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에서 8년 전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친부와 외조모가 검찰에 송치됐다. 14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친부와 외조모가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3.7.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복덩이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아이가 살아서 태어난 지 정말 몰랐습니다. 저희는 진짜 살인자가 아닙니다. 정말 믿어주세요. 이 재판에 기자분들도 오시고 수사기관도 저희를 몰고 가는데 저희는 진짜 살인한 게 아닙니다. 가슴을 찢어서라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진짜 결백합니다."
8년 전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살해하고 매장한 혐의로 기소된 친부와 친모, 외할머니가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눈물로 결백을 호소했다.
검찰은 이들 가족에게 살인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했지만, 이들은 모두 전면 무죄를 주장하고 나서 추후 재판부의 판결이 주목된다.
13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친부 A씨와 외조모 B씨,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친모 C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친부 A씨에게는 징역 12년을, 외조모 B씨에게는 징역 10년, 친모 C씨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검사는 이들 가족에게 중형을 구형하면서, 구형 이유를 단호하고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검사는 "누구나 선천성 질환과 장애를 가진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만 34주를 성장한 태아가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출산해 생명을 위협한 것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으면서 낙태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검색하고, 범행 당시의 의료기관 서류 등을 확인해 진술을 맞추는 정황이 확인되는 등 수사기관의 일원으로 상당히 자죄감이 든다"고도 말했다.
이어 "이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중대함을 인식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친부와 외조모는 피해자가 살아서 태어났고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 것을 알았음에도 숨진 것으로 서로 공모해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검사는 또 "선천성 장애를 감안하더라도 살아서 2kg의 작은 몸으로 태어난 태아가 울고 고군분투하며 가족들의 도움을 갈구하고 오로지 가족들에게 의지했지만 피고인들은 외면하고 그대로 방치해 숨지게 했다"며 "뒤늦게나마 확인되고 말못할 태아의 아픔이 치유되도록 재판부에서 현명하게 판단해달라"고 덧붙였다.
경기 용인에서 8년 전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친부와 외조모가 검찰에 송치됐다. 14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외조모가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3.7.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이어 변호인의 최후 변론이 이어졌다. 변호인은 첫 재판에서부터 이들의 무죄를 주장했다. 낙태수술을 진행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태아가 살아서 태어나자, 외조모에게 인계돼 아이가 이유를 모르게 자연사했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이다.
변호인은 최후진술에서 "이미 세상에 태어난 아이를 자기 손으로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낙태는 하지만 살인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친모는 아이가 살아서 태어난 사실조차 몰랐다. 친모는 정상분만해 키울지 입양할지 수십번 고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조모 역시 살아서 태어난 아이를 인계받고 당황했지만 아이를 죽이는 건 선택지에 있지도 않았다. 아이를 정성으로 보살폈고 자신이 키울지 베이비박스로 보내 평생 봉사할지 고민했다"고 했다.
변호인은 "34주된 아이를 출산했을 당시 의무기록을 보면 건강 신체 상황이 양호상태였다"면서 "그런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집에서 돌봤다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없다"고 강조했다.
피고인들은 최후진술에서 모두 눈물로 재판부에 무죄를 호소했다.
외조모 B씨는 "아이가 하늘나라로 가서 장례를 치르려고 했더니 출생 신고가 안돼 장례를 못 치룬다고 해 양지 바른 곳에 묻어줬고 맨날 절에 가서 기도했다"며 "이 할머니는 아이를 죽이지 않았고 살인자도 아니다 억울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친부 A씨 또한 "제가 못 배웠지만 자기 자식을 죽이는 사람은 없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친모는 지난 재판에서 증인석에 나와 "34주 된 태아가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은 후 이틀만에 제왕절개로 아이를 낙태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운증후군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너무 무서웠다. 아이가 살면서 주변에서 받을 고통과 평생 책임지고 지켜야 하는 게 자신이 없었다"면서 "바로 낙태 병원을 알아봤고 몇 군데는 주수가 차서 안 된다고 했는데, 한 병원에서 낙태가 가능하다고 해서 바로 제왕절개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뱃속에서 사산해서 제왕절개를 통해 태아를 꺼내는 것이 낙태라고 생각했다"며 태아가 살아서 태어난 줄 몰랐던 점을 재차 강조했다.
경기 용인에서 8년 전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친부와 외조모가 검찰에 송치됐다. 14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친부가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2023.7.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이들 가족은 지난 2015년 3월 다운증후군이 의심되는 영아를 출산 당일 방치해 숨지게 한 후 인근 야산에 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용인시가 출생신고 없이 임시 신생아 번호로 남아 있는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범행사실이 틀통났다. 수사기관은 이들이 유전자검사를 통해 아기가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날 것을 미리 파악한 뒤 사전에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친부 등의 진술을 토대로 숨진 아기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수차례 벌였지만, 아직 시신을 찾지 못했다.
다음 선고 기일은 다음달 19일 열린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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