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도시에서 섬으로 유학…나 홀로 신입생 서원이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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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생 숫자가 갈수록 줄면서 올해 신입생이 1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180곳이 넘습니다. 이렇다 보니 서해 섬마을 한 초등학교에서는 나 홀로 입학한 1학년 신입생이 어느 때보다 귀하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짙은 안개 사이로 버스가 들어옵니다.
아이는 선생님 손을 붙잡고 나아갑니다.
인천 강화군에서도 최북단인 교동도.
올해 113년 된 교동초등학교의 유일한 신입생, 1학년 서원입니다.
도시에 살던 서원이는 이 섬마을 학교로 일종의 유학을 왔습니다.
자연과 함께 크길 바라는 부모님과 서원이의 뜻 때문입니다.
1학년 교실에 홀로 앉은 서원이, 반가운 언니 오빠들이 보입니다.
[임혜진/교동초 교사 : 잠깐. 잠깐. 어딜 도망가. 서원이 안녕해주고 가야지. 아니…]
[김서원/교동초 1학년 : {누구예요, 방금?} 태랑이 오빠. {오빠? 3학년 오빠?} 2학년.]
[유재희/교동초 2학년 : {언니 가까이 와서 인사해도 돼, 서원이한테.} 뭐해?]
2학년 언니 재희 역시, 딱 1년 전 이맘때 유일한 신입생이었습니다.
[유재희/교동초 2학년 : 교동초는요. 체험학습을 되게 많이 해요. 워터파크도 가고 놀이공원도 가고.]
[김서원/교동초 1학년 : {우리 서원이도 학교 자랑 한번 해볼까?} 학교 자랑? 혼자 와서 좋지는 않아요. {그래? 왜? 이야기 듣고 싶어.} 좋지도 않은데 싫지도 않아요.]
이제 입학 3주째, 서원이에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죠? 1교시는 국어 시간, 제법 글씨도 잘 씁니다.
[김서원/교동초 1학년 : {글자를 읽어볼까요?} 서. {서는 자음이 뭐가 있을까요?} 시옷. {모음은요?} ㅓ.]
2교시, 3교시는 다른 학년과 함께하는 연계 수업입니다.
[김서원/교동초 1학년 : {이름이 뭐예요?} 김서원. {알아들었어요?}]
유치원 동생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2학년 언니 오빠들과 보물상자 만들기도 합니다.
직접 그린 이 그림엔 씩씩한 초등학생이 되는 비밀이 담겼습니다.
[김서원/교동초 1학년 : {서원아 아까 전에 배고플 때 어디 간다고 했지?} 급식실.]
드디어 점심 시간, 오늘은 서원이가 제일 좋아하는 고기 반찬입니다.
고사리손으로 젓가락을 쥐고 잡채도 잘 먹습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4교시 수업.
선생님은 매 순간 서원이가 보고 듣는 걸 활용해 가르치려고 노력합니다.
[임혜진/교동초 교사 : {엄마랑 아기랑 가는…} 그런데 어디를 걸어가고 있어요? {횡단보도.} 횡단보도는 뭐 할 때 가는 곳이지? {신호등이 바뀔 때.}]
일상에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스스로 답을 찾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입니다.
[임혜진/교동초 교사 : 그런데 문제가 생겼네? 이거 어떡하지? 안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 양쪽을 살펴보세요. 차가 오나, 안 오나. 이쪽, 저쪽. 와요, 안 와요? {안 와요.} 그럼 재빨리…]
전교생 18명, 선생님 13명.
농촌 소외, 지방 소멸, 폐교 위기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지만 낙담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게 선생님들 설명입니다.
[전혜영/교동초 교장 : 이곳에서 사랑받았던 것. 주인공이 되었던 것. 온통 그 아이를 위해서 같이 지원을 해주고 사랑을 해줘야 잘 자랄 수 있다고…]
서원이는 오늘 하루 어땠을까요?
[김서원/교동초 1학년 : {앞으로 학교생활 어떻게 하고 싶어요?}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재미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 놀아야 해요.]
서원이는 유일한 신입생이지만 외로운 신입생은 아니었습니다.
[유재희/교동초 2학년 : {우리 재희가 서원이 잘 챙겨줄 거예요?} 네. {한번 물어봐. 어떻게 챙겨줄 거냐고.} 재미있게 챙겨줄게.]
내년엔 입학식이 열릴까. 서원이 후배가 들어올까 물론 걱정도 되지만 작은 학교라 좋은 점도 많습니다.
주변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을 수 있고, 모든 아이들이 학교라는 무대의 주인공인 겁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진형 / 영상편집 홍여울]
이상엽 기자 lee.sangyeop@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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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숫자가 갈수록 줄면서 올해 신입생이 1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180곳이 넘습니다. 이렇다 보니 서해 섬마을 한 초등학교에서는 나 홀로 입학한 1학년 신입생이 어느 때보다 귀하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짙은 안개 사이로 버스가 들어옵니다.
아이는 선생님 손을 붙잡고 나아갑니다.
인천 강화군에서도 최북단인 교동도.
올해 113년 된 교동초등학교의 유일한 신입생, 1학년 서원입니다.
도시에 살던 서원이는 이 섬마을 학교로 일종의 유학을 왔습니다.
자연과 함께 크길 바라는 부모님과 서원이의 뜻 때문입니다.
1학년 교실에 홀로 앉은 서원이, 반가운 언니 오빠들이 보입니다.
[임혜진/교동초 교사 : 잠깐. 잠깐. 어딜 도망가. 서원이 안녕해주고 가야지. 아니…]
[김서원/교동초 1학년 : {누구예요, 방금?} 태랑이 오빠. {오빠? 3학년 오빠?} 2학년.]
[유재희/교동초 2학년 : {언니 가까이 와서 인사해도 돼, 서원이한테.} 뭐해?]
2학년 언니 재희 역시, 딱 1년 전 이맘때 유일한 신입생이었습니다.
[유재희/교동초 2학년 : 교동초는요. 체험학습을 되게 많이 해요. 워터파크도 가고 놀이공원도 가고.]
[김서원/교동초 1학년 : {우리 서원이도 학교 자랑 한번 해볼까?} 학교 자랑? 혼자 와서 좋지는 않아요. {그래? 왜? 이야기 듣고 싶어.} 좋지도 않은데 싫지도 않아요.]
이제 입학 3주째, 서원이에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죠? 1교시는 국어 시간, 제법 글씨도 잘 씁니다.
[김서원/교동초 1학년 : {글자를 읽어볼까요?} 서. {서는 자음이 뭐가 있을까요?} 시옷. {모음은요?} ㅓ.]
2교시, 3교시는 다른 학년과 함께하는 연계 수업입니다.
[김서원/교동초 1학년 : {이름이 뭐예요?} 김서원. {알아들었어요?}]
유치원 동생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2학년 언니 오빠들과 보물상자 만들기도 합니다.
직접 그린 이 그림엔 씩씩한 초등학생이 되는 비밀이 담겼습니다.
[김서원/교동초 1학년 : {서원아 아까 전에 배고플 때 어디 간다고 했지?} 급식실.]
드디어 점심 시간, 오늘은 서원이가 제일 좋아하는 고기 반찬입니다.
고사리손으로 젓가락을 쥐고 잡채도 잘 먹습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4교시 수업.
선생님은 매 순간 서원이가 보고 듣는 걸 활용해 가르치려고 노력합니다.
[임혜진/교동초 교사 : {엄마랑 아기랑 가는…} 그런데 어디를 걸어가고 있어요? {횡단보도.} 횡단보도는 뭐 할 때 가는 곳이지? {신호등이 바뀔 때.}]
일상에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스스로 답을 찾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입니다.
[임혜진/교동초 교사 : 그런데 문제가 생겼네? 이거 어떡하지? 안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 양쪽을 살펴보세요. 차가 오나, 안 오나. 이쪽, 저쪽. 와요, 안 와요? {안 와요.} 그럼 재빨리…]
전교생 18명, 선생님 13명.
농촌 소외, 지방 소멸, 폐교 위기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지만 낙담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게 선생님들 설명입니다.
[전혜영/교동초 교장 : 이곳에서 사랑받았던 것. 주인공이 되었던 것. 온통 그 아이를 위해서 같이 지원을 해주고 사랑을 해줘야 잘 자랄 수 있다고…]
서원이는 오늘 하루 어땠을까요?
[김서원/교동초 1학년 : {앞으로 학교생활 어떻게 하고 싶어요?}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재미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 놀아야 해요.]
서원이는 유일한 신입생이지만 외로운 신입생은 아니었습니다.
[유재희/교동초 2학년 : {우리 재희가 서원이 잘 챙겨줄 거예요?} 네. {한번 물어봐. 어떻게 챙겨줄 거냐고.} 재미있게 챙겨줄게.]
내년엔 입학식이 열릴까. 서원이 후배가 들어올까 물론 걱정도 되지만 작은 학교라 좋은 점도 많습니다.
주변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을 수 있고, 모든 아이들이 학교라는 무대의 주인공인 겁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진형 / 영상편집 홍여울]
이상엽 기자 lee.sangyeop@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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