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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겼다고 삼식이 무시 마세요, 탕으론 최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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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2회 작성일 24-01-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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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현대판 자산어보 ‘생선 바이블’ 펴낸
유튜브 ‘입질의 추억’ 김지민

김지민씨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손선장’ 가게 수조에서 대형 광어를 들어 올렸다. 그는 “수산물은 클수록 맛있다”며 “인원이 적다고 작은 생선을 고르기보다는 여러 종류의 큰 생선으로 만드는 모음 세트를 선택하라”고 했다./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김지민씨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손선장’ 가게 수조에서 대형 광어를 들어 올렸다. 그는 “수산물은 클수록 맛있다”며 “인원이 적다고 작은 생선을 고르기보다는 여러 종류의 큰 생선으로 만드는 모음 세트를 선택하라”고 했다./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사진 같이 찍어도 돼요?” “사인해주세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 이 남자가 들어서자 그를 알아본 상인들과 손님들로부터 촬영과 사인 요청이 쇄도했다. 김지민48씨는 수산업계 수퍼스타다. 외식사업가 ‘백 선생백종원’도 자문을 구할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수산시장에서 호구 되지 않는 법’ ‘값싸고 맛있는 수산물’ ‘생선 손질·조리법’ 등 실용적이고 현장감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블로그 ‘입질의 추억’으로 인기를 얻었다. 2018년 같은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팔로어가 110만 명에 이른다. 국내에서 유통·소비되는 해산물을 망라한 ‘생선 바이블’을 최근 펴낸 김씨는 “현대판 자산어보玆山魚譜라 할 수 있는 책”이라며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이해하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틸라피아가 ‘도미살’로 개명한 까닭

-최근 논란이 된 ‘썩은 대게’는 “흑변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유튜브에서 말했는데.

“가능성이 아니라 100% 흑변입니다. 흑변이 일어났는데 썩었는지는 사진만으로 알 수 없다는 거예요. 10대 학생이 노량진시장에 가서 대게를 사왔는데, 봉지를 열어보니 다리에 검은 반점이 있었다며 ‘썩은 대게를 속여 팔았다’고 어머니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과 사진을 올렸죠. 그런데 봉지를 집에 와서 바로 열었는지, 저녁에 조리하기 전 열었는지 알 수가 없어요. 제가 대게를 실험해왔는데, 저온에서는 이틀까지도 다리가 썩지 않아요. 3~4일 지나면 부패하면서 쿰쿰한 암모니아 냄새가 납니다.”

-흑변 현상이 뭔가요?

“대게나 킹크랩은 티로신이라는 아미노산 물질을 가지고 있는데, 티로신이 체액·피에 들어 있는 티로시네이스와 산소를 만나 산화가 일어나면 멜라닌 색소 침착 현상이 나타납니다. 산소와 맞닿는 부분이나 갈라진 틈새가 먼저 까매지고, 이후 전체로 번져요. 학생이 샀다는 대게는 산소를 만나는 부위가 넓은 ‘절단 대게’였고, 난방 잘된 대중교통으로 3시간 걸려 다녀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흑변 현상이 빠르게 일어났을 수 있어요.”

-수산시장에서 ‘저울치기저울을 안 보이게 누르거나 횟감 담는 바구니 무게를 속이는 바가지 씌우기’ 등을 당하지 않는 노하우라면.

“일단 호객 행위를 하는 가게는 거릅니다. 두 번째는 목적 없이 오지 마라. 뭘 먹을지 품목과 양을 어느 정도 정하는 게 좋아요. 흥정할 때도 ‘요즘 뭐가 잘 나가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묻지 마세요. ‘광어 3kg 정도 구매하고 싶은데 보여달라’고 하면 상인이 만만하게 보지 못하겠죠. 대략적인 시세까지 알고 가면 금상첨화고요.”

-시세는 어디서 확인하나요.

“시세를 알려주는 앱애플리케이션이 많아요. ‘인어교주해적단’ 앱에 들어가면 지역별로 시세가 나옵니다. 물론 그 시세가 절대적이진 않아요. 상인들이 시세대로만 부르진 않으니까. 시세가 바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물건생선이 정말 좋아서 조금 더 받는 경우도 있고, 가게마다 마진율이 다르기도 하고요.”

-1월에 가장 맛있는 수산물은 뭔가요?

“고등어, 방어, 숭어, 굴, 양미리, 대구, 임연수어요. 도루묵은 겨울이 제철로 알려진 생선이지만, 지금은 철이 지났어요. 산란이 임박하면서 알이 딱딱해졌거든요. 도루묵은 알이 오도독 터지는 맛으로 먹는데, 알이 완전히 여물기 전인 11월부터 12월 초까지 맛있어요.”

-최고의 가성비 생선을 꼽는다면요.

“임연수어죠. ‘군부대나 단체급식에서 나오는 맛없고 냄새 나는 임연수를 추천하다니’라고 욕하실 분도 있을 텐데, 그건 수입산이에요. 종류도 ‘단기임연수어’로 달라요. 국산 임연수어는 지금부터 4월까지 나오는데, 구워 먹으면 굉장히 맛있어요. 가격도 마리당 2000~3000원으로 싸고요. 기름기가 많아서 구우면 껍질이 싹 분리되는데, 그 껍질로 밥을 싸 먹으면 기가 막힙니다.”

-일본산 수산물은 먹어도 안전한가요?

“그 질문 많이 받았는데 답하기가 껄끄러워요. 안전하다고 혹은 안전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순간 진영 논리로, 정치적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런데 방사능 오염수 사건이 터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2011년에는 지금과 비교도 안 되는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엄청나게 퍼져나갔어요. 13년 동안 일본산 수산물 계속 수입됐고, 알게 모르게 많이 먹었습니다. 가리비는 연간 1만t 넘게 수입하고, 횟집에서 나오는 멍게는 대부분 일본산입니다. 양식 방어와 참돔도 일본산이 많죠. 문제 있는 수산물이 수입됐다면 현 정부건 전 정부건 가만히 있었겠어요. 대한민국이 그렇게 허술한 나라 아닙니다. 다른 나라보다 방사능 기준치가 높고, 엄격하게 검사하고 있어요.”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절대 먹지 않는 생선이 있나요.

“저렴한 예식장·돌잔치·출장 뷔페에서 나오는 생선회나 초밥은 잘 안 먹게 되더라고요. 틸라피아, 팡가시우스 메기처럼 맛이 떨어지는 수입산 냉동 어류를 사용하는 업체가 많아요. 이걸 해동해 축축한 상태로 상에 올리면 역한 냄새가 날 때도 있어요. 초장 푹 찍어 먹으면 가려지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틸라피아는 ‘도미살’, 팡가시우스 메기는 ‘참메기’라고 부르더라고요.

“틸라피아라고 하면 누가 먹겠어요? 도미살이라고 이름 붙이면 참돔이나 감성돔 같은 돔 종류겠거니 하고 먹는 거죠. 제주도에 가면 ‘아홉동가리’라는 줄무늬가 화려한 어류가 있습니다. 낚시꾼들이 냄새 난다고 버리는 생선인데, 어느 가게에서는 이걸 ‘꽃돔’이라며 팔아요. 이름을 바꾸는 걸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요. 앞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등어도 다 같은 고등어가 아니잖아요.

“우리가 흔히 아는 고등어는 참고등어입니다. 망치고등어는 배에 자글자글한 점들이 있어 점고등어라고도 해요. 많이 수입되는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대서양 고등어입니다. 점고등어는 살이 무른데, 여름에는 지방이 많이 올라서 큰 거를 먹어보면 생각보다 맛있어요. 이 시기를 제외하면 등 푸르고 배가 은백색에 점이 없는 참고등어가 가장 맛있고 노르웨이산도 좋은 대안이죠.”

-소비자를 속이는 상인은 없나요?

“고등어 산지인 포항이나 부산에 있는 재래시장은 상관없는데요, 서울이나 내륙 지방의 대형 수산시장이 아닌 동네 재래시장에서 가끔 2~3일 지난 선도가 떨어진 고등어를 판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생물 고등어’라고 파는데 눈동자가 투명하기는커녕 탁하고, 핏기를 머금고 있거나 배·항문 쪽에 진물이 나거나, 배를 눌러보면 물컹물컹할 경우 가능한 한 피하세요. 그런 생물 고등어보다는 급랭한 냉동 고등어가 훨씬 낫죠.”

-못생긴 생선이 탕감으로 맛있다면서요.

“삼식이는 두꺼비같이 생긴 못난 생선입니다. 아구는 잡히면 재수 없다고 물에 던져 ‘물텀벙’이라 불리던 생선이고요. 이런 못생긴 생선들의 공통점은 대두大頭, 대가리가 크고 골격이 억세죠. 살을 떠보면 수율이 30% 정도밖에 안 돼 횟집에서는 환영받지 못해요. 하지만 탕감으로는 그만이죠. 뼈에서 육수가 잘 우러나요.”

◇“나는 생선보다 소고기가 좋아”

김지민씨는 ‘덕업일치’의 전형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그는 2003년 낚시의 매력에 빠졌다. 낚시 일기를 쓴다는 마음으로 인터넷 낚시 카페에 올린 글들이 ‘내가 다녀온 것처럼 실감난다’ ‘재미있다’ 호평을 받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개설한 블로그 ‘입질의 추억’으로 파워 블로거에 등극했고, 국내 첫 어류 칼럼니스트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생선에 관심을 갖게 된 게 바다낚시를 시작하면서라고요.

“첫 직장 다닐 때였는데요, 상사를 따라 민물 낚시를 갔어요. 물고기 잡는 것보다 분위기가 좋았어요. 얼마 뒤 시화방조제에 갔어요. 첫 바다낚시였죠. 밤을 꼴딱 새우면서 14시간 낚시했는데 한 마리도 못 잡았어요. ‘집에 가야지’ 하고 짐 싸려는데 입질이 들어온 거예요. 오전 7시부터 8시까지 1시간 동안 담그면 나오고, 담그면 나오고, 그렇게 열댓 마리를 잡았어요. 우럭과 볼락이었는데, 타다닥거리는 손맛에 중독된 겁니다.”

-여자들이 낚시하는 남자를 제일 싫어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결혼했나요.

“낚시는 죄가 없어요. 낚시하는 사람이 자꾸 죄를 짓죠웃음. 직장인 남편이 그나마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주말을 온전히 자기를 위해서 쓴다는 게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행동이잖아요. 다행히 아내가 낚시를 좋아해요. 지금은 딸까지 온 가족이 함께 다닙니다.”

-어떻게 낚시를 좋아하게 만들었나요.

“첫 경험이 굉장히 중요해요. 추워서 덜덜 떨면서 배고픈데 한 마리도 못 잡고 오면 다시는 안 간다고 봅니다. 아내가 처음 낚시할 때 계획을 철저하게 짰어요. 지루하지 않게 입질이 들어오고, 그렇게 잡은 물고기로 맛있는 안주를 요리해서 술 마시며 회포 풀 수 있는 시기와 장소를 물색했지요. 물고기가 가장 잘 잡히는 가을에 충남 태안 신진도에 학꽁치 잡으러 갔어요. 잡은 생선을 집에 가져와서 제가 다 손질하고 튀겨서 맥주와 함께 냈죠. 아내가 ‘다음에 또 가고 싶은데 친구들 불러도 괜찮나’ 묻더라고요.”

-어떻게 답했나요?

“아내 하나 챙기기도 쉽지 않은데웃음. ‘나는 낚시할 생각 말아야겠다’ 결심하고 하루 종일 아내와 친구들 뒷바라지했어요. 바늘에 미끼 꽂아주고, 맛있는 거 옆에서 해주고. 친구들이 너무 재밌어 하고 아내도 만족했죠.”

김지민씨가 펴낸 생선 바이블.

김지민씨가 펴낸 생선 바이블.

-‘꾼의 황금 레시피’라는 수산물 요리책을 쓸 정도로 실력이 다져진 건 아내 덕분인가요?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죠. 많이 해보고 레시피요리법 조정하고 유명한 사람들의 레시피 따라 하다 보니 나만의 레시피가 나오더라고요.”

-어떤 생선을 제일 좋아하나요.

“사실 수산물 별로 안 좋아해요. 생선보다 소고기를 더 좋아해요. 회식은 육류나 중식으로 합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유튜브 촬영하면서 수산물을 먹잖아요. 그래도 많이 남으니까 냉동실에 넣고 두고두고 먹으니 외식까지 수산물로 하고 싶진 않아요웃음.”

-본업은 게임업체 그래픽 디자이너였는데.

“2010년 당시 블로그가 핫했어요. 잘하면 글만으로도 생활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1인 미디어를 꿈꾸며 2009년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박봉에 작은 회사라 미래가 조금 불안했어요. 좋아하거나 재능 있는 걸 찾아보자 했던 거죠.”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인데, 아내가 반대하지 않았나요.

“제가 가겠다는 길을 믿고 지지해줬어요.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아내가 정리해고를 당했어요. 회사에서 디자인팀을 통째로 날리고 외주로 돌렸어요. 한동안 어려웠죠.”

-유튜브 채널도 성공한 비결이라면.

“유튜브는 진입 장벽이 굉장히 낮아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성공하기는 힘들어요. 1% 될까 말까죠. 유명인, 연예인들까지 전문 인력 데리고 뛰어드니까 일반인이 재능 어필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겁니다. 성공하려면 차별점이 있어야 돼요. 유튜브는 둘 중 하나입니다. 재밌거나 유익하거나. 둘 다 되면 좋고, 둘 중 하나라도 돼야 사람들이 봐요.”

-바쁠 텐데 이 책을 쓴 이유는.

“유튜브도 책도 수산물을 대하는 소비자의 이해와 인식이 확대돼 더 많이 사 드시기를 바라며 하는 겁니다. 그래야 수산업이 발전하잖아요.”

-한국은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58.4kg이 주요국 중 1위라는 해양수산부 발표가 있었는데요.

“많이 먹지만 많이 알지는 못해요. 정보가 적고, 정확하지 않은 게 난무하죠. 프랑스에 가서 충격을 받았던 게, 모든 식재료를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가치를 매겨놨더라고요. 예컨대 굴을 품종별로 세분화하고 크기별로 규격화하고 상태와 품질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놨어요. 싼 거는 싼 것대로, 비싼 건 비싼 것대로 수요가 있잖아요. 주머니 사정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세분화하고 투명하게 가격을 매겨놓고. 우리는 그런 부분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원산지 표기도 제대로 안 해 놓고 파는 경우가 많아요. 가격은 물어야 알 수 있고. 소비자가 많이 알고 똑똑해지면 그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업계가 노력하면서 발전해요. 저도 일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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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음식전문기자 gourme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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