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28만원, 3평에 1년을 가뒀다…그 방 문열자 곰팡이만 [잊혀진 존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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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 청년 홍성민가명·27씨가 7일 오후 서울 하월곡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강정현 기자 고시생 4년만인 2021년 홍씨는 진로를 돌려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허사였다. ‘그동안 뭘 했냐’, ‘경험이 없다’는 등의 반응에 마음의 응어리만 커져갔다.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었던 회사에 불합격하자 홍씨는 무너졌다. 가족들도 피하고 싶어졌다. 월세가 가장 싼 곳을 찾다 서울 대학동에 월세 28만 원, 3평짜리 단칸방을 구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가뒀다. 문조차 열지 않은 1년 동안 방 안은 곰팡이로 뒤덮였다. 추운 겨울 난방이 잘 안 돼 물을 끓인 열기로 버틴 탓에 창틈, 옷장, 그 안에 있던 청바지 속에도 곰팡이가 번졌다. 홍씨는 “처음에는 2~3일 안 씻으면 머리가 가렵고 입이 텁텁했는데 나중엔 일주일, 한 달을 안 씻어도 그만인 경지에 다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떠지면 다시 졸릴 때까지 롤LOL, 리그 오브 레전드만 했다. 현실 감각을 무디게 하고 싶었다. 그러다 게임을 끝내고 잠깐 현실을 자각하게 되면 자괴감이 들고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고립 청년 홍성민가명·27씨가 7일 오후 서울 하월곡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강정현 기자 ━ 우연히 빠진 ‘은둔의 늪’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신재민 기자 ━ 벗어나고 싶지만… 고립 청년 김태영가명·36씨가 지난해 8월 작성한 일기. “밖에 안 나간 지 열흘 정도 된 것 같다. 목적 없이 시간이 그냥 지나간다. 우울하다. 이제 일도 없고 뭐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적혔다. 사진 김태영씨 고립·은둔 청년의 80%가 “현재 상태를 벗어나고 싶다”고, 67.2%가 “탈고립을 위한 시도를 한 적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고립·은둔 청년의 절반 가까이45.6%가 일상생활 복귀 시도 후에도 다시 고립됐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돈이 부족해서’27.2%, ‘힘들고 지쳐서’25% 등이었다. 10여 년째 방에서 나오지 않으며 은둔 생활 중인 박수빈가명·30씨는 “극복하려고 외출해봐도 사람이 많아서 지치고, 딱히 앉을 데도 없고, 나가면 돈을 써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이준호가명·31씨는 4년간 이어진 은둔 생활을 술에 의존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가족과의 갈등이 심해지자 집을 나와 휴대폰을 부수고 술만 마시며 죽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이씨는 “매일 편의점에 가서 소주 한 병에 맥주 네 캔을 사서 섞어 마셨다. 술을 마시면 필름이 끊기고 기억을 못 하니까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알코올 중독 상태에선 벗어났지만, 술과 함께 항우울제, 수면제도 함께 복용하다 보니 기억력이 퇴화하고 뇌에 손상을 입었다. 고립 청년 홍성민씨가 은둔 생활 중 머물렀던 서울 대학동 3평짜리 원룸. 6개월 동안 문을 열지 않아 곰팡이가 피었다고 한다. 사진 홍성민씨 ━ “‘잘하고 있다’ 말해줄 동행자 필요” 김성아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립·은둔 기간이 장기화되면 빨리 변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해 더 위축되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진다”며 “이들이 사회 복귀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잘하고 있다’고 격려하거나 ‘어디까지 왔으니 어떤 게 더 필요하다’, ‘같이 해볼까’라며 도와줄 수 있는 동행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의 고립·은둔 청년 지원 프로그램에선 회복의 실마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23일 청년이음센터 동작센터에선 청년 20여명이 겨울을 맞아 뜨개질을 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뜨개질을 배울 땐 집중하느라 정적이 흐르다가도 금세 이야기꽃이 피어 서로의 목소리가 안 들릴 정도였다. 청년이음센터 이혜연 팀장은 “청년들은 그동안 쭉 고립됐기 때문에 뇌 활성화를 위해 손을 사용하는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청년들이 성취감을 느끼면서 정서적으로도 많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청년이음센터 동작센터에서 고립·은둔청년 20여 명이 공예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뜨개질을 배웠다. 장서윤 기자 청년들은 실제로 지원에 대한 욕구가 크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에는 경제적 지원88.7%이 가장 많았고, 취업 및 일자리 지원82.2%, 일상생활 회복 지원80.7%, 눈치 보지 않고 들러서 머무를 수 있는 공간78.9%도 많았다. 김태영씨는 “여기는 혼자 있는 사람을 보면 못 참고 계속 말 걸어주는 사람이 있어 좋다”면서도 “올해 사업이 끝나는데 다시 고립될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지속적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J-Hot] ▶ 차에 샤넬백 숨긴 아내…요양원장과 밀회 대가였다 ▶ 증여세 진짜 0원이네…세금없이 자녀 5억 주는 법 ▶ "수영복 심사 받자" 여경 추행한 공무원, 어땠길래 ▶ 인류 번식 종말 온다? 남성 Y 염색체 소름 현상 ▶ 500만원 명품 트렁크 깨졌다…항공사 뜻밖의 답변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서윤 jang.seoyu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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