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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안에서 불 나면" 에어컨 풀가동하고 뺑뺑이 도는 전기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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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13회 작성일 24-08-13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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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배 안에서 불 나면quot; 에어컨 풀가동하고 뺑뺑이 도는 전기차들

12일 오후 제주항에서 출항하는 2만톤급 카페리 여객선에 전기차가 선적되고 있다. 2024.8.12/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아이오닉은 37%, 쏘울은 17%네요."

지난 12일 카페리 여객선의 선적 작업이 한창인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에서 선사 관계자들이 전기차에 일일이 탑승해 배터리 충전상태를 확인했다.


인천 전기차 화재 이후 해상운송 전기차 배터리를 50% 이하로 제한하는 정부 권고안이 나와서다. 현장에서는 배에 타기 위해 항구 근처를 뺑뺑 도는 운전자나 에어컨을 풀가동해 배터리를 떨어뜨리는 광경도 심심찮게 보인다.

조평연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제주운항관리센터장은 "50% 충전율 제한 논의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여객 민원과 선사 수익 문제가 있어 지지부진했다"며 "강제성 있는 권고안은 아니지만, 인천 사고 이후 선사도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급속도로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조 센터장은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해 올해 6월에도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을 진행했다"며 "이제까지 화재 대처법에 대해 훈련했다면, 앞으로는 화재 발생과 확산 자체의 확률을 낮추겠다는 게 충전율 제한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구 결과 전기차 충전율이 100%일 경우 열폭주 전이 시간은 7분 50초, 50%일 경우 32분으로 충전율이 낮을수록 초기 대응 시간을 4배 이상 벌 수 있다.


12일 오후 제주항에서 출항하는 2만톤급 카페리 여객선 관계자가 선적을 앞둔 전기차의 충전율을 확인하고 있다. 2024.8.12/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여객선 화물칸은 떠다니는 지하 주차장과 다름없다. 차들이 밀집해 화염 전파가 쉽고, 스프링클러·소방호스 외 전기차에 특화된 소화 장비도 없다. 해상에는 소방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점을 따져보면 육지보다 상황은 더 심각한 셈이다.

전용 장비 마련이 의무사항이 아닌 데다 특수장비를 사들이는 비용만 5000만원에 달해 이를 자력으로 비치하려는 선사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선사 측은 급한 대로 전기차들을 선미나 선수에 몰아 CCTV로 화재를 감시하고 있다.

선사업계에서는 "배 안에서 불이 나면 망한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내 전기차 화재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서다.

업계 관계자는 "바다 위에서 불이 났을 경우 책임소재를 가르는 문제가 아무래도 육지 사고와 다르지 않겠느냐. 아마 보험사 측에서 논의된 적도 없을 것"이라며 "책임소재에 따라 선사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제주항에서 출항하는 2만톤급 카페리 여객선에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관계자가 전기차 충돌 흔적 등을 확인하고 있다. 2024.8.12/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인천 사고로 전기차 화재 공포가 확산하며 초동 진화에 나서야 할 선사 근무자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강제성 없는 권고안 외 구체적인 정부 대책이 현장까지 전달되지 않아서다.

해수부는 차 외관에 충돌 흔적이 보이거나 사고 이력이 있을 경우 선적을 제한한다는 방침이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따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모 선사 관계자는 "선내 전기차 화재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라며 "대책을 마련한다고는 하는데 아직 현장에서 받은 정보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전율 50% 이상인 차라도 강제성이 없으니 강하게 항의하면 실어줄 수밖에 없다"며 "국가 장려사업으로 전기차는 늘어가고, 선적 안 할 방도도 없는데 안전설비와 소화설비라도 빠르게 보급이 돼야 위험성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수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연안여객선 10척에 전기차 화재 진압 전용 장비를 우선 보급할 방침이지만, 아직 정확한 보급 대상 선정과 예산 편성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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