간판 성매매 업소…교수·퇴역 장군·문중도 건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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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17회 작성일 24-08-2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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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업소가 입주해 있는 서울 강남구의 건물들. ‘안마’, ‘마사지’ 등 간판을 내걸고 있다. 건물주들은 성매매 업자로부터 막대한 임대수익을 얻지만, 성매매 업주나 성매수자에 비해 덜 주목받기에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20년을 맞은 2024년에도 불법 성매매 산업은 여전히 번성 중이다. 30조~37조원 규모로 추산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2016년 기준됐던 성매매 산업을 지탱하는 주범은 성구매자와 성매매 알선자이지만, 주변에 기생하며 이익을 얻는 공범들의 존재도 만만치 않다. 성매매 장소 제공자와 성매매 대리 예약자 등이 그 주인공이다. 한겨레 탐사팀이 5개월간 이들의 실태를 추적해온 결과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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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상가 건물. ‘ㄷ안마’란 이름이 외벽에 크게 붙어 있었다. 상가 표지판에도 ‘7층 ㄷ안마소’라 표기돼 있었지만, 지도 앱에서 이 상호는 검색되지 않았다. 이곳은 클럽에서처럼 여성들과 함께 춤을 춘 뒤 성매매가 이뤄지는 이른바 ‘클럽안마’로 유명한 곳이다. 성매매 후기 사이트에선 강남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업소로 꼽힌다.



엘리베이터가 7층에 도착하자, 음악 소리가 귀를 때렸다. 문이 열리자 어두운 조명 아래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예약하고 오셨나요?” 한 직원이 말했다. ‘예약하지 않았다’고 하자 안쪽 공간으로 안내됐다. “찾는 아가씨 있어요?” 자리에 앉자 직원이 물었다. 옆에는 젊은 남성과 중년 남성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입구에 표시된 안마시술 가격은 11만5천원이었지만, 가격을 묻자 “27만원”이라고 했다. “한번이 이렇고 두번이면 32만원이요.” 머뭇거리던 기자가 ‘안마만 하는 곳이냐’고 묻자 직원이 당연한 듯 말했다. “여긴 섹스하는 곳이에요.”



ㄷ안마는 이 건물 6, 7, 8층을 쓰고 있다. 건축물대장으로 보면 6층은 271.9㎡약 82평, 7~8층은 각각 260.42㎡약 79평씩이다. 네이버 로드뷰를 통해 과거 사진들을 확인했더니, 2014년 10월부터 10년 가까이 같은 안마시술소 간판을 내걸고 영업하고 있었다. 이런 공공연한 영업은 단속망에도 포착됐다. “내부의 방을 개조해 클럽식으로 꾸며 운영하고 있다”는 신고가 성매매 예방·감시 활동을 하는 다시함께상담센터에도 수차례 접수됐다.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는 8년 넘게 모니터링해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2018년과 2023년 두차례 ㄷ안마를 고발했다. 그 결과 업소 운영자는 불특정 다수 남성에게 10만~4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2020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년6개월, 벌금 1500만원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처벌이 이뤄졌는데도 영업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ㄷ안마가 입주해 있는 건물 소유주는 △△ 정씨 ○○파 문중이었다. 조선시대 명문가로 손꼽혔던 명문가로 지금도 종중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2003년 이 건물을 사들여 20년 넘게 소유하고 있다.



현장을 살펴본 결과, 건물주는 6~8층이 불법 성매매 영업에 쓰인다는 사실을 모르기 어려워 보였다. 직접 찾아보면 성매매 업소임이 뻔히 확인되는데다, 종중 사무실이 5층에 입주해 있었기 때문이다.



ㄷ안마는 7층 입구를 통해서만 6, 8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였는데, 이런 공간 설계 또한 건물주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 성매매 업소 입주 의심 신고만으로도 건물주에게 통보된다. 과거 성매매 업계에 종사했던 한 관계자는 “ㄷ안마는 그 일대 안마방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며 “건물주가 모르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성매매 의심 업소의 입구 모습. 채윤태 기자


이 문중처럼 불법 성산업으로 임대 수익을 올리는 건물주는 얼마나 될까. 한겨레 탐사팀은 오영환 전 의원실을 통해 다시함께상담센터의 성매매 모니터링 대상 업소 132곳의 주소를 입수해, 해당 건물들의 등기부등본을 떼어 건물주를 파악했다.



그 결과 공동소유자를 포함해 171명이 확인됐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64.3살이었다등기부등본에 나이가 표기되지 않은 1명 제외. 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판결문, 각종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건물주 관련 정보를 추적한 결과, 예비역 장군, 유명 종교인, 유통업체 대표, 국립대 교수, 전 대기업 대표이사 등 저명인사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이 최소 13명 포함돼 있었다. 유명 단체와 기업도 1곳씩 있었다.



성매매 업소를 광고하는 불법 누리집 ㅅ에 지난 4월 기준 광고된 내용을 보면, 해당 건물들에는 마사지, 키스방, 휴게텔, 안마 시술소, 스파 등의 간판을 내건 성매매 업소가 입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 계열 이단종교 교주인 김아무개77씨가 2005년 252억원에 사들인 강남구 논현동 건물 지하에서는 10년 이상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김씨는 1990년대부터 기도원을 기반으로 전국 단위 열성 신도를 모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보유한 건물에서는 간단하게 목욕을 한 뒤 비밀통로로 안내돼 성매매하는, 이른바 스파 형태의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온라인 성매매 후기 누리집에는 “○○스파 후기”라며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담은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업소 관계자는 지난 2일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연애성매매를 뜻하는 은어 한번은 14만원, 두번은 17만원”이라고 말했다.



해군 중장으로 예편한 오아무개96씨 또한 불법 성매매 업소가 입주한 건물의 소유주다. 그는 군사정권 시절 해군 참모차장에까지 올랐고, 전역 뒤엔 남미 한 나라 대사로 부임했다.



지난달 29일 찾은 서울 종로구 종로1가 오씨 소유 건물 3층에는 ‘××마사지’라는 커다란 간판과 그 옆에 회전하는 하트 표가 그려져 있었다. 간판 설치 시기를 살펴보니, 최소 2016년 4월부터 업소가 운영됐음을 알 수 있었다. 3층 현관문으로 가자 자동으로 업소 문이 열리고 붉은색 조명의 작은 방이 여러개 붙어 있었다. “12만원, 돈 주면 다 돼.” 카운터에서 만난 업소 관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곳이 불법 성매매 업소라고 안내했다.



국립대 명예교수이자 원로 기계공학자인 이아무개68씨 일가가 보유한 강남구 역삼동 건물도 입주 업소가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장을 지냈으며, 현재도 과학계 주요 단체의 간부직을 맡고 있다. 또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 대표를 지냈던 김아무개78씨가 강남구 역삼동에 보유한 건물도 입주 업소가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신고가 여러차례 접수된 바 있다.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건물을 제공하면 ‘성매매 알선 등 행위’로 봐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016년 제주지법 성유주 판사는 성매매로 단속된 뒤 성매매 업자 2명이 이 공간과 시설을 임차해 영업한 사건에서 건물주에게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했다.



건물주는 “새로운 임차인도 성매매업을 하는지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성 판사는 △경찰로부터 기존 임차인이 성매매업을 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고 △기존 업소의 시설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영업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2011년엔 임대계약 뒤 성매매 업소인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한 건물주에게 벌금 2천만원을 선고한 대법원 판결도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건물주 처벌 사례는 드물다.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라는 성매매처벌법의 단서 조항을 입증하는 게 관건인데, 수사기관이 업소주나 성매수자에 비해 건물주 수사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대다수 건물주는 “성매매가 이뤄지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거짓 해명일 가능성이 크다. 성매매 업소 단속 업무에 종사한 한 경찰은 “신고나 고발 등으로 형사입건되면 경찰 풍속업무관리시스템에 의해 건물주에게 자동 통지가 간다”고 말했다.



실제 한겨레 탐사팀이 접촉한 불법 성매매 업소 건물주들도 대부분 취재를 거부하거나 “몰랐다”고 답했다. △△ 정씨 ○○파 문중은 “신문사에서 취재할 일이 아니고, 경찰이나 관계기관에서 합법인지 판정할 일”이라며 “거기서 그걸성매매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찰의 성매매 혐의 입건 통보도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종교인 김씨 쪽도 “이 사실을 몰랐고, 개별 업소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다”고 답했고, 원로 공학자는 답변을 거부했다. 전직 대기업 계열사 대표는 주소지를 찾아갔으나 만날 수 없었다. 예비역 중장 오씨 쪽만 “관리인에게 건물을 맡겨 인지하지 못했다. 사실이라면 부끄러운 일이다. 확인한 뒤 성매매 업소를 내보내겠다”고 답변했다.



다수의 성범죄 피해자들을 대리해온 신진희 변호사는 “성매매에 쓰인 부동산 소유주가 건물 관리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임대인과 나눈 문자메시지 등 건물주가 성매매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중요해진다”며 “수사당국은 성매매 사건에서 성매수자나 알선자 처벌로 수사를 끝내는 게 보통이다. 장소 제공까지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장소는 성매매가 일어나는 중요한 매개 수단으로 건물주가 ‘몰랐다’며 빠져나가는 건 무책임하다”며 “부동산 소유주와 건물주들은 이 문제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juneyong@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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