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고 살 20㎏ 빠졌다" 초고도비만 20세女에 일어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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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살이 손에 잡히는 모습. 사진제공=셔터스톡 15일 오후 서울의 한 고교 앞. 수업을 파한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무작위로 5명을 골라 "아침을 먹느냐"고 물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안 먹는다"고 답했다. 살이 많이 쪄 보이는 1학년 김 모16 군은 "초등학생 때부터 안 먹었다"고 말했다. 등교 시간오전 7시 40분에 맞추려면 늦어도 7시에 일어나야 한다. 김 군은 "밥 먹을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게 훨씬 낫다"며 "부모님도 아침 얘기는 안 한다"고 말했다. 김 군은 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가 있지만 친구들과 사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는 "주로 고기육류를 먹으며 돼지갈비를 즐겨 먹는다. 편식이 심하며 고기반찬 위주로 먹는다"고 말했다. 남 모16·고1 군도 아침을 먹지 않는지 오래다. 그는 저녁에 학원 시간이 빠듯하면 학교 근처에서 자장면이나 햄버거를 주로 먹는다. 남 군은 "시간 여유가 있을 때도 주로 햄버거를 먹는다. 간단해서 즐긴다"고 말한다. 고등학생의 절반가량이 아침을 거르고, 결식이 잦을수록 비만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의 건강 상태에 적신호가 켜진 지는 오래지만, 아침 결식이 비만과 직결된다는 분석이 나온 것은 드문 편이다. 동국대 일산병원 오상우 교수가정의학과와 일산백병원 윤영숙 교수가정의학과, 일산병원 문한빛 전문의 연구팀은 최근 열린 정밀영양협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초중고생 대상, 이하 건강조사와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중고생 대상, 이하 온라인조사 자료를 분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에 따르면 초중고생 아침 결식률주 5일 이상 결식은 건강조사에서 28.7%온라인조사 39%로 나타났다. 온라인 조사를 보면 2011년 24.4%에서 2022년 39%로 뛰었다. 학령기별로 차이가 크다. 건강조사에 따르면 고교생2020년의 결식률은 47.9%온라인 조사는 41.3%에 달한다. 중학생 36%, 초등학생 17.7%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결식률이 높다. 가족의 소득수준이 하위 20%에 속하는 저소득층의 결식률은 32.2%, 상위 20% 그룹은 16.9%로 약 배 차이가 났다. 인천·전남·충북 등의 결식률이 높고, 서울·울산·대구는 낮았다. 결식률은 학업 성취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학업 성취도를 5개 그룹으로 나눴을 때 가장 낮은 그룹의 결식률이 43.2%로 가장 높았다. 학업 성취도가 가장 높은 그룹의 결식률은 22.2%로 낮았다. 정근영 디자이너 연구팀은 아침 식사 빈도와 비만 유병률·허리둘레·혈압·공복혈당·콜레스테롤 등을 따졌더니 결식그룹이 일관되게 나쁘게 나왔다. 비만 유병률은 조사 대상자의 체질량지수BMI,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를 일렬로 줄 세울 때 상위 5%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주 5회 이상 굶는 결식 그룹의 유병률은 13.9%, 3~4회 굶은 중간그룹은 13.2%, 0~2회 안 먹는 비非 결식그룹은 9.8%였다. 복부 비만을 보여주는 허리둘레는 결식그룹이 70.6㎝, 중간그룹이 68.7㎝, 비 결식그룹은 65.7㎝이었다. 혈압수축기도 결식그룹이 109.5로 가장 높다. 중간그룹은 107.9, 비 결식그룹은 107.4이다. 청소년기의 혈압은 성인 고혈압으로 연결될 위험이 크다. 결식그룹의 에너지 섭취량은 적으나 에너지 섭취량 대비 지방 섭취율은 결식그룹이 25.5%비결식은 24.1%로 가장 높다. 같은 방식으로 나트륨 섭취율을 따졌더니 결식그룹이 매우 높았다. 반면 식이섬유 섭취율은 가장 낮다. 신재민 기자 청소년기 비만은 성인기로 이어진다. 20세 여성은 BMI가 45.8인 초고도비만이다. 워낙 운동을 안 하는 데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침을 먹지 않았다. 점심이나 저녁에, 때로는 간식으로 피자·샌드위치·치킨·소시지빵 등을 먹었다. 피자 한 판, 치킨 한 마리를 다 먹었다. 하루 섭취 음식 중 지방 함량이 36.5%일반적으로 30%를 차지했다. 매일 콜라 1ℓ를 마셨다. 아침을 안 먹다 보니 점심이나 저녁을 많이 먹었고, 간식을 많이 먹었다. 이 여성은 최근 전문의 진료를 받으면서 아침 결식을 줄이고, 운동하면서 몸무게가 20㎏ 줄었다고 한다. 오상우 교수는 "아침을 거르면 점심이나 저녁에 짜고 기름지고 식이섬유가 낮은 음식을 선호하게 돼 비만 유병률이 높아진다"며 "학교나 지역공동체에서 청소년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호밀빵이나 통곡밀 빵 한 조각만 아이들이 먹어도 효과가 탁월하다. 교육청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며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무관심이 문제"라고 말했다. 문진수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침 결식 학생이 점심에 단 음식이나 걸 거리 음식을 많이 먹게 돼 비만 조절이 안 된다. 비만인 학생은 성인이 돼서 비만일 위험이 두세 배 높다"며 "학교에서 아침을 주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맞벌이 부모가 늘면서 학생 시절부터 아침을 거르는 경우가 많다. 신선한 야채나 달걀 단백질 같은 걸 먹을 기회가 줄어든다. 가공식품을 많이 먹게 돼 만성 성인병의 원인이 되고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학교에서 아침을 주려면 누군가가 나와서 챙겨야 하는데,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 저소득층 자녀에게는 전날 배달할 수도 있다. 청소년 건강에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남수현 기자 ssshin@joongang.co.kr [J-Hot] ▶ 백종원, 신고 당하자 충격…예산 상인들에 "배신감" ▶ "이제는 건달 아녀"…하얏트 거머쥔 그 남자의 몰락 ▶ "몇명 성관계?"…사유리, 원로가수 성희롱 폭로 ▶ "삼촌, 하루만 더…" 임종 지키는 이유 그때 알았다 ▶ "형, 되는 사건이야" 한동훈 흥분시킨 론스타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성식.남수현 ssshi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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