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낳아 잘 기르려 했는데, 선물처럼 세 쌍둥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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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바꾼 우리] 삼둥이 키우는 이재현·이한나 부부
[아이들이 바꾼 우리] 삼둥이 키우는 이재현·이한나 부부
남편 이재현씨와 아내 이한나씨는 도운왼쪽부터, 도이, 도원 세 쌍둥이 남매를 ‘작고 귀엽고 앙증맞은 딩동댕 삼둥이’라고 소개했다. 13일은 세 쌍둥이의 첫돌이다. 부부는 “아이들이 선물처럼 찾아온 것 같다”고 했다. /이한나씨 제공
부부는 대학 시절 5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둘 다 자기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어했다고 한다. 아내 이한나씨는 “우리를 닮은 아이 하나쯤은 낳아봐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세 명이 한꺼번에 찾아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부는 한때 난임으로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엔 올 행복’이라 믿으며 함께 버텼다고 한다. 남편 이재현씨는 “세 쌍둥이를 품고 키울 수 있는 부부가 되었을 때 아이들이 선물처럼 찾아온 것 같다”고 했다.
부부가 세 쌍둥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건 지난해 4월이다. 당시 부부는 기뻤지만 부모님은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이씨가 일반 임신부에 비해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산모’였기 때문이다. 세 쌍둥이는 조산早産이나 유산 위험이 커서 ‘선택적 유산’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힘들 땐 비슷한 고충이 있는 다른 다둥이 산모들과 만나 털어놓으면서 이겨냈다. 다둥이를 출산해본 경험이 있는 산모에게 몸 관리 노하우를 듣기도 했다. 그해 12월 13일 오전 세 쌍둥이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세 쌍둥이는 집 안에 웃음과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다. 부부는 매일 아침 삼둥이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남편 이씨는 “아침에 아이들을 깨우러 방에 들어가면 세 명이 나를 엄청 반기면서 쪼르르 다가와 푹 안긴다”며 “아이들이 평소에도 활달하고 잘 웃어서 너무 예쁘다”고 했다. 아내 이씨도 “거실에서 세 쌍둥이가 한데 모여 술래잡기 숨바꼭질을 하거나, 가만히 있다가도 서로 쳐다보면서 웃는 모습을 보면 마냥 사랑스럽다”며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둥이를 키우는 가족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부부는 외벌이로, 남편 이씨가 삼성전기에서 엔지니어로 일한다. 그런데 지난해 1월 육아휴직을 내고 아내와 함께 아이를 돌보고 있다. 이들은 매일 오전 7시 반에 아이들 이유식을 만들고 기저귀를 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8시 반쯤 분유를 먹이고 오전 10시 반~낮 12시쯤 낮잠을 재운다. 이후에도 비슷한 과정을 반복하다 오후 7시 반쯤 아이들을 재우는 게 하루 일과의 끝이다.
부부가 같이 육아를 해도 힘든 순간이 있다. 아이들이 동시에 아플 때다. 2~3개월 전 아이 한 명이 감기에 걸렸는데 이후 다른 아이도 옮아 일주일 가까이 부부가 밤새 아이들을 돌봤다고 한다. 남편 이씨는 “대학 병원에 검진받으러 갈 때 몸집이 작고 연약한 아이들을 먼 곳까지 데리고 나가야 하는 게 큰 부담”이라고 했다. 그래도 아이들이 크면서 갓 태어났을 때보다는 육아 부담이 줄었다.
부부는 세 쌍둥이를 키우면서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채워가고 있다고 했다. 남편 이씨는 “아이들이 없었다면 인생이라는 책의 전체 페이지를 채우진 못했을 것”이라며 “육아를 하면서 인생도 다채로워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주변 지인한테 ‘한 명도 힘든데 세 명은 어떻게 키우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며 “그럴 때마다 ‘같은 상황이었어도 잘 감당해냈을 것’이라고 답한다”고 했다. 육아의 어려운 점도 있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내 이씨는 “임신과 출산이 여성 건강을 상하게 한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힘든 점이 분명 있지만, 그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아이가 셋이면 주변에서 받는 혜택이 당연히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 특별히 그렇지 않다”며 “다둥이 가정을 위한 여유로운 주차 공간 등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입모아 말했다. 전기세 감면 같은 단순 현금 지원 정책도 좋지만 다둥이 가정을 배려하는 양육 환경을 만드는 정책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부부는 아이들이 다닐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있다. 그런데 셋이 함께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 찾기가 어려워 고민이라고 한다. 집 근처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의 어린이집은 0세반에 두 명만 자리가 남아서 나머지 한 명은 다른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세 명이 모두 갈 수 있는 어린이집은 차를 타고 가야 한다. 부부는 “다둥이들이 같이 다닐 수 있도록 집 근처에 좋은 어린이집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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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기자 oujin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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