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보다 알파벳 먼저 떼는 아기들…강남 영어유치원에 2·3세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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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시험 통과 위해 과외도 받아
일러스트=박상훈
서울 강남 등 학원가가 발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영어 유치원 2·3세반이 늘고 있다. 그동안 5세쯤 영어유치원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입학 나이가 점차 어려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레벨 테스트레테를 통과해야 갈 수 있는 학원도 많아지면서 2·3세 아기가 레테를 준비하려고 과외를 받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저귀 차고 영어 과외’를 받는 셈이다.
서울 강남구 등에 3개 지점을 둔 한 영어유치원은 3세부터 입학할 수 있는데, 들어가려면 입학 레테를 봐야 한다. 레테에는 ‘그림 보고 영어 철자 맞히기’ ‘완벽한 영어 문장으로 사진 설명하기’ 등이 나온다.
영어유치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2·3세 부모들이 ‘레테’를 고민하는 글이 매일 한두개씩 올라온다. “3세 아기가 영어유치원 레벨 테스트에서 떨어져 속상하다” “레테 준비 잘해주는 학원 추천해달라” 등이다. 한 부모는 “강남의 한 영유영어유치원는 한 달 원비가 200만원이 넘어 ‘영유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데, 입학 경쟁이 치열해서 ‘나는 에르메스백보다, 그 유치원 가방을 갖고 싶다’는 말까지 한다”고 말했다.
일반 유치원에서 초등 과정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21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유치원 103곳 커리큘럼을 분석했더니, 74.1%가 영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배운다. 만 3세 아이들에게 국어, 영어, 수학, 한자를 가르치거나, 초3 때 배우는 분수를 가르치는 유치원도 있었다.
조형숙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2·3세는 부모와 신뢰를 쌓으며 정서, 사고가 발달하는 시기인데, 반복적으로 영어 단어나 문장을 학습시키는 데 치중하면 필요한 발달이 제대로 안 될 수 있다”면서 “다양한 놀이와 체험 활동을 자유롭게 많이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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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민 기자 at_ham@chosun.com 최효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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