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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 시끄러워"…뮤지컬 시체관람 악습에 업계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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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3회 작성일 23-12-1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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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소리 없이 시체처럼 봐라’ 뮤지컬계 관행
장애인 관객에 “공연장 오지 마라”
“숨소리, 시곗소리도 시끄럽다” 민원


청각장애를 가진 A씨는 최근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뮤지컬을 관람하러 갔다가 뒷좌석 관객으로부터 “그런 걸 끼고 오려면 공연장에 오지 마라”고 타박을 들었다. 인공와우 기계 소리가 시계 초침소리와 비슷해 뮤지컬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불만이다.

배우 손석구씨는 초대받은 연극 공연을 관람하며 감동받은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가 주변 관객으로부터 ‘민폐’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후 논란이 되자 뮤지컬 팬들 여론에 떠밀린 손석구 일행은 ‘공연 관람을 방해해 죄송하다’며 공개사과를 해야 했다.

한국 뮤지컬 관객 특유의 ‘시체관람’ 문화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며 논란이 되고 있다. 시체관람이란 ‘뮤지컬을 관람할 때 시체처럼 가만히,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관람하는 문화’를 일컫는다.

시체관람 문화가 자리잡은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최근 한 문화전문 기자가 작성한 ‘뮤지컬 리진을 볼 필요가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가 다시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이 기자는 뮤지컬 ‘리진’의 관람평 기사를 쓰기 위해 주요 포인트를 공책에 메모하고 있었는데, 옆자리 관객이 ‘펜 소리가 시끄러우니 메모를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관객은 공연장 직원에게 민원을 넣어 해당 기자를 다른 자리로 몰아냈다.

뮤지컬 관람객들이 펜 소리가 거슬려 공연에 집중할 수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휴대전화를 끄고 잡담을 하지 않는 정도의 에티켓은 만국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공연 관람 예절이지만, 한국 뮤지컬 관객들은 유독 작은 소음에도 민감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뮤지컬 관객들 사이에서 ‘관크관객 크리티컬’라고 불리는 은어가 이런 문화를 대변한다. 관크는 ‘관객이 크리티컬치명적인 피해를 준다’는 뜻으로, 소음을 내는 등 방법으로 정상적인 관람을 방해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의 뜻을 지닌다.

문제는 이 ‘관크’의 범주가 너무 넓다는 것이다. 관객들은 A씨 사례처럼 생활에 필수적인 장애인 관객의 인공와우 작동 소리에도 ‘시끄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손목시계 초침 소리가 거슬린다는 반응도 있고, 심지어 숨소리가 거슬려 도저히 뮤지컬을 보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있다. 이들은 그들만의 커뮤니티에 이런 사연들을 모아 게재하며 ‘민폐 관객’들을 비판한다.

뮤지컬 관람객들이 옆 사람 숨소리가 거슬려 공연에 집중을 못 하겠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배우 손석구씨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려 홍역을 치렀다. 손석구는 지인들과 함께 지난 2019년 8월 연극 ‘프라이드’를 관람했는데, 공연 도중 감동적인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에 손석구와 함께 해당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이 ‘관람을 방해했다’며 비난하자 손석구 일행은 결국 공개사과에 나서야 했다.

반면 손석구는 “파란 하늘을 보고 다들 즐거워할 때 누군가는 기억에 따라 눈물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수에 피해가지 않으면서도 제 권리라고 생각되는 만큼은 조용히 울고 조용히 울었을 뿐”이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명백하게 무리한 관객의 불만 표출에도 뮤지컬 업계는 별달리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한다. 뮤지컬 관람객 상당수가 ‘마니아층’인 만큼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민감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뮤지컬계가 건강한 생태계 조성보다 단기 이익에 급급해 규모를 키워 오다 보니 소비 권력이 된 일부 관객의 왜곡된 행태를 키워온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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