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때 플라스틱 조화 안된다? 공원묘지 예쁜 쓰레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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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전국 공원묘지에 확산되는 ‘造花 반입 금지’ 논란 지난달 말 추석을 앞두고 광주 북구의 공원묘지에서 한 가족이 성묘하고 있다. 쓸쓸한 분위기의 묘원을 알록달록 조화로 수놓는 것이 흔한 풍경이 됐지만, 일부 지자체는 ‘환경오염 유발 쓰레기’라며 조화를 퇴출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공설·민간 공원묘원과 납골당이 성묘·추모용 조화를 퇴출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 보호와 국내 화훼 농가 살리기가 우선인지, 성묘객 편의가 우선인지가 쟁점이다. 지난해 경남 김해시는 전국 최초로 공원묘원 내 플라스틱 조화 반입 금지책을 실시했다. 관내 묘원 4개소 4만7000여 기의 묘지에서 플라스틱 조화를 1년 만에 모두 퇴출시켰다. 이런 조치는 경남 전체와 부산, 전북·전남 등 다른 지자체로 확산 중이다. 국회에는 조화를 일회용품에 포함시켜 모든 공원묘지에서 사용을 제한하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 관련 법안 2건이 발의돼 있다. 국가보훈부도 국립묘지에서 플라스틱 조화를 근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경남 김해시의 한 공원묘지에서 버려진 조화들을 트럭째 폐기하는 모습. 조화도 강한 햇살과 비바람 아래선 수개월 지나면 색이 바래고 풍화돼 통상 1년에 두세 차례씩 교체하게 되는데, 재활용이 안돼 소각하거나 매립할 수밖에 없다. /김해시청 조화 퇴출엔 화훼업계 등 이해단체의 입김도 강력히 작용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조화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매년 2000t 이상 수입된다. 싸고 오래가는 중국산 조화는 국내 화훼 농가의 주적主敵이나 다름없다. 국내 화훼업계는 에너지 요금을 비롯한 생산비 증가, 외국산 저가 꽃 수입 확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에선 꽃을 일상적으로 즐기기보다 가끔 있는 경조사를 기념하려고 사는 경우가 많다. 봄 입학·졸업 시즌과 어버이날 등을 지나면 여름부터 겨울까지는 꽃 비수기다. 딱 이때 들어 있는 추석과 설 성묘철 꽃 시장마저 조화가 밀고 들어오자 대립 구도는 분명해졌다. 조화 성묘를 가장 먼저 금지한 김해시는 국내 최대 화훼농가 밀집지다. 환경 보호를 내세워 전국에서 최초로 관내 공원묘지 내 조화를 모두 퇴출시킨 경남 김해시청의 정책홍보물. 김해는 국내 화훼농가 최대 밀집지이기도 하다. /김해시청 반면 30대 여성 양모씨는 “키워주신 할아버지가 최근 돌아가셔서 이번 첫 성묘 때 5만원 주고 산 국화 다발을 오아시스에 꽂아뒀다. 친척들도 ‘역시 향기 나는 생화가 최고’라며 센스 있다고 칭찬했다”면서 “다음엔 더 오래 가는 말린 꽃이나 프리저브드 플라워preserved flower·생화를 특수 보존 처리해 수년간 유지 가능한 가공화를 둘까 한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둔 지난달 말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을 찾은 시민이 성묘를 하고 있다. 경남 전남 전북 등 지방을 필두로 성묘시 조화 반입 금지 시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계류돼있다. /뉴스1 미국·유럽 등 생화 소비가 일상화된 나라들에서도 묘소엔 조화를 놓아두는 경우가 꽤 있다. 조화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인지, 사랑하는 사람이 잠든 곳에 자주 가지 못하는 죄책감을 덜어주는 위안의 장치인지, 섣불리 재단하기 힘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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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정시행 기자 polyg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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