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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산다고요?" 코에 뱀장어 끼고 쿨쿨 몽크물범의 생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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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24회 작성일 24-08-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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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 지옥이 된 바다 2부>
③ 살고 싶어요
밈 사진 탓 유명세… 귀여운 모습 인기
해변서 낮잠만 자는 하와이 멸종위기종
"밤에 사냥하고 지쳐 낮엔 쉬는 겁니다"
"상어보다 폐어구가 무서워" 잇단 사고
"소원이요? 수명대로 살다 죽고 싶어요" 추적>

편집자주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피 흘리는 바다거북, 배 속에 찬 쓰레기 탓에 죽은 향유고래. 먼바다 해양 생물들의 비극은 뉴스를 통해 잘 알려졌죠.
우리 바다와 우리 몸은 안전할까요? 한국일보는 3개월간 쓰레기로 가득 찬 바다를 찾아다녔습니다. 동해와 서해, 남해와 제주에서 어부와 해녀 63명을 만나 엉망이 된 현장 얘기를 들었고, 우리 바다와 통하는 중국, 일본, 필리핀, 미국 하와이를 현지 취재했습니다. 지옥이 된 바다. 그 가해자와 피해자를 추적했습니다.

2018년 코믹하면서도 귀여운 물범의 모습이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을 통해 큰 관심을 끌었다. 코에 뱀장어가 들어갔는데도 웃는 듯한 얼굴로 낮잠을 자고 있는 물범 사진에는 대충 살자. 코에 뱀장어 낀 물범처럼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인간도 뱀장어가 코에 들어가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물범처럼 여유롭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세상을 달관한 것 같은 그 동물은 어디에 살까. 7월 4일 미국 하와이에서 특별한 물범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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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크물범은 왜 하루 종일 잘까

사진 속 물범은 하와이에서만 서식하는 몽크물범이다. 목살이 두툼한 모양새가 수도승이 모자를 목에 두른 것 같다고 해서 몽크물범이란 이름이 붙었다. 전 세계에 1,600마리 정도만 남았는데, 그나마 1,200마리는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하와이 제도의 북단 파파하나우모쿠아케아 국립공원에 산다.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몽크물범은 400마리 정도로, 주로 카우아이섬과 오아후섬 해변에 터를 잡고 있다.

카우아이섬 주민들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몽크물범의 인기는 대단했다. 주민들이 영물로 여기는 이 동물은 입가에 녹색 이끼가 낀 강아지 같은 얼굴로 흰 배를 드러낸 채 해변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따금 플리퍼지느러미로 몸통을 벅벅 긁거나 코를 골듯 콧구멍에 낀 모래나 나뭇잎 따위를 흥 하고 풀어냈다. 접근 금지를 표시한 줄 너머에서 물범을 지켜보던 이들은 탄성을 지르면서 분주히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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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시간 동안 계속 지켜봤는데, 몽크물범은 거의 하루 종일 잤다. 의문이 생겼다. 몽크물범은 무척 통통하고 기름지다. 문어, 뱀장어, 새우 등을 하루 평균 7㎏씩 먹는다고 한다. 키 2m에 170~210㎏의 몸무게를 유지하려면 정말 부지런히 사냥을 해야 할 텐데, 저렇게 게으른 동물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몽크물범 지킴이를 자처하는 현지의 한 자원 봉사자는 R620이라는 이름을 가진 물범을 가리키며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몽크물범이 태평하게 낮잠만 잔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밤새 사냥을 마치고 해변에 올라와 쉬는 겁니다. 지난밤 바닷속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격렬한 사투를 벌였을지도 모르죠. 가슴에 C 자 모양 흉터 보여요? 천적인 상어에게 쫓기다 물린 상처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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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크물범 연애까지 관찰하는 하와이 주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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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크물범은 새끼를 기를 때를 빼면 홀로 지내는 습성이 있다. 낮잠을 자다가도 물속에 다른 몽크물범이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면 곧바로 자리를 떠나버린다. 보통 해가 질 무렵까지 한곳에서 자지만, 가끔 몸을 벌떡 일으켜 바다로 들어갈 때가 있는데 대부분 그런 경우다.

7월 4일 오전 10시 30분쯤 카우아이섬 포이푸 해변에서 매우 드문 광경을 목격했다. 덩치가 특히 큰 몽크물범 한 마리가 물속에서 꿈틀꿈틀 헤엄쳐 나오더니 R620 곁에 몸을 뉘었다. 열 살 된 수컷 몽크물범 F28이었다. 물범 두 마리는 한동안 모래사장을 떠나지 않고 나란히 누워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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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봉사자는 놀란 표정으로 기자에게 말했다. "나란히 누워 있다니 이상한 일이네요. 하지만 두 녀석은 아직 커플은 아닙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물범의 개인사까지 어떻게 아는 걸까. 그는 "하와이에선 몽크물범의 특이사항을 일일이 기록한다"면서 "특히 출생과 직결되는 커플의 탄생은 주민들의 큰 관심사라서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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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선 멸종위기종인 몽크물범 보호가 철저하다. 해안에 몽크물범이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물범을 보호하는 자원 봉사자들이 현장에 파견된다. 실제로 두 물범이 낮잠을 자는 동안 자원 봉사자는 몽크물범 앞에 R620, 여섯 살, 아침 7시 30분에 나왔음이라고 적힌 팻말을 꽂고 폴리스라인처럼 밧줄을 둘렀다. 팔을 쭉 뻗어서 엄지손가락에 물범이 가려질 정도로만 사람들의 접근이 허용되고, 가까이에서 셀카를 찍는 것도 금지된다. 물범에게 먹이를 주거나 만질 경우 벌금형에 처해진다.


몽크물범 천적은 폐어구

몽크물범은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고 있지만, 상어보다 무서운 적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버려지거나 유실된 폐어구들은 물범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다. 빅아일랜드 코나에 있는 해양 포유류 센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물범들이 입원한다. F28도 어릴 적에 죽을 고비를 넘겼다. 2014년 5월 해안경비대는 기운을 잃고 해변에서 쓰러져 있는 한 살 된 새끼 물범을 발견했다. 영양실조를 예상했지만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몸속에서 제법 큰 낚싯바늘이 보였다. F28은 3시간 30분에 걸친 수술 끝에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F28은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다. 하와이에서 해양 정화활동을 하고 있는 서프라이더 재단에 따르면 1974년부터 2022년까지 총 437마리의 몽크물범이 폐어구에 걸려 죽었다. 폐어구로 인해 새끼 몽크물범이 온전하게 어른이 될 확률은 50% 미만으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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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지역 하와이가 쓰레기장이라고?

하와이는 청정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관광지를 조금 벗어나면 전혀 다른 모습도 관찰된다. 형형색색 플라스틱 조각으로 가득한 모래사장과 해변에 널브러진 폐어구의 잔해는 오염된 흔적들이다. 카우아이섬에 위치한 서프라이더 재단의 해양 쓰레기 처리장에도 해변에서 수거한 그물 등 폐어구들이 많았다. 특이한 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가 적힌 쓰레기가 유독 많았다는 점이다. 태평양에 버려진 뒤 해류를 타고 넘어온 한국산 장어 통발과 일본산 굴 양식용 깔때기, 중국산 플라스틱 부표 등이 544㎏ 자루를 가득 채웠다. 특히 검은 고깔 모양의 한국산 통발아래 연관 기사 참고에 입이 막혀 새끼 물범이 잇따라 죽거나 다치면서 하와이 주민들의 걱정은 매우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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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어민들을 상대로 해양 쓰레기를 수거해오면 현금을 주는 등 정화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NOAA의 노력으로 급감하던 몽크물범 개체 수는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치워도 치워도 끊임없이 쓰레기가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프라이더 재단 제임스 모리오카36 전무이사는 기자에게 몽크물범을 위한 작은 소망을 언급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몽크물범이 죽고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몽크물범의 수명은 30년 정도입니다. 그들도 인간처럼 주어진 수명을 살다가 떠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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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특별취재팀
팀장 : 유대근 기자엑설런스랩
취재 : 진달래·원다라·이서현 기자엑설런스랩, 조영빈베이징·허경주하노이 특파원, 한채연 인턴기자
사진 : 이한호·최주연·정다빈 기자
영상 : 박고은·김용식·박채원 PD, 제선영 작가, 이란희 인턴PD


※ <제보받습니다>제보받습니다> 한국일보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집중 취재해 보도해 나갈 예정입니다. 해양 쓰레기 예산의 잘못된 사용예산 유용, 용역 기관 선정 과정의 문제 등이나 심각한 쓰레기 투기 관행, 정책 결정 과정의 난맥상과 실효성 없는 정책, 그 외에 각종 부조리 등을 직접 경험했거나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다면 제보dynamic@hankookilbo.com 부탁드립니다. 제보한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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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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