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경복궁 담장 갈아냈다…40명 꽁꽁 언 손으로 "복구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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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40명이 2교대로 작업…화학약품, 레이저까지 동원
"쾅쾅쾅…" 18일 낮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인근에서 철제 장비로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드르륵 벽을 가는 소리도 들렸다. 지난 16일 새벽 경복궁 담장에서 발견된 스프레이 낙서 복구 현장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날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섭씨 영하 12.2도를 기록했다. 밖에 잠시만 서 있어도 손과 얼굴이 얼어붙는 추운 날씨에도 국립고궁박물관 소속 직원 등 복구 관계자들은 녹색 천막 안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경복궁 담벼락 낙서는 지난 16일 새벽 처음 발견됐다.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좌·우측 담장에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문구 등이 빨간색·파란색 스프레이로 쓰여 있었다. 낙서로 훼손된 범위는 가로 길이만 44m에 달한다. 이 낙서가 채 지워지기 전인 지난 17일 오후 10시20분쯤 경복궁 영추문 좌측 담벼락이 새로운 낙서로 또다시 훼손됐다. 모방 범행이었다.
낙서 복구 작업은 크게 두 가지 과정으로 이뤄진다. 먼저 뾰족한 소도구로 벽면을 긁어내거나 화학 약품을 사용해 스프레이를 벗겨낸다. 소도구나 화학약품으로 지우지 못한 흔적들은 레이저 장비를 사용한다. 경복궁 영추문 인근에 모인 관계자들은 장갑·모자·귀마개 등으로 무장한 채 낙서 인근에 철근 구조물을 세우고 천막을 쳤다. 이후 천막이 날아가지 않도록 모래주머니 등으로 파이프를 고정했다.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인근에 설치된 천막 내부 낙서는 글자 대부분이 지워진 상태였고 빨간색, 파란색 스프레이 흔적만 남아있었다. 흰색 작업복을 입은 채 고글을 낀 작업자들이 플라스틱 상자를 임시 의자로 만들어 앉은 채 작업을 이어갔다. 관계자들은 가장 힘든 점으로 추운 날씨를 꼽았다. 복구 작업에 참여한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추운 날씨로 작업이 쉽지 않다"며 "특히 한파가 겹치면서 전기 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낙서가 오래될수록 벽에 스며들기 때문에 지우는 것이 쉽지 않다. 추운 날씨에도 작업자들이 복구 작업을 서두르는 이유다. 정소영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과장은 "지금까지는 낙서가 잘 지워지고 있다"며 "글자는 거의 제거된 상태고 남아있는 부분들은 더 면밀히 제거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추가로 발견된 낙서에 대해 정 과장은 "처음 발견된 낙서와 같은 성분의 스프레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페인트 계열로 추정하고 있다"며 "우선 빨리 제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복구 작업은 최소 1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20여명의 전문가가 담벼락 복구 작업에 참여했으나 총 40명 정도가 교대로 복구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복구 작업을 보는 시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친구와 함께 경복궁을 찾은 고모씨37는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인데 한국인으로서 부끄럽다"며 "범인이 합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방문한 이모양16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인데 이렇게 돼 화가 나기도 하고 잘 복원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문화재 주변 순찰과 거점 근무를 강화하고 문화재관리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CCTV폐쇄회로TV 추가 설치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18일 모방 범행으로 추가 낙서를 한 20대 남성 A씨가 경찰서에 자진 출석했다. 경찰은 A씨에게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조사하는 한편 첫 번째 낙서를 한 남녀 2명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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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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