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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뇌물 징역 최경환 경제특강…학부모들 "진상규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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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4회 작성일 23-12-1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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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죄 최경환 특강 논란, 진실공방 2R

최 측 “학교가 제안” vs 학교 측 “최측 제안”

학교 요청 쇄도 한다더니 잇달아 특강 취소

진실공방에 학부모들 “진상규명” 목소리


“음주 운전으로 징역 사신 분이 아이들에게 안전 운전 교육을 해도 되나요?”

18일 경산고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뇌물 수수로 징역형을 살다 나온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경제 특강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그는 “아이가 강의를 듣고 와서 ‘엄마 옛날에 TV에 자주 나오던 총리 아저씨가 강의해줬는데, 인터넷에 보니까 뇌물을 받았데’라고 했다”며 “그 이야기를 듣고 어떤 부모가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같은 학교 학부모들이 모여 학교와 교육청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단독] 뇌물 징역 최경환 경제특강…학부모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뉴시스
당장 내년에 투표권을 가질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최 전 부총리의 경제 특강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최 전 부총리 측은 “학교 측의 제안이었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세계일보 취재결과 논란의 중심에 선 이번 강의는 모두 최 전 부총리 측 외부 인사들이 각 학교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산시 일부 학부모를 중심으로 집단행동 조짐이 보이면서 논란은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가 요청” vs “최경환 측이 요청”…진실공방

18일 경산 지역 정가에서 최 전 부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A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이번 최 전 부총리의 강의와 무관하다”면서도 “학교 측의 요청으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경제강연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일보 취재와 경북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 강의는 최 전 부총리에게 우호적인 인사들이 최 전 부총리의 강연을 먼저 요청해와 성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있었던 하양여고 강연의 경우 전 지역 금융조합 이사 출신의 인사가 학교측에 최 전 부총리의 강연을 제안했고, 경산고와 경산여고에도 최 전 부총리 측이 제안을 했다는 게 학부모들이 학교 측을 통해 파악한 내용이다.

앞서 세계일보는 최 전 부총리가 지역 고교를 돌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제 특강에 나섰지만, 국정농단 사건 당시 뇌물혐의로 징역형을 확정받은 전력 때문에 학부모들의 반발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 전 부총리는 2014년 10월 23일 부총리 집무실에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조성된 1억원을 뇌물로 받았다. 결국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이 확정됐고 그 때문에 의원직까지 박탈된 상태다.

지난 2022년 3월 17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경기도 안양교도소에서 가석방으로 풀려나고 있다. 뉴시스
◆요청쇄도? 경산지역 학교들 불똥 튈라 ‘절레절레’

현재 최 전 부총리 측은 “경산지역 고등학교의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주장하고 있지만 이도 사실과 달랐다. 경산 사동고는 논란을 의식해 최 전 부총리 관련 강의를 취소했고, 무학고22일 예정와 진량고26일 예정도 최 전 부총리의 경제 특강을 취소했다.

경산지역 한 학교 관계자는 “학부모들 사이에 이런 논란이 일 것을 예상하지 못한 불찰은 있다”면서도 “학교 측에서 굳이 최 전 부총리 측에 강의를 제안할 이유가 없다. 그쪽에서 먼저 제안이 와 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학교측이 먼저 제안을 했다면, 경산 지역의 고등학교들이 동시에 최 전 부총리에게 제안을 한 것이란 이야기가 되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밝혔다.

이처럼 경산지역 각 학교가 최 전 부총리 특강 계획을 잇달아 취소한 것은 학부모들의 반발과 함께 자칫 학교에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산지역의 한 교사는 “이미 진행할 예정이던 학교는 강연을 취소했고, 남은 학교들도 강연을 받을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경북 경산 지역 고3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제특강. 뉴시스
특히 내년부터 투표권이 있는 고3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게 학부모들의 의견이다. 최 전 부총리의 경제 특강을 들은 학생들은 모두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이다. 이들은 당장 다가오는 총선에서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한다. 학생들은 학교수업 대신 최 전 부총리의 경제학 강의를 들었다.

경산고의 또 다른 고3 학생의 학부모는 “최 전 부총리가경제전문가라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최 전 부총리가 이 지역에서 다시 총선에 도전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굳이 경산지역 학교들이 앞다퉈 예비 유권자인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최 전 부총리의 강의를 진행했다는 점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총선 앞두고 뿔난 학부모들 “진상규명하라”

이번 논란이 지역에서 일파만파 커진 데는 다가오는 총선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최 전 부총리 측은 공식적인 출마와 선거활동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사실상 지역 정가에선 그가 총선 출마채비를 마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전 부총리의 한 측근은 “아직 최 전 부총리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입으로 출마를 선언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서울에 거주하던 그는 지난 11월 경산으로 이사하고 전입신고를 마쳤다. 이후 경산시 일대에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사실상 출마에 도전한 상태다.
경북 경산에서 전입신고 중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페이스북 캡처
이런 최 전 부총리의 출마에 대해 지역에선 두 가지 평가가 나뉜다. 최 전 부총리 측의 출마에 부정적인 시민들은 “자신의 명예를 위해 경산시민의 4년 삶을 볼모로 잡고 출마하느냐”는 비판을, 그의 출마를 반기는 세력은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경제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친박계였던 최 전 부총리가 윤석열 정부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따라다닌다.

현재 지역 정가는 이번 최 전 부총리의 경제 특강 논란과 그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선거 표심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교육 이슈가 포함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단체 행동까지 준비하며 이번 최 전 부총리의 경제 특강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경산시 교육계의 한 인사는 “학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이런 강의가 정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측의 요청에 의한 것인지, 학교 측이 재량으로 한 것인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현재 학교와 교육청에 항의를 하기 위해 뜻이 맞는 학부모들이 모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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