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이웃 위해 전재산 내놓습니다…내가 그 고통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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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등 4억여원 기부 약정한 80세 변문희씨…"후회 요만큼도 없어"
전재산 기부 약정한 변문희80 어르신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12일 서울 마포구청 12층 옥상정원에서 변문희80씨가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01.12 ysc@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누군가 배곯고 있으면 나는 안 먹더라도 주고 그랬어요.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내가 배고파 봤으니까. 내가 그 고통을 아니까."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만난 변문희80씨가 말했다. 변씨는 최근 가정 형편이 어려워 배고프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데 써달라며 마포복지재단에 전 재산인 집과 금융 자산 약 4억2천만원 기부를 약정했다. 마포구와 마포복지재단은 이날 오후 유산 기부식 행사를 열고 변씨에게 감사를 표했다. 변씨는 늘 배고팠고 원하는 만큼 공부하지 못했다. 한이 컸고 그런 젊은이가, 이웃이 없었으면 했다. 어떻게 기부해야 하는지 알아볼 엄두가 안 나 생각만 생각만 하던 지난해 가을 어느 날 평소 의지하던 방문 사회복지사에게 더 늦기 전에 기부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말했다. 변씨의 뜻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복지사가 기부 절차를 알아봐 줬고 그렇게 유산 기탁이 이뤄졌다. 변씨는 이전에도 주변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지갑과 냉장고를 자주 열었다. 어렸을 때 굶은 경험 때문에 다른 이들의 고통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변씨가 다섯살이었던 1948년 여름 수마水魔가 변씨의 고향인 충북 제천을 덮쳤다. 11명이 숨졌고 45명이 크게 다쳤다. 집 48채가 피해를 입었는데 변씨의 집도 그중 하나였다. 변씨는 "당일 아침에 먹을 쌀조차 건지지 못한 채 몸만 빠져나와 전 재산을 다 잃었다"며 "그 길로 생활고가 시작돼 한 달을 거의 맹물만 먹고 버텼던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생활고는 변씨가 국민학교에 들어간 이후로도 이어졌다. 어머니가 "여자애가 무슨 학교냐"며 통지서가 3차례 나올 때까지 변씨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사정사정한 끝에 국민학교에 다닐 수 있었지만 배가 고파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는 "빈속으로 학교에 가면 2시간도 안 돼서 쓰러졌다"며 "그러면 선생님이 미국인이 가져온 가루우유를 도시락통에 넣고 쪄 줘 그걸 먹으며 버텼다"고 말했다.
유산 기부식 행사에 참석한 변문희 씨와 박강수 마포구청장
서울=연합뉴스 유산 기부식 행사에 참석한 기부자 변문희80·왼쪽씨와 박강수 마포구청장가운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01.12 [마포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변씨는 17세의 나이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상경했다. 수많은 직업을 거치다 30대 중반 고향으로 돌아가 파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해 돈을 벌었고 그렇게 번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모았다. 50대 초반에는 다시 서울로 이사해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 잡았다. 결혼 5년 차에 남편이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자식은 없다. 변씨는 "솔직히 말하자면 자식이 있었어도 전 재산을 기부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긴 한다"면서도 "어려운 이웃이 없었으면 하는 건 내 오랜 생각이라 후회는 요만큼도 없다"라고 했다. 변씨는 유산 기부와 함께 얼마 전 고려대학교 의대에 사후 장기기증을 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마지막 기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변씨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유산 기부를 약정했다. 변씨의 유산은 마포복지재단을 통해 마포구 주민 참여 효도밥상 사업과 어려운 주민을 위한 복지 사업 후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마포구는 지난해 4월 만 75세 이상 지역의 독거 어르신을 대상으로 효도밥상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마포구에 거주하는 500여 명의 독거 어르신이 17개 급식 기관을 이용하고 있다. "지금처럼 친구들 배고프다고 하면 밥 사주고 먹는 반찬 나눠주고,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대로 살다 가고 싶어요." 변씨가 말했다.
성산1동 변문희 후원자 유산 기부 전달식
서울=연합뉴스 유산 기부식 행사에 참석한 기부자 변문희80씨와 박강수 마포구청장 등 구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4.01.12 [마포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s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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