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내고 한집배달 시켰는데 왜" 불만 폭발…억울한 라이더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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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동선 묶어 ‘다건 배차’
배달만 우선 픽업 단계는 동일
여러 플랫폼 ‘동시수행’도 지연 원인
배달만 우선 픽업 단계는 동일
여러 플랫폼 ‘동시수행’도 지연 원인
![quot;돈 더 내고 한집배달 시켰는데 왜quot; 불만 폭발…억울한 라이더들 [이슈]](http://thumbnews.nateimg.co.kr/view610///news.nateimg.co.kr/orgImg/hk/2025/03/20/01.39791091.1.jpg)
11일 서울 용산구의 한 도로에 배달 오토바이가 일렬로 주차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한집배달로 시켰는데 왜 다른 곳에 들렀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배차받은 대로 움직인 것뿐인데 좀 억울할 때가 많죠.”8년째 배달업에 종사 중인 강모 씨는 최근 배달 플랫폼 고객센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집배달 이용 고객이 라이더가 바로 배달지로 오지 않고 다른 곳을 들렀다며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당시 강 씨가 받은 콜주문은 한집배달과 일반 배달을 묶은 ‘다건 배차’였다. 플랫폼 측에서 라이더에게 동선이 비슷한 여러 집을 묶어 한 번에 배차하는 시스템이다. 강 씨는 “고객들은 주문과 동시에 라이더가 음식을 픽업해 배달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라며 “이런 배차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한집배달에 대한 불만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서비스 중 하나인 ‘한집배달’에 대해 손님과 라이더 등 이해관계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한집배달은 기본 배달비에 1000원을 추가로 지불하고 음식을 빠르게 배달받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배달이 지연되거나 잘못된 음식이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에 대한 플랫폼의 관리 및 규제가 허술한 탓이다.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소비자와 플랫폼의 입장이 상이하고, 일부 라이더들이 여러 플랫폼에서 주문을 받아 배달을 지연시키는 경우에 대해서도 관리가 미흡한 상황이다.
배달만 우선, 픽업 단계는 동일

11일 서울 용산구의 한 도로에 배달 오토바이가 일렬로 주차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의 라이더들에 따르면 한집배달은 배달 과정에서만 우선 처리될 뿐 음식 픽업 단계에서는 일반 배달과 함께 진행될 때가 많다. 이 지점에서 서비스 운영 방식에 대한 소비자와 플랫폼 간 입장 차이가 발생한다. 소비자들은 주문과 동시에 라이더가 음식을 픽업해 신속한 배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라이더가 다른 음식을 픽업하러 가는 도중 한집배달 주문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 픽업을 완료한 후에야 한집배달 주문을 처리하게 돼 배달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플랫폼 측에서 라이더에게 한집배달 2건을 동시에 배정하거나 한집배달과 일반배달을 묶어서 배정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동 시간과 동선 관리가 복잡해져 배달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지난해부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간 무료 배달 경쟁이 거세지면서 플랫폼 측은 출혈을 줄이기 위해 다건 배차를 늘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지금까지 배달 업계는 픽업 후 바로 배송지로 이동하기 때문에 한집배달이 맞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여러 건을 픽업했어도 한집배달 픽업 후에는 바로 배달지에 전달하므로 서비스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누리꾼들은 “한집배달이면 내 주문만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럴거면 ‘우선배달’이나 ‘첫집배달’ 등으로 이름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한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반 배달 음식을 픽업하는 과정에서 한집배달 콜주문을 잡게 되면 픽업 타이밍이 꼬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한집배달인데도 왜이리 늦냐’는 식의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단말기 여러 대로 타 플랫폼 ‘동시수행’

라이더 중 일부는 넓은 단말기 거치대 위에 2~3대의 휴대폰을 올려두고 운행을 한다./사진=박수림 기자
일부 라이더들은 배달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단말기 2~3대를 사용해 여러 플랫폼에서 주문을 받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동시수행’이라고 부른다. 플랫폼을 여러 개 이용하는 건 라이더의 선택이지만 특정 플랫폼에서 잡은 주문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타 플랫폼 주문을 처리할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한집배달이라 하더라도 라이더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주문을 처리하면 신속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소비자 역시 실제로 한집배달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는 연말연시나 악천후로 배달 주문이 급증하는 시기에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증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업계는 이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용 형태를 근거로 들며 “라이더는 프리랜서일 뿐 우리와 계약관계에 있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동선을 이탈할 시 팝업 등을 띄워 경고하고 있긴 하지만 그 이상의 조치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쟁 업계 관계자 역시 “계약 사항 중 우리 업체 배달을 하면서 타 업체 콜을 잡으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면서도 “이는 타사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실상 제지가 어렵다”고 밝혔다. 내부 시스템 상에서 라이더의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동시수행을 하며 기준 동선을 벗어날 경우에는 통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상 서비스의 맹점을 인지하면서도 운영을 지속하는 셈이다.
이 같은 허점으로 점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정적인 리뷰는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중구에서 중국집을 오픈한 김모 씨50대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그는 배달지가 가게 근처였지만 ‘국물이 너무 많이 졸았다’는 리뷰를 받은 적이 있다. 김 씨는 “배달이 늦어지면 대부분 손님들은 리뷰를 통해 불만을 표한다”며 “요즘은 리뷰를 보고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 안 좋은 평이 달리면 주문이 줄어들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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