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민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시름 늘어가는 점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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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플랫폼이 수수료를 너무 많이 가져가니까, 홍보비를 따로 들여 포장주문 비율을 높여놨거든요. 그랬더니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를 떼간다네요.”
광주에서 11년째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 조아무개40씨는 2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연신 한숨을 쉬었다. 그는 2023년 10월께부터 아침에 출근해 새벽 2시까지 가게 문을 연다. 이전엔 저녁 8시까지 영업해도 가게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 배달앱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배달 수수료로 나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조씨는 배달 수수료로만 540만원전체 매출의 약 24%을 지불했다. 여기에 재료비, 임대료, 공과금 등을 빼면 매출의 20%도 손에 남지 않는다. 그나마 살길을 찾은 게 ‘포장 주문’이다. 고객이 앱으로 주문한 뒤 식당에 들러 직접 음식을 찾아가면 배달 라이더를 쓰지 않아도 돼 배달 수수료를 아낄 수 있었다. 조씨는 포장 주문을 하면 할인쿠폰을 주는 방식 등으로 포장 주문 손님을 늘려 왔다.
다음달 14일부턴 이마저도 불가능해진다. 배민이 포장 주문에도 중개 수수료 6.8%를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영업시간을 늘려 겨우 가게를 유지한다 싶으면 배달 수수료를 더 올리고, 이제는 포장 수수료까지 받겠다고 합니다. 점주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여긴다면 이렇게 일방적인 착취 구조로 끌고 갈 순 없죠.”
배달앱 시장에서 점유율 60%가량을 차지하는 ‘큰손’ 배민이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를 받기로 하면서 점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배민은 중개료를 받는 대신 포장 주문 관련 마케팅, 앱 개선 등에 연 3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점주들은 “배민만 점점 더 배불리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포장 주문 수수료가 배달 주문보다 적은 것도 아니다. 배민은 매출 규모에 따라 구간을 나눠 중개 수수료를 받는 ‘배민1플러스 상생 요금제’를 시행 중인데 매출 상위 35% 이내 식당 업주는 7.8%, 상위 35%~80%는 6.8%, 80%~100%는 2.0%의 중개 수수료를 낸다. 결국 매출 하위 20% 매장을 뺀 대다수 점주가 포장 주문 때 배달 주문에 맞먹는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번 개편으로 배민이 약 29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취할 것이란 추산 결과도 나왔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민의 연간 거래액 가운데 포장 주문 거래액을 추산해 포장 주문 수수료6.8% 부과 시 예상 수익을 계산한 결과 3213억원의 수익을 얻게 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금액은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공개한 지난 2021년 연간 거래액15조원과 최근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조사외식업 점주 502명 대상에서 집계된 포장 주문 비율31.5%을 기반으로 추계한 결과다. 오 의원은 “이 가운데 300억원을 마케팅 등에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2913억원은 기업 이익으로 귀속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쪽은 한겨레에 “포장 주문 비중을 한 자릿수로 파악하고 있다. 기업 이익은 크지 않을 것”라면서도 “구체적인 수치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점주 사이에선 배민의 횡포라는 주장이 나온다. 조씨는 “배달앱 이용자가 크게 늘면서 점주와의 관계가 완전히 기울어진 판이 됐다”며 “이후 배민은 수수료 체계를 본인들에 유리하게 바꿔가더니 이제는 포장 주문 수수료까지 부과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준형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의회 공동의장은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가 부과되면 지금까지 업주들이 진행해 온 포장 할인을 더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포장 주문의 이점을 없애 가까운 거리에서도 배달 주문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수수료 부과 영향이 소비자에게도 미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경기 광명에서 아구찜 가게를 운영하는 김아무개32씨는 “1위 플랫폼인 배민이 시작하면 다른 플랫폼도 따라가지 않겠나. 음식 가격이 오르거나 할인쿠폰 등 손님에게 갈 혜택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 쪽은 무료 지원하던 중개 서비스를 유료로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상생 차원에서 포장 주문 중개 서비스에 대한 과금을 5년간 유예하다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과금이 돼야 포장 주문에 대해서도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는 점을 점주 분들이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오세희 의원은 “배달앱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이윤 추구에서 비롯된 기형적인 수익 구조”라며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배민은 포장 수수료 정책을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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