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열풍의 그늘 편법 참가…여성 번호 3·4위가 남성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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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상황시 번호로 참가자 정보 파악 "안전 우려…주최측 단속·개개인 양심 필요"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2030세대를 중심으로 러닝달리기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라톤 대회들이 편법 참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참가비를 내지 않고 대회에 나가거나 참가 자격을 판매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마라톤 대회는 참가자격 양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마라톤 하프부문 남자 1위 등 여러 대회에서 입상한 안은태32씨는 최근 대회에서 배번경기 참가자가 입는 운동복 등에 쓰거나 붙이는 번호 양도자나 무임 참가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출발선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남자가 여자 배번을 붙이고 있거나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 번호를 가린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며 "대부분 배번 양도자나 뻐꾸기인데 이런 행동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뻐꾸기는 참가비를 내지 않고 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고 그 둥지에서 새끼가 성장케 하는 뻐꾸기의 행동에서 유래됐다.
지난 13일 열린 2024 서울레이스 하프 부문에서는 남성 참가자들이 여성 3·4위에 오른 정황이 확인됐다. 이들은 여성에게서 배번을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편법 참가자가 늘어난 데에는 러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마라톤 대회 참가접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탓이 크다.
실제 당근마켓·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마라톤 대회 참가권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인기 있는 대회는 아이돌 콘서트 티켓처럼 접수가 금방 끝나버린다"며 "유명한 대회에서 내 기록과 순위를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양도 거래 글을 찾아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앱 내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러닝 코치 박유진33씨는 "러닝 열풍으로 큰 대회들은 참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인기가 많아지면서 8∼10개월 전에 참가 신청을 받는 대회가 늘다 보니 대회 시점이 임박해 사정상 뛸 수 없게 돼 양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웃돈을 주고 배번을 사거나 복사해서 참가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레이스 사례처럼 편법 참가는 기록·입상 측면에서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낳는 점도 문제가 되지만,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점은 안전이다.
러닝 코치 이정하35씨는 "정식으로 등록된 러너들의 등수가 밀리는 사건이 많기도 하지만 대회 참가비에는 보험비가 포함돼있어 양도자는 사고가 날 경우 보험처리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안씨도 "배번을 콘서트 티켓이나 입장권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엄연히 다르다"며 "마라톤 대회 중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응급처치 요원들은 배번에 포함된 참가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를 파악하고 보호자를 부를 수 있다. 보험 관련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참가비는 기념품 값뿐만 아니라 도로 통제 비용, 급수 등 여러 가지가 포함돼 책정된다"며 "뻐꾸기 러너들이 늘어나면 제값을 주고 참여하는 러너들이 인원 포화 문제로 제대로 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대회 주최 측의 적극적인 사전 단속과 사후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확인된 참가자만 배번과 출입 팔찌를 수령할 수 있는 해외 메이저 대회를 본보기 삼아 현장에서 편법 참가자를 적극 단속하고 적발된 이들에 대해서는 대회출전금지 등 강력한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회 주최 측의 관리·감독뿐 아니라 건강한 러닝문화 정착을 위한 러너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씨는 "러닝 인기가 늘어나는 만큼 서로 예의를 지키고 각자 양심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주최 측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개개인의 행동 하나하나가 올바른 러닝 문화를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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